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의 그림이야기 26] 꿈 _ 데미안 허스트

이 작품은 데이안 허스트(Damien Hirst)의 '꿈(A Dream)이란 제목의 판화 작품이다. 데미안 허스트의 나비 시리즈 연작 작품 중 하나로, 그의 나비 시리즈는 찰나의 지나가는 삶의 찬란함을 상징한다. 1991년 데미안 허스트의 첫 개인전 'In and Out of Love'에서 처음 등장한 나비 시리즈는 화려한 수백 마리의 박제된 나비를 캔버스에 붙여, 나비의 죽음과 삶의 과정을 통해 관람자에게 부정할 수 없는 삶의 소멸을 재인식시켰다.
이 작품, '꿈'은 맑은 하늘과 유사한 파란 바탕 위에 형형색색의 5마리 나비가 각기 다른 크기를 이루어져 공간 내 균형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캔버스에 인쇄된 화려한 나비는 파란 하늘로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명력이 없는 나비이기에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과 죽음을 동시에 시사한다. 나비를 통해 '인생의 유한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데미안 허스트의 '꿈(A Dream)을 감상하다 보면 삶과 죽음에 대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꿈속의 나비 그림이 화려하면서도 어딘가 섬뜩하거나 슬프게 느껴졌다면, 이는 당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이나 가치가 영원하지 않으며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인식을 반영하는 것 일 것이다. 서양 문화에서 나비는 종종 영혼이나 부활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데미안 허스트 역시 나비 작품을 통해 '죽음'과 함께 '부활'의 의미를 이야기하므로, 꿈은 어려운 시기를 겪은 후의 새로운 시작이나 희망을 암시할 수 있다.
오늘로 APEC가 종료되었다. 이 회의의 마지막 행사로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수석에게 의장직을 넘기며 "경주의 나비가 다음 개최지인 중국 선진으로 날아갈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참 의미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이번 APEC 회의는 작은 것 하나하나 너무나 세심하게 챙기고 준비됨을 보여주며 지휘자(총괄 감독)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느끼게 한다.
그림도 마친가지고 특히 음악은 더더욱 그렇다. 지휘자의 손끝 하나에서 어떻게 화음이 만들어지는가 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APEC 회의 이러한 점을 충분히 느끼고 보게 한 사례이다. 제왕적 위치를 자랑하는 트럼프에게 왕관을 선물한 것이나, 비행기에서 내로 잠시 걸을 때 트럼프가 좋아하는 YMCA라는 노래를 튼 것을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세심한 준비와 절묘한 선택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라 왕관은 사실 : 살아 있는 왕이 스는 관이 아니라 죽은 왕과 함께 묻히는, 즉 죽은 자가 쓰는 왕관이다. ㅎㅎ)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에게 한 "경주의 나비가 중국 선진으로 날아간다"라는 말은 그동안 위축되었던 두 국가의 연결 고리가 다시 부활을 희망하는 말이기도 하다. 자칫 단절될 수도 있었던 외교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음을 시사하기에 APEC 폐막식에서의 나비 이야기는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데이안 허스트(Damien Hirst)의 '꿈(A Dream)'은 아마도 두 국가의 관계의 껄끄러움을 청산하고 새로운 도약을 의미하는 '죽음'과 함께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며, 또 그렇게 되길 희망하며 이 그림을 포스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