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휘의 K-메디 건강미학 57] 담즙은 소화액이 아니라, 몸이 몸에게 보내는 편지다
진료실에서 이런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원장님, 고기만 먹으면 명치가 답답하고 속이 니글거려요."
"쓸개를 떼어낸 뒤로 기름진 음식이 겁이 납니다."
"이상하게 아침에 개운하질 않고 머리가 무거워요."
예전 같으면 저도 "담즙이 부족하시군요" 하고 소화의 문제로만 설명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십여 년 사이 의과학은 담즙에 대한 이해를 근본부터 다시 썼습니다. 담즙은 지방을 녹이는 세제(洗劑)가 아니었습니다. 담즙은 우리 몸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였습니다.
오늘은 그 편지의 내용을 함께 읽어 보려 합니다.
답즙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물이 아닙니다
담즙산은 간세포가 콜레스테롤을 재료로 만들어 냅니다. 담낭에 저장되었다가 식사를 하면 십이지장으로 쏟아져 나와 기름을 잘게 부수고, 비타민 A·D·E·K의 흡수를 돕습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던 절반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이렇습니다. 담즙산은 일을 마친 뒤 회장(回腸) 끝에서 대부분 다시 흡수되어 문맥을 타고 간으로 돌아갑니다. 이 되돌이 여행을 장간순환이라 부릅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평생을 쉬지 않고 돕니다.
왜 몸은 이 번거로운 재활용을 택했을까요. 아끼려는 뜻만은 아닙니다. 돌아온다는 것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장을 한 바퀴 돌고 온 담즙산은 장 안의 형편을 간에게 전하는 전령이 됩니다.

장이 간에게 보내는 편지 — FXR과 FGF19
식사 후 담즙산이 회장에 닿으면, 그곳 세포의 FXR이라는 수용체가 반응합니다. 그러면 장은 FGF19라는 물질을 혈액으로 내보냅니다. 이 전령은 간에 도착해 담즙산 합성의 핵심 효소인 CYP7A1을 조용히 멈춰 세웁니다.
편지의 내용을 우리말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간님, 담즙은 충분히 도착했습니다. 이제 그만 만드셔도 됩니다."
참으로 정교한 절제입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스스로를 다스리는 이 되먹임 구조야말로, 생명이 수십억 년에 걸쳐 완성한 지혜입니다. 그리고 이 대목은 동물이 아니라 사람에서도 확립된 기본 생리학입니다.
혈당과 포만감에도 손을 얹습니다 — TGR5
담즙산에는 또 하나의 문이 있습니다. 세포막에 있는 TGR5입니다. 담즙산이 이 문을 두드리면 세포 안의 cAMP가 올라가고, 장의 L세포에서는 GLP-1 분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GLP-1은 요즘 널리 알려진 그 인크레틴입니다. 식후 인슐린 분비를 돕고, 위 배출을 늦추며, 포만감을 조절합니다. 즉 담즙산 생리와 혈당 조절은 서로 남남이 아닙니다.
동물 연구에서는 이 경로가 갈색지방의 열생성까지 끌어올리는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사람에서의 체중 감량 효과는 아직 더 확인되어야 하지만, 대사 전체를 움직이는 지렛대가 담즙산 쪽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장내미생물이 담즙의 성격을 바꿉니다
간이 만든 1차 담즙산(CA, CDCA)은 장내세균의 손을 거치며 2차 담즙산(DCA, LCA)으로 변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화학 변화가 아닙니다. 종류가 바뀌면 수용체에 붙는 힘이 달라지고, 신호의 방향까지 달라집니다.
반대로 담즙산의 조성은 장내세균의 생태를 바꿉니다. 서로가 서로를 빚는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장이 무너진 사람의 담즙과, 장이 건강한 사람의 담즙은 같은 담즙이 아닙니다.
담즙산 수용체 신호는 NF-κB나 NLRP3 인플라마좀 같은 염증 경로와도 맞닿아 있고, 일부 미생물 유래 담즙산 대사체는 Treg(면역을 다스리는 세포)와 Th17(염증을 일으키는 세포)의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쌓이고 있습니다.
다만 "담즙산은 항염증 물질"이라는 단순화는 옳지 않습니다. 종류와 농도, 조직과 장내 환경에 따라 얼굴이 달라집니다. 어떤 담즙산은 높은 농도에서 오히려 독이 됩니다. 자연은 늘 그렇습니다. 약과 독은 용량이 가릅니다.
옛 의서(醫書)가 먼저 알고 있던 것
『황제내경』은 담(膽)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담자 중정지관 결단출언(膽者 中正之官 決斷出焉)" — 담은 치우침 없이 균형을 잡는 기관이요, 결단이 여기서 나온다.
저는 이 문장을 볼 때마다 놀랍니다. 옛사람들은 담을 단순한 소화 기관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중정(中正), 곧 균형을 맡은 자리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분자생물학은 담즙산을 '항상성을 조절하는 신호분자'라 부릅니다.
물론 옛 개념과 현대 수용체 이론을 곧바로 등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인체를 조각내지 않고 연결된 하나로 보았던 그 시선만큼은, 지금의 장–간–미생물–면역 축 연구와 정확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직 다 증명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독자 여러분께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 드리고 싶습니다.
FGF19라는 이름에는 'growth factor(성장인자)'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성장호르몬(GH)과 같은 축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두 물질은 출발점도 역할도 다릅니다. GH는 뇌하수체에서 나와 성장과 근육대사를 이끌고, FGF19는 장에서 간으로 담즙산의 형편을 전하는 전령입니다. 이름이 닮았다고 하여 같은 호르몬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담즙산 연구는 아직 먼 이야기일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담즙산이 FXR과 TGR5라는 수용체를 통해 담즙 합성, 혈당과 지질 대사, 장내미생물 생태, 그리고 면역 균형까지 조율한다는 사실은 이미 기본 생리학으로 확립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TGR5–GLP-1 경로, 에너지 대사, 근육 미토콘드리아 기능, Treg와 Th17의 균형에 이르기까지 — 연구의 방향은 놀라울 만큼 일관되게 한곳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이 분야는 아직 사람에서 완벽히 증명되지 않은 영역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축적된 기전과 초기 임상자료를 함께 놓고 보면, 담즙산이 대사와 면역, 그리고 건강한 노화의 중요한 열쇠가 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의학은 늘 이 두 가지를 함께 안고 걷습니다. 아직 모른다고 말하는 겸손과, 방향이 보일 때 먼저 걸어 들어가는 용기입니다. 저는 담즙산 연구가 지금 바로 그 지점에 서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부터 하실 수 있는 다섯 가지
규칙적으로 드십시오. 담낭은 식사 신호에 맞춰 수축합니다. 끼니를 거르면 담즙이 고이고 정체됩니다.
식이섬유를 늘리십시오. 채소·해조류·통곡은 담즙산의 순환과 배출 리듬을 돕습니다.
발효식품으로 장을 가꾸십시오. 담즙의 성격을 바꾸는 것은 결국 장내미생물입니다.
식후 20분을 걸으십시오. 제가 늘 말씀드리는 그 걸음이, 담즙 흐름과 혈당 리듬을 함께 다스립니다.
황달·회색변·지속되는 우상복부 통증은 반드시 진료를 받으십시오. 이것은 생활요법의 영역이 아닙니다

