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달리는 길 위의 풍경 - ‘일출봉GO!’ 자율주행 셔틀이 여는, 제주 여행의 미래
[제주=코리아아트뉴스 강영임 기자] 제주 성산의 길 위에 낯선 듯 새로운 풍경이 등장했다. ‘일출봉GO!’ 사람 대신 스스로 길을 읽고 달리는 자율주행 셔틀이다. 섭지코지에서 성산일출봉까지 해안 도로를 천천히 순환하는 이 셔틀은 지금, 제주가 기술과 여행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실험이자 예술이다.
이 서비스는 지난 9월부터 시작하여 12월까지,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하루 6회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예약 없이 누구나 탈 수 있고 QR코드 한 번으로 탑승이 가능하다. 바다가 보이는 광치기해변, 신양해수욕장, 성산일출봉(성산수협) 등 제주 동쪽의 대표 명소를 차분하게 잇는다.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은 여느 때와 같지만 운전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자율주행 셔틀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느림의 기술’로 사람과 기술의 공존을 실험하는 작은 무대다. 운전대가 사라진 자리에는 안전 요원이 함께 동승한다. 기상이 악화되면 운행은 멈춘다. 이는 불안전함을 인정함과 동시에 자연과 사람을 우선하는 겸손함이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의 속도보다 바람과 파도의 리듬이 이 섬의 시간을 결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출봉GO’는 단순한 첨단 이동 서비스가 아니라, 자연의 질서 속에서 기술이 스스로를 낮추는 제주만의 방식을 보여준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테크노파크, 롯데이노베이트가 함께 추진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스마트 관광과 지속 가능한 이동을 동시에 모색한다. 그러나 그 본질은 편리함이 아니라,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제주는 지금 미래로 향한 사색의 여정이, 길 위를 달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