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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공간에 남겨진 삶의 흔적…김진기 개인전 《잔여물들》, 아트센터예술의시간에서 개최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아트센터예술의시간이 2026년 3월 21일부터 5월 2일까지 김진기 개인전 《잔여물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폐교, 폐사무실 등 사회 시스템의 중심에서 밀려나 ‘죽은 공간’으로 취급된 장소들을 사진과 회화의 결합으로 다시 불러내며, 그 안에 남겨진 삶의 흔적과 현대인의 실존적 불안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김진기 전시포스터

김진기 작가는 그동안 지방 소도시와 수도권 외곽의 폐허가 된 장소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 단순한 풍경 기록을 넘어 그 공간에 축적된 시간과 소외된 존재의 흔적을 작업으로 끌어올려 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사회가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고 판정한 공간들을 응시하며, 그곳에 남겨진 ‘잔여물들’을 통해 오늘날 인간이 처한 불안한 조건을 드러낸다.

김진기, 〈Residual#14〉, 2026, Oil, acrylic and ultrachrome, 97 x 130.5 cm ⓒ2026. ACAM and Kim Jinkey. All rights reserved.(1)

전시의 핵심을 이루는 〈Left behind〉 시리즈는 문을 닫은 지방의 대학교와 버려진 공간들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사진 위에 회화적 추상 표현을 더하고, 이를 다시 촬영·출력한 뒤 또다시 콜라주와 회화로 개입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중첩된 화면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장소에 켜켜이 쌓인 시간과 기억, 그리고 사라진 삶의 밀도를 시각적으로 환기한다.

김진기, (디테일)〈충돌〉, 2024, Oil, acrylic and ultrachrome inkjet on canvas, 112 x 162 cm  ⓒ2026. ACAM and Kim Jinkey. All rights reserved.

함께 선보이는 〈충돌〉 시리즈는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자동차 사고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물리적 충돌의 흔적과 화면 매체 간의 충돌을 겹쳐낸 이 연작은, 개인적 사건을 사회적 긴장과 매체적 실험으로 확장시키며 김진기 작업의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여기에 문명의 폐기물과 일상의 풍경을 교차시키는 작업들까지 더해지며, 전시는 단순한 폐허의 재현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온 사회적 잔여에 대한 사유의 장으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벌거벗은 생명(Nuda Vita)’ 개념을 배경으로, 사회 시스템에서 밀려난 장소와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전시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폐허가 된 공간은 과연 비어 있는가, 아니면 우리가 외면해온 삶의 흔적들로 가득 차 있는가. 김진기의 작업은 그 질문 앞에서 관람객을 멈춰 세우고, 우리 또한 언제든 사회의 ‘잔여물’이 될 수 있다는 불안한 진실을 조용히 환기한다.

김진기, (디테일)〈Residual#5〉, 2025, Oil, acrylic and photo-collage on canvas, 130 x 194 cm  ⓒ2026. ACAM and Kim Jinkey. All rights reserved.

아트센터예술의시간 2층과 3층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회화와 사진 작업 총 18점이 소개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별도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와 영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김진기는 영은미술관, OCI미술관, 자하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해 왔다. 최근에는 2026년 OCI미술관 R1211 레지던시 입주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진기 개인전 《잔여물들》은 폐허와 잔해를 단지 소멸의 이미지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자리에 남겨진 시간과 존재의 흔적을 끝내 지워지지 않는 질문으로 되돌려 놓는다. 이번 전시는 무심히 지나쳤던 공간과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묵직한 울림의 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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