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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품은 자연미술의 새로운 물결― 서산 S2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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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품은 자연미술의 새로운 물결― 서산 S2 Project

류우강 기자
입력
『벌말 숨, 바다에 닿다』展 통해 지역 신화와 생태 감수성 예술로 승화

 

충남 서산 대산읍 벌천포해수욕장에서 바다를 주제로 한 대규모 자연미술 전시가 열리며, 한국 자연미술의 지형도에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벌말 숨, 바다에 닿다』展은 서산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모여 결성한 S2 Project가 주최한 전시로, 바다를 예술의 캔버스로 삼아 자연과 인간, 신화와 생태, 기억과 회복을 아우르는 깊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깥 자리展’은 벌천포해수욕장 일원에서 진행 중이며,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활용한 대지미술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조기 떼 쉰 마리를 형상화한 작품은 작가들이 직접 해변의 돌을 하나하나 옮기고 쌓아 만든 공동작업으로, 그 규모와 정성에서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자연미술의 계보 속에서 태어난 ‘바다의 예술’
 

한국 자연미술의 대표적인 그룹으로는 공주를 기반으로 한 ‘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와 양평의 ‘바깥미술회두물머리’가 있다. 야투는 숲을, 두물머리는 강과 호수를 무대로 삼아 자연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산의 S2 Project는 바다를 중심으로 한 자연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지역성과 생태적 감수성을 결합한 독창적인 예술 실천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산시 대산읍 벌천포해수욕장 일원에서 진행되며, 지역 설화인 ‘청룡과 황룡과 조기 떼’를 모티프로 삼아 해변의 몽돌을 활용한 대지미술을 구현했다. 수억 년 동안 밀물과 썰물에 닳아온 해변의 돌들이 작가들의 손을 거쳐 조기 떼 쉰 마리의 형상으로 재탄생한 이 작품은, 자연의 순환성과 인간의 기억, 그리고 신화적 상상력을 결합한 상징적 설치미술로 평가받고 있다.
 

‘안 자리’와 ‘바깥 자리’로 나뉜 이중 구조의 전시
 

『벌말 숨, 바다에 닿다』展은 실내 전시인 ‘안 자리展’과 야외 전시인 ‘바깥 자리展’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 자리展’은 지난 6월 15일부터 29일까지 서산시 대산읍 벌천포길 32번지에 위치한 가로림카페에서 개최되었으며, 작가들의 드로잉,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바다와 벌말의 정서를 실내 공간에 담아냈다.
 

반면 ‘바깥 자리展’은 벌천포해수욕장 일원에서 진행 중이며,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활용한 대지미술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조기 떼 쉰 마리를 형상화한 작품은 작가들이 직접 해변의 돌을 하나하나 옮기고 쌓아 만든 공동작업으로, 그 규모와 정성에서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이 작품은 태풍 등 자연재해가 없다면 영구히 전시될 예정으로, 지역의 새로운 문화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바다, 별, 그리고 인간의 회복을 노래하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자연미술을 넘어, 인간의 욕망으로 훼손된 자연에 대한 반성과 회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술평론가 정요섭은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바다는 누워있는 하늘이다. 숨탄 것 모두 거기서 생겨났다. 그립고 사무치는 원망까지 다 받아준다고 바다라 했던가. 높으나 낮은 데 있는 바다는 그래서 하늘이고 어머니이다. 염벗을 일컫는 벌말, 거기에는 수수꽃다리 은하수가 되었고 은빛 조기 떼 별무리가 되었다. 우리를 치유하고 보듬는 바다를 뭉개서 잿빛 연기 가득한 공장을 짓고 당장의 단물에 흡족해했다. 은하도 별무리도 사라진 지금, 바다의 영혼을 달래는 작가들이 바다에 숨 닿고 별을 부른다. 이들이 쌓은 물고기 떼가 누워있는 하늘, 그 바다에 또 다른 별이 될 것이다.”


정 평론가는 바다를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닌, 인간의 기억과 감정, 상처와 치유가 교차하는 존재로 해석하며, 이번 전시가 지닌 상징성과 예술적 깊이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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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작가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예술의 별무리


이번 전시에는 권현칠, 김영자, 김혜화, 김효진, 노정인, 이문희, 이은아, 이희인, 양희분, 장경희, 최경자 등 총 1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서산 지역에 연고를 둔 작가들로, 지역성과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자연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S2 Project 양희분 회장은 “그동안 실내에서 전시 활동을 펼쳐왔으나 이번에는 야외에서 대지미술을 펼치게 됐다”며 “돌을 작가들의 손으로 하나하나 옮기며 쌓은 형상물을 보고 사람들이 감동을 느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바다에 닿은 숨, 별이 된 물고기
 

『벌말 숨, 바다에 닿다』展은 단순한 예술 전시를 넘어, 지역의 신화와 생태, 공동체의 기억과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된 복합적 문화 프로젝트다. 바다에 닿은 작가들의 숨결은 돌로 쌓인 물고기 떼가 되어, 누워있는 하늘 위에 또 다른 별이 되어 반짝이고 있다.
 

이 전시는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 신화와 현실을 잇는 예술의 다리이자, 서산이라는 지역이 품은 문화적 가능성을 예술로 증명하는 현장이 되고 있다. 바다와 별, 그리고 예술이 만나는 이 특별한 전시는, 자연미술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항해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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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예술#서산s2project#양희분작가#자연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