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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의 세상보기 : 시] 흔적의 꽃 / 홍영수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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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의 꽃 / 홍영수
장독처럼 불룩 내민 배
중심축의 배꼽에서
부챗살처럼 펼쳐지는
실핏줄 같은 흔적들이
고고呱呱의 울림을 기억하고 있다.
사이사이 갈라진 실금은
잉태의 시점으로 향하고
양수의 물기를 머금은 뱃살이
살 꽃으로 피어날 때
튼 살결은 꽃잎이 된다.
긴장감 잃은 아랫배가
품었던 열 달을 비우니
출렁이는 뱃살엔 꽃이 피고
한 생의 시작을 머금은
흔적의 살갗엔
생명이 남기고 간 자국들이
송이송이 피어 있다.

[시작 노트]
생명이 피워낸 숭고한 훈장인, 흔적의 꽃.
쌍둥이를 임신하고 장독처럼 부풀었던 배, 채웠던 열 달을 비우고 나니 배의 중심축인 배꼽 주위에 튼살이 부챗살처럼 뻗어 나갔다.
한때는 탄탄하고 매끈했을 살갗에 열 달 동안 숨 쉬고 자라난 우주이면서 한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고귀한 발자국을 남겼다. 그 자국들은 세상에서 가장 눈부시게 피어난 살의 꽃이면서 지지 않는 꽃잎이다.
고고한 울림을 견뎌낸 엄마에게 바치는 헌시이자, 갓 태어난 생명이 남긴 거룩한 흔적의 기록이다.
홍영수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 한탄강문학상 대상
- 아산문학상 금상
-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지구의 유언장』, 자연과 인문, 2025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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