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빅테크와 역대급 '구속력' 메모리 장기계약(LTA) 추진… 수퍼사이클 지속 속 '중국·포스트 HBM' 진짜 전쟁 개막
- 구글·MS 등 100억 달러 규모 선수금 납부 유력… 강력한 '구속력' 확보로 대규모 증설 청신호
- 2027년까지 AI 호황 전망 속, 中 독자 생태계 위협 및 차세대 메모리 'ICMS' 선점 과제 부상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유례없는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 장기공급계약(LTA)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향후 2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안정적 수요를 확보하고 증설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호황 너머 중국의 무서운 기술 추격과 '포스트 HBM' 주도권 다툼이라는 진짜 전쟁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경고한다.

빅테크, 대규모 선수금으로 '구매 보장'… 역대급 '구속력' LTA 추진
최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거대 기업들과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 장기공급계약 체결을 위한 구체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강력한 '구속력'이다.
과거 2019년경에도 유사한 장기계약이 있었으나 강제성이 없어 고객사의 주문 취소가 빈번했다. 반면, 이번 LTA는 고객사가 대규모 선수금을 삼성전자에 미리 납부하고, 수년간 약속한 물량을 구매하지 않을 경우 선수금에서 차감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일례로 MS는 100억 달러(약 13조 원) 이상의 선수금 규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객사가 사실상 구매를 강력히 보장하는 형태다.
가격 측면에서는 현물가와 연동되어 유연하게 조정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장기적인 수요 가시성을 확보,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생산 설비 증설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안정적인 물량 소화로 재고 부담을 줄여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수퍼사이클, 2년 더 지속… 하지만 안주는 '금물'
AI 반도체 수요 폭발로 인한 현재의 반도체 수퍼사이클(장기 호황)은 향후 2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균관대 권석준 교수는 "AI 서버 증설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여 적어도 2026~2027년까지는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호황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다가올 두 가지 진짜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기술독립' 무시 못 할 수준… 10년 내 독자 생태계 구축 경고
첫 번째 위협은 중국의 무서운 기술 추격이다.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극복 대상 기술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다.
권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10나노급 이상 레거시 공정 기술을 거의 정복했다. 가장 치명적인 노광 장비 분야에서도 최신 EUV(극자외선) 장비 수입이 막히자, 이전 세대인 DUV(심자외선)를 개량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플라즈마를 광원으로 쓰는 LPP 방식 장비를 신생 기업들이 개발하는 등 우회 전략을 펴고 있다.
권 교수는 "10년 내 '중국판 ASML'이 등장할 가능성을 이제는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한, 중국은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젊은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정부가 '실패를 용인'하는 장기적 지원('인내 자본')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과거 배터리 시장에서 LFP 배터리로 시장을 장악했듯, 반도체 시장에서도 '규모의 경제'와 '학습곡선'을 통해 레거시 시장부터 장악하고 첨단 기술까지 올라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포스트 HBM' 주도권 다툼… 차세대 유력 후보 'ICMS'
두 번째 위협은 기술적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현재는 HBM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영원한 승자는 없다. 2030년까지는 HBM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이나, 그 이후에는 보완재 또는 대체재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이 꼽는 유력한 차세대 후보는 ICMS(Inference Context Memory Storage, 추론 맥락 메모리 저장장치)이다. ICMS는 GPU 전용 HBM과 일반 대용량 저장장치(SSD 등) 사이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새로운 개념의 메모리다.
HBM이 다 소화하지 못하는 '추론 과정의 맥락'(KV cache) 데이터를 분배하여 저장함으로써 데이터 접근 효율을 강화한다. 엔비디아는 추론 시장 맞춤형 연산 장치로서 ICMS가 포함된 새 메모리 아키텍처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등 메모리 기업들은 ICMS를 '어떤 구조로 구현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은 현재의 수퍼사이클로 인한 호황을 유한한 기회로 인식하고, 다가올 중국의 추격과 기술 표준 변화에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빅테크 LTA 추진은 안정적 기반 확보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최첨단 공정 및 패키징 기술에서 압도적인 격차 유지, HBM 이후 도래할 ICMS 등 차세대 표준 선점, 그리고 고숙련 엔지니어 및 연구 인력 양성에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
반도체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지금의 대응이 미래 주도권을 결정지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