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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만화로 읽은 시조 6] 벼르고 한 말 _ 이태정

류우강 기자
입력
[시조: 이태정 ,  만화: 류우강 기자]

벼르고 한 말

이태정

두고두고 쌓아둔 말, 할 말이 참 많았다 
그 많던 말들은 어디에 다 숨었나
한참을 머뭇거리다 한 말


밥은 

먹고 다니니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니” – 말보다 깊은 한국인의 정서

 

 -   류안 시인 

이태정 시인의 시조 「벼르고 한 말」은 말의 무게를 다룬다. 말은 때로 마음보다 느리고, 마음보다 무겁다. 시인은 오래도록 쌓아둔 말들을 꺼내려 하지만, 그 많던 말들은 결국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머뭇거림 끝에 남은 단 한 마디. “밥은 먹고 다니니.”


이 말은 한국인의 정서에서 가장 깊은 안부다. 밥은 생존이고, 밥은 사랑이다. 밥을 묻는다는 건, 그 사람의 하루를 묻는 것이고, 그 사람의 마음을 걱정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감정 표현을 피하는 한국인의 문화 속에서, “밥은 먹고 다니니”는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마음을 전하는 언어다.
 

이 시조는 말보다 마음이 먼저인 순간을 포착한다. 말은 줄었지만, 마음은 더 커졌다. 말하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이 한 줄의 안부로 응축될 때, 그것은 시가 된다. 이태정의 시조는 그리움과 용서, 사랑과 화해가 어떻게 한 문장으로 전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밥은 먹고 다니니”라는 말은, 사실상 모든 말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 안에는 “보고 싶었다”, “괜찮니”,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들이 다 들어 있다. 이 시는 말의 본질을 묻는다. 그리고 그 본질은, 결국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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