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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96] 김순영의 "1회용 맛"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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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맛

김순영

 

마트의 김치찌개, 북어국, 된장찌개

광고에서 떠드는 손맛

3분짜리 손맛

 

장바구니에 담겨

밥상을 찾아간다

 

매운 맛, 순한 맛

정확한 손맛들

사람들 입맛을 정확히 맞춰 주는데,

 

좀 이상하다

밥상 웃음소리는

자꾸만 줄어든다.

 

—《동시발전소》(202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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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맛 _ 김순영 시인

  [해설]

 

   매번 썰렁한 우리들 밥상

 

  1인 가족이 늘어나서 그런지 마트에서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조리가 되는 온갖 종류의 국, 찌개, 반찬을 살 수 있고 반찬 가게들도 생겨나고 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이 동시에 나와 있는 마트의 김치찌개, 북어국, 된장찌개를 조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분이다. 그런데 광고는 엄마의 손맛을 낸다고 하는데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다. 감쪽같이, 거의 비슷하게, 아니면 더 우리네 입맛에 맞게 양념이 되어 있다. 우리는 장바구니에 국거리와 반찬거리를 담아 계산만 하면 음식 장만이 끝난다.

 

  특히 코로나 시대 때 배달 음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 이후 음식의 배달문화는 정착되어 음식점에 가지 않고도 끼니 해결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스마트폰을 톡톡 두드리면 훌륭한 식사가 우리 집 대문 문 앞에 대령해 있다. 중국 음식만 배달되는 시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배달되지 않는 음식이 있는가? 게다가 매운 맛, 순한 맛, 중간 맛을 골라서 주문할 수 있다.

 

  라면의 종류가 근 100가지는 되는 것 같다. 김치도 종류가 다양하다. 햇반이 있으니 식은밥, 진밥, 된밥, 하루 지난 밥 등을 처분할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편리한 시대에 밥상 웃음소리는 자꾸만 줄어드는 것을 김순영 시인은 걱정하고 있다. 가족이 2인이든 3인이든 4인이든 5인이든 한 지붕 아래 살지라도 밥상머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알아서 먹고 알아서 치운다.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면 되고, 설거지하는 시간도 아주 짧다. 가족이 가죽처럼 질긴 관계이면 좋을 텐데, 식구가 세 끼 중 한 끼라도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대사회다. 1회용 맛에 길들여진.

 

  일부러라도 시간을 만들자. 밥상머리에 온 식구가 1주일에 한 번은 다 모이자. 1인 가족이면 간혹 밥 같이 먹는 친구라도 사귀자. 우리는 각자 한 개의 섬이지만 파도가 치는 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비정한 인간관계 혹은 가족관계를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것이 해먹는 혹은 사먹는 밥이다. , 우리 밥 한 번 먹자.

 

  [김순영 시인]

 

  2006년 《오늘의 동시문학》에 동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등단 14년 만에 동시집 『열 살짜리 벽지』를 펴냈다. 한국동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2019년 창작 지원금을 받았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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