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신년 사설] 일상의 평화, 예술에서 찾아보자
2026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갈등과 분열의 그림자 속에 놓여 있다. 정치적 대립, 세대 간 불신, 온라인 공간에서의 혐오와 배제는 일상의 평화를 위협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이 시기에 예술은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다가온다. 예술은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타인의 입장을 체험하게 하며, 공감의 능력을 확장한다. 세계적 석학 마사 누스바움이 말했듯, 예술은 시민성에 필수적인 상상력을 길러주고 자기중심적 분노의 해독제가 된다. 국민의 90% 이상이 사회 갈등을 심각하게 느끼는 한국 사회에서, 예술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민주주의의 토대를 지키는 실질적 도구가 된다
.

지난해 전국 곳곳에서 지역 예술커뮤니티가 활발히 움직였다. 강원도는 예술인의 재능을 단계별로 발전시키는 교육과정을 마련했고, 충북은 ‘헬로우 아트랩’을 통해 예술인이 지역사회와 연계해 연구 과제를 탐색했다. 제주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맞춤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었으며, 인천은 기관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예술교육을 실현했다. 경기 안산시는 대학과 공공기관, 지역사회가 협력해 문화예술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지역 혁신을 모색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예술이 특정 계층이나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생활 속 경험임을 보여준다. 주민센터, 도서관, 마을 카페, 공원 등 생활 공간에서 열리는 작은 전시와 공연, 공동 창작 활동은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마을 벽화 프로젝트는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마을 음악회는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공동체적 경험을 제공한다. 아이들과 어르신이 함께하는 공예 워크숍은 세대 간 대화를 열어주며, 이주민과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연극·춤 프로그램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알고리즘과 필터 버블이 지배하는 시대, 우리는 비슷한 생각끼리만 모여 서로 다른 의견을 배척하기 쉽다. 그러나 얼굴을 맞대고 다른 생각을 나누는 순간, 우리는 공존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예술은 바로 그 만남의 장을 열어주며, 서로 다른 가치와 관점을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2026년 우리가 지켜내야 할 평화는 전쟁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다. 민주주의는 그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이자 문화적 습관이다. 그리고 예술은 그 둘을 연결하는 힘이다.
새해의 출발선에서 우리는 다시금 확인해야 한다. 평화와 민주주의는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오늘의 일상 속에서 지켜내야 할 가치라는 것을. 그리고 그 가치를 가장 생생하게 깨닫게 하는 힘은 바로 지역 예술커뮤니티와 일상예술의 활성화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