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의 수필 향기] 경계境界와 한계限界 - 최원현
삶에는 보이지 않는 선線들이 있다. 흐릿하면서도 분명한, 잡히지 않으면서도 건드리면 분명히 알 수 있는 선들, 누구는 가볍게 넘어가지만, 누구는 그 앞에서 주춤거린다. 어떤 이에게는 문턱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벽이 된다. 나 또한 그 선 앞에서 때로는 멈추었고, 때로는 넘어섰다. 그것이 내게는 '경계'이자 동시에 '한계'였다.
어린 시절 동네 골목 어귀에는 가지 말라는 곳이 있었다. 이유는 몰랐지만, 늘 낯설고 음울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경계를 넘는 일은 언제나 용기를 필요로 했다... 용기는 자라면서 점점 더 줄어들었다. 학교에서는 책상 위에 금을 긋고 서로의 경계를 나눴다. 공책이 반으로 잘리고, 지우개가 둘로 쪼개졌다. 선 하나로 소통이 막히고, 마음에도 벽이 세워졌다. 별거 아닌 듯한 그 선 하나가 어린 우리를 갈라 놓고는 했다.

인간관계에서도 보이지 않는 선은 늘 있었다. 누군 가와 가까워질 듯 다가가다가도 어느 지점에서 나는 걸음을 멈췄다.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 두려웠다. 상처 받을까 봐, 상처를 줄까 봐. 사람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문턱이 있었고, 어떤 이는 쉽게 들어왔으나 어떤 이는 아예 발도 들이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서야 알았다. 그 많은 경계들은 세상이 만든 것 같지만 사실은 대부분 내가 만든 것이었다는 것을. 나를 지키려 세운 벽들이 오히려 나를 가두고 있었다는 것을. 한계는 어떤 것의 끝이 아니라 다만 익숙함만의 끝이라는 것을. 그러나 또 알았다. 경계가 있었기에 길을 잃지 않았고, 한계가 있었기에 내 안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것을. 넘지 못한 자리에서조차 나는 조금씩 내 중심에 가까워졌다. 이제는 묻는다. '넘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넘지 못하더라도 그 자리에 머물며 무엇을 볼 수 있을까'하고.
젊은 날, 나는 처음으로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시를 쓰고 글을 썼으나, 누군가의 한마디에 멈추어 서곤 했다. "이건 너다운 글이 아니야." 그 말은 나의 펜 끝을 멈추게 했고, 나 자신마저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문이 닫혔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외부의 장벽이 아니라 내가 만든 문턱이었다. 비판에 취약한 마음, 실패를 두려워하며 시작조차 미루던 습관, 그것이 또 나의 한계였다. 그러나 수필은 나에게 다른 길을 가르쳤다. 넘지 못하더라도 그 경계를 바라보라, 한계를 밀어내려 애쓰지 말고 그 앞에 잠시 앉아 있어보라. 수필은 그렇게 내 안의 경계와 마주 앉게 했고, 그 자리에 머무는 법을 알려주었다.
삶은 끊임없이 경계를 인식하고, 그 앞에서 균형을 잡는 일일 것이다. 경계를 넘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다. 넘지 못함을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 삶을 새기는 것 또한 한계를 넘어서는 길이다. 외면했던 수많은 경계들, 지레 포기했던 한계들 속에도 삶의 진실한 조각들이 숨어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경계에 선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성장이며, 한계를 마주한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경계와 한계는 결국 내가 품어야 할 삶의 숨결이고, 그 앞에 선 나는 여전히 살아있는 존재다.
경계와 한계를 나는 오히려 삶의 동반자로 품는다.
- 최원현의 '경계境界와 한계限界' 중에서

[작가의 생각]
우리는 살아오면서 경계와 한계 속에서 때로는 두려움을, 슬픔을, 아픔을 많이 느꼈습니다.
어린 시절, 한 책상에 두 명씩 짝이 되어 앉았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누군가 가 자기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옆에 앉은 친구가 자신의 공간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책상에 자로, 반으로 나눠 줄을 긋고 그 줄을 넘어오면 어떤 불상사가 벌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상대 짝꿍에 따라서 그 일은 무척 신경 쓰이는 일이 되기도 하여 공책이 찢어지기도 하고, 지우개가 반토막이 나기도 하는 일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 경계선은 상대의 행동을 감시하고 제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가장 가까이에서 경계를 지어 상대방을 괴롭히는 일이었습니다.
경계는 '넘어가지 말라'는 뜻이 포함된 이쪽과 저쪽이 구분되는 선이고, 한계는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느끼는 선으로, 능력의 제한선이나 목표를 향한 과정의 한 지점입니다.
공사장의 경계선은 위험을 표시하기도 하고, 안전을 위해 '더 이상은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의 선이 되기도 합니다. 인도는 사람들이 다니는 도로이고 차도는 차들이 다니는 도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가끔 자동차가 차도를 벗어나 인도로 돌진하여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일어납니다. 이처럼 경계를 벗어나면 위험한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누군가 웃고 있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게 되는데, 그 웃음은 경계를 허물기 때문이며, 화난 표정이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 한 발 가까이 다가가려 하다가 순간 멈칫하게 되는데, 그러한 표정은 오히려 경계를 만드는 것으로 '다가오지 말라'는 무언의 표시가 됩니다.
두려움이 커질수록 한계도 커지는데, 두려움의 존재를 알게 되면 용기는 커지고, 두려움을 이겨낼 때 한계도 사라지게 됩니다. 한계에 부딪혔을 때 문제해결은, 그 문제를 직시하고 그대로 받아들여 인식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걸음으로, 문제를 똑바로 마주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작가는, 자신이 경계와 한계를 자신의 삶 속에서 함께 걸어가야 할 동반자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경계를 잘 살피고 한계를 잘 극복해나간다면 분명 만족할만한 삶을 살아가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웃는 얼굴에 복이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웃음은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을 도와, 긴장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주어 면역력을 높이고 혈액순환을 돕는 윤활유로써, 서로에게 친근히 다가갈 수 있게 하는 '마음을 여는 열쇠'입니다.
웃음은 진실한 삶의 활력소입니다.
'긍정적인 태도가 행운을 가져 온다'라고 하니 매일 웃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김영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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