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손갤러리, ‘아트 바젤 홍콩 2026’ 참가… 한국 실험미술과 추상의 뿌리 세계 무대에 소개
우손갤러리가 세계적인 아트페어 ‘아트 바젤 홍콩 2026(Art Basel Hong Kong 2026)’에 참가해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정신성을 집약한 전시를 선보였다. 우손갤러리는 이번 행사에서 부스 3D23를 통해 최병소, 최상철, 이명미, 안창홍, 가와마타 타다시, 김혜련, 이유진, 김희원, 이안리, 이다 유키마사 등의 작품을 소개하며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최근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긴장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도 예술이 어떻게 시대를 반영하고 저항하며 새로운 조형 언어를 만들어왔는지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우손갤러리는 한국 아방가르드와 실험미술의 뿌리를 의미 있게 되짚으며,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적 깊이와 동시대적 확장성을 함께 드러냈다.
전시의 중심에는 한국 실험미술 1세대의 대표 작가 최병소가 자리했다. 최병소는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 운동의 선구자로, 신문지를 주요 작업 매체로 활용해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당시 신문이 대중매체의 중심이자 강한 검열의 대상이던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그는 신문 위에 연필과 볼펜으로 반복적이고 고된 선 긋기를 이어가며 종이 표면을 마모시키고 찢어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완성된 화면은 어둡고 금속성 광택을 띠며 독특한 물성을 획득했고, 이는 당시 권력과 언론 환경에 대한 조용하지만 강한 저항의 몸짓으로 읽힌다.
지난해 별세한 최병소는 최근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주요 전시 ‘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에 참여하며 다시 한 번 국제 미술계에서 그 예술적 위상을 확인시킨 바 있다. 우손갤러리는 이번 아트 바젤 홍콩 참가를 통해 최병소의 작업을 세계 무대에 다시 소개하며, 한국 실험미술의 역사적 의미를 환기했다.
또 다른 주요 출품 작가인 최상철 역시 한국 추상미술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인물로 주목받았다. 최상철은 형태가 생성되기 이전의 원초적 혼돈과 무한한 가능성의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개념인 ‘무물’을 중심으로 작업세계를 전개해왔다. 그의 작업은 전통적인 붓질이나 손의 직접 개입을 최소화하고, 돌멩이와 같은 사물을 이용해 화면 위에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작가의 표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외부 힘이 남긴 자국과 우연의 흔적을 작품 속에 포착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직접적인 필치가 배제된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최상철의 작품이 전통 중국 서예의 유려하고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우연적 흔적과 동양적 조형 전통이 교차하는 그의 작업은 한국 추상미술의 사유적 깊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국제 관객에게도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겼다.
이와 함께 우손갤러리는 이명미, 안창홍, 김혜련, 이유진, 김희원, 이안리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가와마타 타다시, 이다 유키마사 등 해외 작가들의 작업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맥락을 국제적 대화 속에서 확장해 보여주었다. 각기 다른 세대와 조형 언어를 지닌 작가들이 한 부스 안에서 어우러지며, 우손갤러리 특유의 치밀한 큐레이션과 동시대 감각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우손갤러리의 이번 아트 바젤 홍콩 2026 참가는 단순한 페어 참가를 넘어, 한국 현대미술이 지닌 실험정신과 역사적 층위를 국제 무대에 설득력 있게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 아방가르드의 형성과 전개, 그리고 그 유산이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며,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한국 미술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우손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미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하며, 아트 바젤 홍콩을 찾은 관람객과 컬렉터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