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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74] 이민숙의 "당신이 잘못하는 것"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74] 이민숙의 "당신이 잘못하는 것"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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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못하는 것

 

이민숙

 

고마웠다는 말을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 것

감사했다는 말을

말 안 해도 알겠지 하고 덮어놓는 것

 

보고 싶다는 말을

먼저 하면 안 될 것 같아

자존심만 챙기는 것

 

미안했다는 말을

끝끝내 못하는 그 답답한 소통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하면

달아날까 눈치만 보는 것

카톡 한 번 못하는 그 무심한 태도

 

우리 이젠 해볼까요

너밖에 없어

너만 있으면 나는 행복해

항상 고맙고 감사해

더 잘 해주지 못해 미안해

 

—『오선지에 앉은 나비』(오선문예, 2025)

 

우리 이젠 해볼까요
너밖에 없어
너만 있으면 
나는 행복해
항상 고맙고 감사해
더 잘 해주지 못해 미안해

- 오선 이민숙 

[이미지: 류우강 기자]

  [해설

 

  후회할 것입니다

 

  시인이 저를 꾸짖고 있습니다. 고마웠다는 말을 왜 하지 않았느냐고. 보고 싶다는 말을 왜 하지 않았느냐고. 미안하다는 말을 왜 하지 않았느냐고. 그리고 이런 말을 자주 하며 살라고 권유합니다. “너밖에 없어” “너만 있으면 나는 행복해.” “항상 고맙고 감사해” “더 잘 해주지 못해 미안해.” 지당한 말씀인데 왜 우리는 고맙습니다” “보고 싶어” “미안해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일까요. 참 쉬운 말인데 말입니다.

 

  여러 해 전에 국내 모 기관에서 70세 이상 노인분들에게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일 후회되는 일이 어떤 일입니까? 하고.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배우자에게)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같은 말을 하지 않고 살아온 것이었습니다. 그 기사를 신문에서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 이런 말을 평생 하지 않고 살아오다가 일흔이 넘은 나이가 되자 저렇게 고백을 하는구나. 무심하고 무뚝뚝하게 살아온 자기를 반성하기엔 너무 많은 나이일까?

 

  여러분은 미국 여행을 할 때 익스큐즈미를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요? 일본 여행할 때 스미마셍을 종종 듣지 않았던가요? 군중 속에서 살짝 스쳐도 그들은 금방 사과를 합니다. 우리 한국인도 과거에는 무뚝뚝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같은 사과의 말을 금방 합니다. 하지만 툭 치고 가면서 말을 하기는커녕 슬쩍 쳐다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민숙 시인의 이 시는 쉽고 단순하지만 우리에게 생각할 기회를 줍니다. , 그때 왜 내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 후회한들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세월이 흘러 상대방과는 이별을 했을 수도 있고 사별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치매 걸린 배우자한테 이런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다. 지금 당장 말해야 합니다.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오선 이민숙 시인]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시를 써 온 세월이 15년이다. 시집 『힘이 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오선 위를 걷다』『오선지에 뿌린 꽃씨』『오선지에 내리는 햇살』『오선지에 앉은 나비』를 냈다. 낭송영상시집 8집을 냈다. 시가 가요와 가곡으로 많이 만들어졌다. 단테문인협회 이사장. 도서출판 오선문예 이사장.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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