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잠수함 수출 실패의 결정적인 원인과 교훈

글: 김진용(국제안보/방위산업 컨설턴트)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에서 한국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캐나다 정부는 독일 TKMS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화오션과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캐나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최대 12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대형 사업이며, TKMS 212CD는 북극 작전, 수중 감시, 특수전 투입, NATO 상호운용성을 갖춘 플랫폼으로 평가되었다. 첫 4척은 2034년 인도 목표로 제시되었다.
이번 결과를 단순히 “한국 잠수함이 독일보다 부족했다”는 식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장보고-Ⅲ(도산안창호급)는 분명 대한민국 해군의 작전환경에 맞추어 발전해 온 우수한 대형 잠수함이다. 그러나 방산 수출의 세계는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대한민국잠수함협회장)이 언론 사설을 통해 지적했듯이 “좋은 잠수함”과 “잘 팔리는 잠수함”은 반드시 같은 개념이 아니다. 세계 시장은 판매자가 자랑하는 성능이 아니라, 구매국이 필요로 하는 작전환경·예산·군수지원·외교적 신뢰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캐나다 사업의 본질은 잠수함 한 척의 성능 비교가 아니라, 수십 년간 운용할 국가안보 체계를 누구와 함께 구축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캐나다는 북극권, 대서양, 태평양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국가다. 장기 MRO, 부품 공급망, 훈련 체계, 성능개량, NATO 동맹 구조 속의 상호운용성까지 모두 고려할 수밖에 없다. 공개 보도와 캐나다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이번 선택은 기술 평가만이 아니라 독일·노르웨이·캐나다를 잇는 장기 안보 파트너십의 성격도 강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역량을 갖고 있다. 배터리, 전자, 자동화, 생산 속도, 가격 경쟁력에서도 강점이 있다. 그러나 잠수함 수출은 조선 기술의 경쟁만이 아니다. 그것은 외교력의 경쟁이고, 신뢰의 경쟁이며,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국가 브랜드의 경쟁이다. 독일 TKMS는 반세기 이상 세계 재래식 잠수함 시장에서 운용 생태계를 쌓아 왔다. 판매 이후의 교육훈련, 군수지원, 개량, 운용 네트워크가 이미 하나의 국제적 신뢰 체계로 작동해 왔다. 한국이 기술적으로 따라잡았다고 해도, 세계 시장에서 “그 나라와 수십 년을 함께해도 안전한가”라는 질문에는 아직 더 많은 축적이 필요하다.
특히 캐나다 사업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우리는 고객의 시각보다 우리의 장점을 앞세웠다. 둘째, 경쟁국의 외교적 기반과 국제 네트워크를 과소평가했다. 셋째, 한 번의 정상외교나 단기 홍보로 수십 년의 신뢰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넷째, 실패 후 냉정한 복기보다 다음 기회에 대한 낙관론으로 너무 빨리 이동해 왔다. 최일 소장의 표현처럼, 실패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실패를 교훈으로 축적하지 못하는 구조다.
필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고 싶다. 지난 홍범도함 화재 참사 이후의 대응도 국제 방산 신뢰에 결코 가볍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2026년 4월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창정비 중이던 해군 214급 잠수함 홍범도함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숨졌다. 경찰과 소방,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은 사고 원인과 안전조치 여부를 조사했다. 일부 보도는 이 사고가 잠수함 MRO와 정밀 무기체계 정비 사업의 신뢰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사고 그 자체만이 아니다. 방산 강국은 사고가 없어서 강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빠르고 투명하게 인정하고, 원인을 공개하며,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재발 방지 체계를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준으로 제시하느냐가 진짜 경쟁력이다. 잠수함은 국가기밀과 안보 장비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닫아버리기 쉬운 분야다. 그러나 수출 시장에서 구매국은 바로 그 지점을 본다. “이 나라는 사고가 났을 때 진실을 말하는가.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가. 실패를 고치고 더 강해지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가.”
홍범도함 사고 이후 정부와 군, 관련 기업이 국민과 국제사회가 체감할 만큼 충분한 투명성을 보여주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질문이 필요하다. 국가기밀을 공개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중대한 사고라면, 최소한 안전관리 체계, 책임 구조, 재발 방지 원칙, 정비 시스템 개선 방향만큼은 정직하게 설명했어야 한다. 방산 수출에서 투명성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잘못을 인정하는 국가는 신뢰를 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기 파트너로서의 자격을 증명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기술 자부심만으로 세계 시장을 설득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 K-방산의 성공은 무기 하나를 잘 만드는 능력에서 출발했지만, 다음 단계는 “그 무기를 수십 년간 책임지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전차와 자주포, 항공기와 함정, 그리고 잠수함은 성격이 다르다. 특히 잠수함은 구매국 해군의 생명과 국가안보의 심장부에 들어가는 체계다. 이 시장에서 신뢰는 계약서보다 오래가고, 불신은 기술 설명서보다 빠르게 퍼진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한국형 수출 잠수함의 표준 모델과 옵션형 모델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장보고-Ⅲ 하나만으로 모든 시장을 설득할 수 없다. 고객국의 해역, 예산, 운용 경험, 정비 능력에 맞춘 중형·연안형·장기작전형 패키지가 필요하다. 둘째, MRO와 후속지원 체계를 수출 전략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셋째, 현지 조선소와의 공동개발, 기술이전, 금융 패키지, 장기 훈련 체계를 단발성 제안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장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 한다. 넷째, 실패 사례를 은폐하거나 잊지 말고 공식 백서와 산업 교훈으로 축적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외교력이다. 방산 수출은 박람회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것은 대사관, 군사교류, 참전 역사, 해군 간 신뢰, 산업협력, 유학생 네트워크, 기술 세미나, 공동훈련, 문화적 친밀감, 그리고 위기 때 보여준 국가의 태도에서 천천히 축적된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악수는 사진으로 남지만, 수십 년간 쌓인 신뢰는 계약으로 남는다.
이번 캐나다 잠수함 수출 실패는 아픈 결과다. 그러나 이것이 대한민국 잠수함 산업의 끝은 아니다. 오히려 진짜 시작일 수 있다. 우리가 이번 실패를 감정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세계 시장의 냉정한 기준을 배우는 계기로 삼는다면 한국 잠수함 산업은 더 강해질 수 있다. 기술은 이미 있다. 산업 기반도 있다. 해군의 운용 경험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것을 세계가 신뢰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외교력과 투명성, 그리고 장기적 국가 전략이다.
잠수함 수출에는 왕도가 없다. 기술은 기본이고, 신뢰는 축적이며, 외교는 지속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해양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실패를 숨기지 말고, 부족함을 인정하며, 고객의 눈으로 세계를 다시 보아야 한다. 지속적인 외교력의 축적만이 성공을 가져온다. 그리고 그 외교력의 출발점은 언제나 정직한 인정과 책임 있는 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