텍스트힙, 책 읽는 새로운 즐거움과 질적 독서의 가능성
책 읽는 모습도 콘텐츠가 되는 시대
2025년 현재,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MZ세대 사이에서는 독서가 ‘힙한’ 취미로 떠오르고 있다. SNS에서는 책 표지를 감각적으로 촬영하거나, 독서 공간을 인테리어의 일부로 연출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텍스트힙’이라는 새로운 독서 문화로 명명되며,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질적 독서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텍스트힙(Texthip)’은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멋있고 감각적인 것으로 여기는 문화 현상을 뜻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을 읽는 모습을 SNS에 공유하거나 예쁜 책 표지와 독서 공간을 연출해 콘텐츠로 소비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텍스트’와 ‘힙(hip)’의 합성어로, 책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 현상은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두드러지며, 독서가 더 이상 조용한 개인의 내면 활동만이 아니라, 타인과 연결되고 소통하는 수단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주민재 명지대학교 교수는 텍스트힙을 “개인의 정체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정의하며, 전통적인 독서가 내면의 성찰에 집중했다면 텍스트힙은 독서 행위의 ‘전시’와 ‘공유’에 초점을 맞춘다고 분석한다. 그는 큐레이팅된 책장, 파스텔 톤의 책 표지, 감성적인 독서 공간이 SNS에서 시각적 콘텐츠로 소비되는 현상을 지적하며, 독서가 상업화된 소비문화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한다.
유행이 만든 독서의 문턱 낮추기
반면 콘텐츠 크리에이터 김독지는 텍스트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는 “빠른 시대일수록 느리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책 읽기가 타인의 언어를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 독서실태’에 따르면 20대의 독서율이 가장 높았다는 점은, 독서가 유행을 타고 다시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립서점 운영자 김은지 역시 텍스트힙을 통해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그는 ‘피리의 올해의 책’이라는 포스트잇을 책에 붙여 시선을 끌고, 영상 콘텐츠를 통해 책을 소개하며 독서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책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텍스트힙은 독서의 즐거움을 지속시키는 도구가 되고 있다.
필사와 낭독, 깊이 있는 독서로 이어지다

교사 김재우는 필사와 낭독을 통해 학생들과 독서의 깊이를 나눈다. 그는 “눈으로 보고, 말하고, 귀로 듣는 경험이 더 깊은 이해를 만든다”고 말하며, 시를 필사하며 위로받는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독서의 힘을 실감한다. 필사 노트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독서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텍스트힙, 유행을 넘어 문화로
최근 SNS에서는 책과 필사, 독서 공간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신만의 독서 경험을 기록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과정은 독서의 즐거움을 확장시키며, 텍스트힙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새로운 독서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더 이상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이 아닌,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문화적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 텍스트힙은 책을 통해 세대와 취향을 넘나드는 연결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