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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엄마·가수… 세 가지 삶을 노래하는 '엄지공주' 이선경

신경식 문화예술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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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육아, 건강의 벽도 음악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목소리가 남아 있는 한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직장인으로 하루를 보내고, 누군가는 두 아이의 엄마로 가족을 돌본다. 그러나 이선경 씨는 그 모든 역할에 더해 무대 위에서는 '엄지공주'라는 이름으로 관객들과 호흡하는 가수이기도 하다.

 

가정과 직장, 그리고 음악이라는 세 가지 삶을 동시에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는 화려한 성공담보다 더 깊은 울림을 전한다.

 

'엄지공주'라는 별명은 학창시절부터 시작됐다. 체구가 작은 이선경 씨가 분홍색 스웨터와 치마를 즐겨 입고 다니자 친구들이 덩치 큰 친구를 '두꺼비왕자', 자신을 '엄지공주'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 애칭은 지금까지도 그의 또 다른 이름으로 남았다.

 

음악과의 인연 역시 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성암여상 축제를 찾았다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그룹사운드 공연을 본 순간 인생의 방향이 결정됐다. 어려서부터 노래와 춤을 좋아했고, (Queen)과 아바(ABBA)의 음악을 즐겨 들었던 그는 "바로 이 길이다"라는 확신이 들어 일부러 그 학교에 진학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컸다고 회상했다.

본격적인 무대 경험은 예상치 못한 계기로 찾아왔다. 27세 때 친구가 몰래 신청한 '젊음의 트로트 가요제'에 떠밀리듯 참가했지만, 학교 밴드 시절 위문공연에서 트로트를 불러본 경험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는 당시 주말대회와 월말, 연말 결선까지 모두 준우승을 차지하며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꼽았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 이후 음악은 잠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육아와 살림, 보컬 레슨을 병행하며 생활했지만 무대를 향한 그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무대에 서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울감도 찾아왔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 시간은 오히려 음악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성대결절을 겪으며 직접 목소리의 소중함을 체감했고, 보컬 레슨을 하면서도 단순히 노래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소리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무대는 지금도 그의 가장 큰 에너지원이다.

"제 노래를 듣고 관객들이 감동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힘을 얻습니다. 그 순간이 바로 제가 음악을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무대 뒤에는 남들이 모르는 고통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이 크게 악화되면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고, 지금도 공연 전 수액을 맞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연이 끝나면 쉽게 방전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만큼 체력적인 부담도 크다.

 

그럼에도 공연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공연 자체가 너무 즐겁습니다. 힘들어도 그 순간을 위해 계속 노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그는 직장생활과 가정을 꾸려가면서 직장인 밴드 '파란소리밴드'의 메인보컬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밴드 멤버들과의 신뢰를 가장 큰 자산으로 꼽았다.

"좋은 앙상블은 서로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멤버 교체 없이 오래 함께해야 진짜 팀워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인 밴드 문화도 예전보다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5일 근무가 정착되고 공연장과 문화공간이 늘어나면서 직장인들도 음악을 취미를 넘어 삶의 일부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현재 함께 활동 중인 파란소리밴드와 지역 축제와 관공서 공연은 물론, 풀밴드뿐 아니라 어쿠스틱 버스킹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오래도록 음악을 이어가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직장인 밴드들이 방송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더 많이 소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 가수만 음악을 하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들도 음악을 즐기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말미, 이선경 씨는 음악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족 다음으로 음악이 제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음악을 하지 않았던 시간은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비록 큰 성공은 하지 못했지만 목소리가 나오고 공연할 체력만 남아 있다면 저는 계속 노래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이루지 못한 작은 꿈도 들려주었다.

"언젠가는 대학축제 무대에 꼭 한 번 서보고 싶어요. 젊은 에너지를 함께 느끼며 노래해 보고 싶습니다.“

 

직장인으로,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음악이라는 꿈을 끝내 놓지 않은 이선경 씨. 그의 삶은 거창한 성공보다도 오래도록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의 진심이 얼마나 큰 울림을 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신경식 문화예술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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