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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예술의 경계를 넘어, 신화가 된 음악...토마 방갈테르의 앨범 《Mythologies》를 듣고

최재우 칼럼니스트
입력
필자: 최재우 문화예술기획 제이비엠 대표

예술은 때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을 전혀 다른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한다. 전자음악의 상징과도 같았던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토마 방갈테르(Thomas Bangalter)가 2023년 클래식 앨범 《Mythologies》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었다. 클럽과 댄스 플로어, 기계적 리듬과 전자음의 세계를 대표하던 음악가가 오케스트라를 위한 발레 음악을 작곡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단순한 장르 전환이 아니라 예술가의 또 다른 탄생을 보여준다.

토마 방갈테르(thomas Bangalter) 2023년 앨범 신화(Mythologies)”

《Mythologies》는 프랑스 안무가 앙줄랭 프렐조카주(Angelin Preljocaj)의 발레 작품 《신화(Mythologies)》를 위해 토마 방갈테르가 작곡한 오케스트라 음악을 담은 앨범이다. 연주는 국립보르도아키텐오케스트라(Orchestre National Bordeaux Aquitaine)가 맡았고, 지휘는 로망 뒤마(Romain Dumas)가 맡았다. 앨범은 워너 클래식 산하의 프랑스 클래식 음반사 에라토(ERATO)를 통해 발표되었으며, 총 2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앨범 커버는 프랑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화가인 스테판 마네(Stéphane Manel)가 작업했다.

다프트 펑크

다프트 펑크는 199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 일렉트로닉 음악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팀이다. 하우스 비트, 샘플링, 디스코적 질감, 필터링된 사운드와 그루비한 베이스 라인은 이후 팝 음악과 댄스 음악, 나아가 K-POP 프로듀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남겼다. 번쩍이는 헬멧과 로봇 코스튬은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강렬한 상징이 되었고, 다프트 펑크는 한 시대의 감각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기억된다.

 

그런 점에서 토마 방갈테르의 《Mythologies》는 더욱 흥미롭다. 그는 과거의 명성을 반복하지 않았다. 전자음악의 언어를 그대로 가져와 클래식에 덧입히는 쉬운 길도 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서 있던 음악적 영토를 조용히 내려놓고, 오케스트라라는 오래된 악기의 숲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리듬보다 선율을, 비트보다 호흡을, 반복보다 서사를 앞세운다.

 

《Mythologies》는 제목 그대로 신화의 세계를 호출한다. 그러나 이 신화는 박물관 속에 갇힌 고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의 무대 위에서 다시 태어난 몸의 움직임이며, 오케스트라의 음향 속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인간의 오래된 감정이다. 신화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최초의 예술적 언어다. 방갈테르는 그 언어를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번역한다.

 

앨범을 듣다 보면 다프트 펑크의 강렬한 전자음과는 다른 방식의 장엄함을 만난다. 여기에는 폭발적인 비트 대신 서서히 밀려오는 긴장감이 있고, 즉각적인 흥분 대신 깊이 있는 몰입이 있다. 현악기의 결은 춤추는 몸의 선을 따라 흐르고, 관악기의 울림은 무대 위 공간을 신화적 장면으로 확장한다. 음악은 무용수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배경에 머물지 않고,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 된다.

 

특히 이 앨범이 인상적인 이유는 토마 방갈테르가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에 갇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성공한 양식을 반복하는 데 머무르지만, 그는 익숙한 껍질을 벗고 낯선 형식 속으로 들어갔다. 그것은 위험한 선택이지만, 예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예술가는 자신이 이미 잘하는 것을 반복할 때보다, 아직 자신도 모르는 세계로 걸어 들어갈 때 더 선명해진다.

 

앨범 커버 역시 이 작품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스테판 마네의 이미지에는 고대 신화를 연상시키는 인물과 풍경, 신비로운 색감이 함께 놓여 있다. 짙고 차분한 색조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음악 전체의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그것은 낙원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평온하지 않고, 신화처럼 아름답지만 어딘가 불안하다. 바로 그 모호함 속에서 《Mythologies》의 매력이 발생한다.

프랑스 무용가 앙줄랭 프렐조카주(Angelin Preljocaj)발레 무용극 신화(Mythologies)”
(4K 울트라HD 고화질 영상 !!!)

발레 작품으로서의 《Mythologies》 또한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흰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는 음악이 단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도 경험되는 예술임을 보여준다. 몸의 움직임, 무대의 빛, 오케스트라의 울림이 하나로 결합할 때 이 작품은 더욱 완전한 형태를 얻는다.

 

토마 방갈테르의 복귀는 화려한 대중음악 스타의 귀환이라기보다, 예술의 경계가 얼마나 유연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전자음악과 클래식, 클럽과 극장, 기계적 사운드와 인간의 몸짓은 서로 멀리 떨어진 세계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두 인간의 감각을 흔들기 위한 예술의 다른 언어들이다. 《Mythologies》는 그 언어들이 만나는 지점에 놓인 앨범이다.

 

이 한 장의 음반은 우리에게 묻는다. 예술가를 하나의 장르 안에 가둘 수 있는가. 음악은 과거의 성공 방식만으로 평가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신화는 정말 오래된 이야기일 뿐인가. 토마 방갈테르는 《Mythologies》를 통해 그 질문에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답한다. 예술은 경계를 넘을 때 다시 태어나고, 신화는 오늘의 무대 위에서도 계속 쓰일 수 있다고.

 

《Mythologies》는 다프트 펑크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뜻밖의 놀라움이고, 클래식과 발레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발견이다. 무엇보다 이 앨범은 한 예술가가 자기 자신을 갱신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전자음악의 로봇 헬멧 너머에 있던 인간 토마 방갈테르가, 이번에는 오케스트라의 숨결 속에서 또 다른 신화를 써 내려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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