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84] 임상근의 "창식이 형 137"
창식이 형 137
임상근
구십오 년의 삶
저녁이면 졌는가 싶다가도
아침이면 활짝 피어나는 나팔꽃 인생
국민 딴따라 전국노래자랑 사회자 송해 선생님
조용히 하늘의 별이 되셨다
송해님이 나팔을 분다
송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전국노래자랑 그만두고
이제는 천국노래자랑 외치려고
천국에 계시는 어머님 곁에서 울보 송해가 마누라 아들 만나
땡 없는 딩동댕만 있는 천국노래자랑 외치며 나팔을 분다
전국을 들쑤셔놓은 두 번의 선거로 민심은 허허하고
둘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송해 님은 오른 손바닥으로 입 쓰다듬으며
전국~~ 하시며 하늘로 소천하셨다
이제 남은 우리는 하나다~~라고 대답할 차례다
창식이 형네 담장에 담청색 나팔꽃이 만발하면
아침 햇살에 담백한 남색이 눈부셨는데
이제부터 나팔꽃이 피어나고
하늘에서 천국~~ 하고 들리면 노래자랑~~ 하고
창식이 형 우리 함께 외쳐요
하늘을 향해 목젖이 보이도록 외쳐봅시다
—『창식이 형 Ⅱ』(도서출판 신정, 2023)

[해설]
온 국민이 사랑했던 송해
‘전국노래자랑’이 시작된 것은 1980년 11월 9일이라고 한다. 몇몇 MC가 이 프로를 진행하다가 1988년 5월 8일부터 송해가 사회를 보기 시작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둔 것이 2022년 5월 15일이므로 장장 34년 동안 이 프로의 MC를 보았다. ‘가요무대’의 김동건,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함께했던 임성훈ㆍ박소현, ‘명랑운동회’의 변웅전 등과 더불어 장수 프로그램의 장수 MC이다. 게다가 ‘전국노래자랑’은 매주 촬영지가 달라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국을 누비며 촬영을 해야만 했다. 2022년 6월 8일에 95세로 작고했는데 엄청난 주당이었다고 한다. 타고난 건강이 부러울 따름이다.
95년 생애에 곡절이 많았다. 황해도 재령 실향민인 송해는 평양에서 노래자랑 진행을 했지만 정작 고향 재령 땅은 밟지 못했다. 이 경험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고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북한에 두고 온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월남한 이후 만나지 못했다.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는데 장남이 스무 살 때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했다.
‘전국노래자랑’을 간혹 봤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가무를 즐긴다. 소박하고 소탈하고 유쾌하고 노래를 잘 부른다. 땡! 하면 안타까워 나도 모르게 울상을 짓고 딩동댕! 하면 박수를 절로 친다. 노래방에서 갈고닦은 실력일 것이다. ‘노래방’이란 곳 자체가 대체로 서민적이다. 100점에 웃고 그 이하 점수에도 웃는다. 동료애나 우정을 다질 때 노래방만큼 좋은 곳이 없다. 애인과 단둘이 가기도 한다. 그럼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 사람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임상근 시인의 제2시집 제목이 ‘창식이 형’이고 제3시집 제목이 ‘창식이 형 Ⅱ’이다. 고향 안동에서 한 살 위인 창식이 형과 같이 자랐는데 어린 시절의 온갖 추억담을 갖고 시를 써 전자에 80편을, 후자에 141편을 실어 총 221편의 연작시를 썼다. 온갖 음식, 온갖 인물, 온갖 놀이. 그런데 「창식이 형 137」은 창식이 형 얘기가 아니고 송해 얘기를 하고 있다. 안동지방에서도 전국노래자랑을 한 적이 있었나 보다. 임상근 시인은 재주가 비상하여 2022년에 안동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청춘음악극 ‘창식이 형 아직 자셨니껴?’를 공연한 적이 있었다. 천만 명을 만난 송해 씨의 뇌리에 임상근 시인은 다른 의미로 자리 잡고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은 천국에서 천국노래자랑 사회를 보고 있을 송해 아저씨(할아버지로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임상근 시인]
《한국문학예술》로 등단. 2022년 <김해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문학세계문학상 본상 수상. 현대시선문학상 영상문학상 수상. 시집 『그리움이란 씨줄에 사랑의 날줄 놓아』『창식이 형』『창식이 형Ⅱ』 출간.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