맺으며
몸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따로 있는 장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간은 장에게 말을 걸고, 장은 미생물과 의논하며, 미생물은 담즙의 성격을 바꾸고, 바뀐 담즙은 다시 간과 면역에 편지를 보냅니다.
노화란 이 편지들이 조금씩 엉키는 일입니다. 그러니 건강한 장수란 어느 하나를 극단적으로 높이는 일이 아니라, 이 오래된 편지길을 끝까지 열어 두는 일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이 길이 쉬이 열리지 않는 분들이 계십니다. 쓸개를 떼어내신 분, 장이 예민하여 늘 더부룩하신 분, 규칙적인 식사조차 형편이 허락지 않는 분들입니다. 저는 그런 분들을 오래 지켜보며 **담즙환(膽汁丸)**이라는 처방을 다듬어 왔습니다. 담(膽)을 '중정지관'으로 본 옛 시선과, 담즙산을 신호체계로 읽는 오늘의 생리학을 한자리에 모은 것으로, 병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담즙이 제 길을 흐르고 장이 제 리듬을 되찾도록 곁에서 거드는 데 뜻을 두었습니다. 대규모 임상으로 완결된 단계는 아닙니다. 다만 그 바탕이 되는 기전이 이토록 뚜렷하니, 도움을 받으실 분이 적지 않으리라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체질과 간담도 기능, 복용 중인 약을 함께 살핀 뒤에 상의하시면 되겠습니다.
오늘 저녁, 규칙적인 밥상과 이십 분의 걸음으로 그 길을 한 번 쓸어 주십시오. 여러분의 가장 젊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김두휘 한의사 보건학 박사

암전문한방병원 새봄의료재단 이사장
압구정린바디한의원 대표원장
항노화 한방성형 장수의학 전문의
유럽 1호 시술 허가 한의사
국제 한방성형협회 회장
대한 한방성형협회 회장
대한민국 최초 한방 성형침 네트워크
대한 한방 피부미용학회 학술이사
비만관리 의원장 (전)
대한 메디컬뷰티협회 이사
코리아 뷰티 디자인협회 상임이사
뉴욕 키토 전문 다이어트 원장
코리아아트뉴스 건강 전문위원
압구정린바디한의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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