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FunnyCut] 가을 전어, 삶을 물들이는 은빛 온기


[사회=코리아아트뉴스 이청강 기자] 가을은 소리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나뭇잎은 고요히 색을 바꾸고, 하늘은 높아진다. 바다는 한층 깊어지고, 그 속에서 전어는 살이 오른다. 은빛 비늘에 햇살이 부서질 때, 계절은 단지 시간이 아니라 삶의 풍경이 된다.
서천 홍원항의 그물 위에서 반짝이는 전어는 자연이 빚어낸 선물이다. 어부의 분주한 손길 속에서 생명은 춤을 추듯 움직인다. 그 생명은 석쇠 위에서 고소한 향기로 피어나며,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조용한 울림을 남긴다.
사람들은 그런 전어 앞에서 모인다. 익어가는 향기를 따라 정겨운 인사가 오가고, 소소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속이 꽉 찬 작은 전어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가을빛처럼 진해지고 따뜻해진다. 웃음은 항구를 물들이고, 정은 잔잔한 물결처럼 퍼진다.
오늘은 전어 & 왕새우 싹~다 주라주라...가을 전어회, 전어구이는 못참지
가을 전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계절의 온기, 삶의 진심, 그리고 사람 사이의 작은 기적이다. 함께 나누는 순간, 우리는 말없이 위로받고 사랑을 느낀다. 그 짧은 계절의 틈에서, 우리는 존재의 이유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가을 전어는 우리에게 묻는다...“당신은 지금, 이 계절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이 질문에 단지 함께 앉아 전어를 굽고, 이야기를 나누며, 존재의 온도를 나누면 된다. 그 순간이야말로 , 계절이 건네는 진심이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이 모든 것들이 어쩌면, 가을이 우리에게 건네는 삶의 가장 깊은 위로가 아닐까.



가을 전어 / 이정원
가을 햇살에 살 오른 전어
깊은 계절의 맛
풍년을 기원하는
서천 홍원항을 물들인다
그물 위로 반짝이는 은빛 전어
분주한 어부의 손길
어부의 손끝에서 생명이 춤춘다
갓 잡은 가을 전어
가을의 정취를 품은 석쇠 위 전어구이
그 고소한 맛은
어떤 말보다 진한 위로가 되어
우리 마음에 잔잔히 번진다
사람들 사이 웃음이 흐르고
전어처럼 속이 꽉 찬 마음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어우러질 때
서천 홍원항은 사랑이 출렁인다.
―월간문학 680호 2025년 10월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