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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의 세상 보기 : 시] 경산역 / 박옥희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입력
박옥희 시인

경산역 

 

박옥희

 

오전 여섯 시

주저앉은 무릎의 발걸음에 맞춰

어머니와 대문을 나선다

 

이미 시야를 빠져나간 KTX

파업으로 묶인 긴 기다림 끝에

경산역, 무궁화호에 몸을 싣는다

 

통로까지 빽빽하게 들어찬 아침

어깨와 어깨가 닿을수록

마음과 마음 사이의 틈은 벌어진다

 

영등포까지, 아득한 네 시간

옆자리 아주머니에게 양보를 청해보지만

돌아온 것은 미동 없는 냉기뿐

 

불편하게 서 계신 어머니의 등 뒤로

폐부 깊숙한 곳에서

차마 뱉지 못한 슬픔이 고인다

 

 

박옥희 시인 

 

- 부천작가회

- 일산 전국 어르신백일장 대상

- kt & g 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

- 2018포토시 공모전 최우수

- 서울시 지하철 시 게재

- 서정문학 신인문학상

- 시낭송가

- 소새 시동인

-부천시소사노인복지관 문예창작반

 

 

시평
 

이 시대의 냉엄하고 비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시이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경산역에서 영등포까지 무려 4시간을 가야 하는 여정에 주저앉은 무릎의 발걸음의 시구에서 어머니의 노쇠함과 세월의 무게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파업으로 KTX를 놓치고 느린 무궁화호로 상경하는 길, 단순한 이동이 아닌, 나이 듦에서 오는 육체적 불편함과 이동의 무력감에 심리적 단절을 느낀다. 특히 2, '어깨와 어깨가 닿을수록/마음과 마음 사이의 틈은 벌어진다'에서, 어찌 보면, ‘어깨를 맞닿는다거나또는 어깨동무를 하면 함께한다는 의미로 다가오는 게 당연한데 여기선 틈이 벌어진다고 하는 이 역설 앞에 시인은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자리를 양보받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미동 없는 냉기를 느끼게 하는 시구는 노인을 공경하는 경노(敬老)가 아닌, 가볍게 여기는 경노(輕老)의 마음은 아닐까. 차마 밖으로 뱉지 못하고 폐부 깊숙한 곳으로 슬픔을 되삼키면서 시인은 좌석을 마련하지 못한 자식의 자책감에 어머니의 등 뒤에서 어쩜 눈물 없는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을까. 시인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 능력이 소멸하는 현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경산역에서 영등포 역거리의 공간을 가져와 무겁게 던져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삭막한 현실의 가시밭길 앞에서 정녕 좌절해야 하는 것일까? 이토록 정이 마른 가뭄의 계절에 한 모금의 빗물을 기대한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이러한 시대에도 저 멀리서 한 울림으로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가 있다. 그것은 엄마라는 종소리다. 시인은 어쩜 이 시대에 엄마의 종소리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맥놀이로 들려오는…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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