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09] 김보성의 "설마"
설마
김보성
야윈 몸 잔기침
어머니
형과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청소나 심부름 맡았고
공기 좋은 동네 이사했다
폐병은 옮는다
소문나면서 이웃은 오지 않았다
점점 걷지도 못하셨고
같은 방에서 장롱 끌어당겨 경계로 지냈다
어지러운 약봉지
내 이름 부르며
배가 고파
문을
긁고 두드렸다
교사 아버지
출근길
방에 들어가지 마라
습관처럼 귀를 대고 살폈다
어느 날
아무 기척 없었다
거제 바다
장례를 마친 후 흰 보자기에 분골 안고 방파제
한 줌 두 줌
세 번째 줄줄 부었다
맘껏 다니세요
빨리 가셔서
―『오빠 달려 노래주점』(산지니, 2025)

[해설]
이보다 슬픈 이야기가 있을까
화자의 어머니는 폐병 환자였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폐병 환자는 완치가 쉽지 않았다. 50년대까지는 ‘당신 폐병이요’ 하면 사형선고였다. 어머니가 환자여서 형과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청소를 했고 심부름을 다녔다고 한다. 단칸 셋방살이, 장롱이 환자 어머니와 성한 자식들의 경계였다. 교사였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있지 말라고 당부하고 출근했나 보다. 귀를 쫑긋 세우고 방의 기척을 살폈는데 어느 날 아무 기척이 없었다.
배가 고파 내 이름을 부르며 문을 긁고 두드린 어머니. 밥을 해주는 사람이 아버지 한 분뿐이었나 보다. 화자가 몇 학년 때였을까. 마침내 어머니는 숨을 거뒀고, 가족은 흰 보자기에 어머니의 분골을 안고 거제도 앞바다 방파제로 가서 한 줌 두 줌 뿌리다가 줄줄 부었다. 화자는 어머니에게 당부한다. 방 안에만 누워 지내셨는데 빨리 바다로 가셔서 마음껏 다니시라고.
참으로 처절하고 비통한 내용인데 시인은 이 시에다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겪은 괴로움과 외로움, 어머니에 대한 애달픔과 안타까움 같은 감정은 조금도 노출하지 않았다. 그저 관찰자로서 담담히 술회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왜 제목을 ‘설마’로 했을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어머니에게 혹은 우리에게 어찌 그런 일이……. 뭐 그런 마음으로 붙인 제목이 아닐까. 이 세상에는 이런 슬픈 일이 참으로 많이 일어난다. 문학의 힘은 그 슬픔을 우리에게 전하여 격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김보성 시인]
1960년 경남 창원군 동면 출신. 2023년 《장소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경남시인회 회원.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