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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15] 이승하의 "집으로 가는 길"

이승하 시인
입력

집으로 가는 길

 

이승하

 

 

5대양 6대주를 향해 순항훈련 떠나는

학생이면서 군인인 해군사관생도들

그들을 도우면서 배를 움직이는

승조원들, 편성요원들

진해 해군기지에서 손 흔들며 가족과 작별한다

135일 동안은 못 볼 것이다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을 돌아야

집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민첩하게 사주경계하였다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추고 있었다

천안함 총원 104명 중 29명 야간 당직자

다 자기 근무지에서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 하는 굉음과 함께 선체가 동강 났을 때

그들은 몰랐다 자신의 운명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46명은 끝끝내 집으로 가지 못했다

 

집으로 가는 길이 멀지 않다면

붕어빵이건 국화빵이건

맥주 두 캔이건 치킨 한 마리건 사서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곳이 천국이다 서로 얼굴 보며

웃을 수 있는 식구가 천사다

민통선 저 너머, 철조망 저 너머에 집을 두고 온

이산가족은 집으로 갈 수 없다

 

―《해군》(20245월호)

 

충무공이순신함에서 포즈를 잡은 이승하 시인 [ 사진: 이승하 시인]

  [해설

 

   오늘은 국군의 날

 

  101일 오늘은 국군의 날인데 이날에 대한 시를 찾지 못해 하는 수 없이 졸작을 올립니다. 지도를 놓고 대한민국을 찾아보십시오. 북한과는 휴전선으로 분단이 되어 있고 중국과 러시아와 일본이 우리나라를 뺑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 중 어느 한 나라도 대한민국에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미국도 우방치고는 너무나 냉정합니다. 애치슨 라인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국제정세를 잘 살펴야 하고 국방을 튼튼히 해야 합니다.

 

  2018년에 연구년을 얻어 해군사관생도의 순항훈련에 편승, 충무공이순신함을 타고 40일 동안 동고동락한 바 있습니다. 저는 미국 볼티모어에서 내렸지만 해군생도들은 대체로 5개월 동안 10개국, 열두 군데 항구에 들르게 됩니다. 해군생도들은 100일 항해, 35일 정박을 했습니다. 선상훈련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군인과 주민들을 만나 외교관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5개월 동안 집에 가고 싶은 마음, 즉 향수병에 걸려 마음의 몸살을 앓았을 테지요. 하지만 그들은 꾹 참고 이 훈련을 마쳐야 집에 갈 수 있고 장교로 임관할 수 있습니다.

 

  아아, 천안함 폭침, 1연평해전, 2연평해전, 대청해전 때 전사한 장병들은 집에 갈 수 없습니다. 한국전쟁 때의 사망자도 마찬가지고 분단 이후의 이산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전쟁이 절대로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이 나라를 지킬 힘을 길러야 합니다. 오늘은 국군의 날, 이런 마음을 우리 모두 가슴에 새기는 날이 되길 바랍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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