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초대전 《도시나무》, 삶의 온도와 침묵의 울림을 그리다
도시의 빽빽한 집들 사이로 한 그루의 나무가 자란다. 붉고 노랗고 푸른 나무는 때로 마을 전체보다 크게 솟아오르고, 수많은 집은 나무의 뿌리처럼 화면을 가득 채운다. 화가 김종수가 오랜 시간 바라보고 품어온 도시의 기억과 삶의 온도가 회화로 펼쳐진다.

갤러리 공간미끌은 오는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2026 갤러리공간미끌 초대전’으로 김종수 초대전 《도시나무》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의 부제는 ‘삶의 온도와 침묵의 울림’이다. 오프닝은 10월 7일 오후 5시에 열린다.
김종수의 작품에서 도시와 나무는 서로 분리된 대상이 아니다. 화면 속 작은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그 마을 한가운데 거대한 나무가 서 있다. 집이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의 공간이라면 나무는 그곳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 생명력을 품은 존재처럼 다가온다.

작가는 도시를 화려한 빌딩과 속도의 공간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된 골목과 서로 기대어 선 집, 손으로 빚은 듯한 지붕과 창문, 그리고 그 사이에서 묵묵히 자라는 나무를 통해 도시 속 사람들의 삶을 바라본다.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집들은 서로 다른 표정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한다.
특히 화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나무는 김종수 회화의 중요한 조형 언어다.
붉은색과 분홍색, 황금빛과 초록빛 등 현실의 색채에서 벗어난 나무들은 자연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담는 상징적 존재로 변모한다.

두 그루의 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 작품에서는 관계와 동행의 이미지가 읽히고, 화면을 홀로 차지한 붉은 나무에서는 긴 세월을 견뎌낸 존재의 응축된 힘이 느껴진다. 또 집들이 겹겹이 둘러싼 나무는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자 공동체의 기억을 품고 있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김종수의 화면은 두터운 질감 또한 특징적이다. 표면을 긁고 새기고 덧입힌 흔적들이 반복되면서 그림은 단순한 평면을 넘어 시간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나무와 배경에는 문자와 숫자, 기호를 연상시키는 선들이 촘촘히 새겨져 있다. 이 흔적들은 구체적인 문장을 읽게 하기보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남긴 말과 기억, 지나간 시간의 파편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 속 집 역시 정교한 원근법보다 자유롭고 소박한 선으로 표현된다. 크기와 형태가 서로 다른 집들이 불규칙하게 이어지고, 붉거나 푸른 지붕이 화면 곳곳에 리듬을 만든다. 이러한 마을 풍경은 특정 도시의 재현이라기보다 작가의 기억 속에 축적된 여러 장소와 삶의 장면을 다시 조합한 심상풍경에 가깝다.

배를 형상화한 작품에서도 김종수 특유의 조형세계는 이어진다. 여러 척의 배가 하나의 나무처럼 위로 포개어지고, 형형색색의 선체가 화면 중심에서 균형을 이룬다. 이동과 머묾, 떠남과 귀환이라는 삶의 속성이 한 화면 안에서 교차한다.

검은색과 회색이 주조를 이루는 작품에서는 나무와 기호들이 화면 깊숙이 가라앉으며 이전의 밝은 색채와 다른 정서를 드러낸다. 색을 절제한 화면 속에서도 수많은 선과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말없이 축적된 시간과 기억이 바로 이번 전시가 말하는 ‘침묵의 울림’으로 연결된다.

반대로 강렬한 빨강과 노랑으로 표현된 나무들은 도시의 회색빛 풍경 속에서 삶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작가는 나무를 통해 계절이나 자연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고 다시 잎을 틔우는 나무의 생명력에 인간의 삶을 포개 놓는다.
전시 제목 《도시나무》에는 그래서 두 개의 세계가 함께 담겨 있다. 하나는 인간이 만든 도시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자라나는 자연이다. 김종수는 이 둘을 충돌시키기보다 한 화면 안에서 공존하게 한다. 집과 나무, 사람의 흔적과 자연의 생명력이 겹쳐지면서 도시 역시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로 다시 읽힌다.
김종수는 전시 초대글에서 “코스모스꽃이 바람에 한들거리는 가을을 바라보며, 한층 깊어진 감성으로 고즈넉한 마을 어귀에 세월을 흘리며 맴도는 영감을 화폭에 담았다”고 전했다. 이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전시장을 찾아 따뜻한 격려와 소중한 시간을 나눠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전시는 화려한 도시의 외관보다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과 정서에 시선을 돌린다. 작고 오래된 집과 말없이 서 있는 나무, 반복해서 새겨진 흔적들은 저마다 다른 삶이 한 공간 안에서 겹쳐지고 이어져왔음을 보여준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 그루 나무가 계절을 견디며 나이테를 쌓듯 사람의 삶도 집과 거리, 관계와 기억 속에 흔적을 남긴다. 김종수의 《도시나무》는 바로 그 흔적을 두터운 물성과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색채로 기록한다.

관람자는 화면 속 마을을 따라 걷듯 작은 집들을 바라보다 어느 순간 한 그루의 나무 앞에 멈춰 서게 된다. 그 나무는 누군가의 삶일 수도 있고, 오래된 고향의 기억일 수도 있으며,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김종수 초대전 《도시나무》는 도시와 자연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현대인의 삶과 기억, 관계와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자리다. 작품 속 나무들이 품고 있는 따뜻한 색과 침묵의 흔적은 깊어가는 가을, 관람객들에게 저마다의 삶을 돌아보는 조용한 시간을 건넨다.

전시 개요
전시명: 2026 갤러리공간미끌 초대전 김종수 초대전 《도시나무》
부제: 삶의 온도와 침묵의 울림
작가: 김종수
전시기간: 2026년 10월 6일(화)~10월 25일(일)
오프닝: 2026년 10월 7일(수) 오후 5시
장소: 갤러리 공간미끌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74 중앙빌딩 B1, YMCA회관 김건너편
내용: 김종수의 ‘도시와 나무’를 중심으로 한 회화 작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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