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72] 김조민의 "쿠키를 쿠키처럼"
쿠키를 쿠키처럼
김조민
쿠키는 깨끗하게 먹을 수 없어요
와삭 깨물면 떨어지는 부스러기들 때문일까요
부서짐에서 시작된 명징한 추락 때문일까요
말라버린 혀가 감싸지 못해서일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쿠키를 커피와 함께 먹나 봐요
동그랗고 울퉁불퉁한 쿠키를
정성스레 커피에 녹여 먹나 봐요
엄마도 아빠도 내게 가르쳐 주지 않았는 걸요
세상은 쿠키 같아서
쓰디쓴 시간에 물들여 먹어야 한다는 걸요
하지만 이제부터 제가 알아서 할게요
말끔한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는 무서운 오해를
오늘도 한 입 크게 베어 물어요
와라락 떨어지는 건 어쩌면
걱정 없는 당신의 걱정이겠죠
상관없어요 쿠키는 쿠키니까
—『힘없는 질투』(서정시학, 2025)

[해설]
쿠키의 역사는? 커피의 역사는?
쿠키는 달고 커피는 쓰다. 달지 않은 쿠키도 있긴 할 것이다. 설탕 넣은 커피는 그리 쓰지 않지만 대체로 단 쿠키, 쓴 커피다. 쿠키를 커피에 찍어 먹으면 안성맞춤이요 찰떡궁합이다. 게다가 쿠키는 잘 부스러져 부스러기가 튀는데 커피에 찍어 먹으면 그런 지저분함이 사라진다. “쿠키를 쿠키처럼” 먹는다는 것은 부스러기를 남기면서 먹는다는 것일까, 커피에 찍어 깔끔하게 먹는다는 것일까.
이 시는 주제가 없는 듯하지만 “세상은 쿠키 같아서/ 쓰디쓴 시간에 물들여 먹어야 한다는 걸요”에 잘 나타나 있다. 완전히 역설이다. 다른 시인이라면 “세상은 커피 같아서/ 달콤한 쿠키를 찍어 먹어야 한다는 걸요”라고 썼겠지만 김조민 시인은 이 세상의 시간은 쓰디쓰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머리 좋은 중국인이 만들어낸 낱말인 고해(苦海)나 내가 좋아하는 미국의 팝 ‘Sea of Heartbreak’는 다 인생살이가 힘듦을 얘기해주고 있다.
쿠키는 쿠키고 커피는 커피다. 인생은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중 어느 한쪽만 계속되지 않는다. 조화가 중요하겠지만 시인의 생각은 쿠키를 꼭 커피에 찍어 먹어야 하느냐, 안 그러면 어떠냐 하는 것이다. 쿠키를 쿠키대로 먹고 커피는 커피대로 마셔도 뭐 어떤가. 세상사도 엎친 데 덮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불행이 겹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쿠키의 역사를 알아보았다. 페르시아에서 설탕 사용이 확산된 직후 쿠키가 등장했고, 무슬림의 스페인 정복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무슬림이 온갖 걸 다했다. 14세기까지 유럽 전역에서 왕실부터 노점상까지 널리 소비되었다. 1620년대 후반 네덜란드인이 뉴암스테르담에 정착하며 쿠키가 미국으로 들어왔다. 1703년 뉴욕의 네덜란드인 장례식에서 쿠키 제공 기록이 있으며, 18세기에는 버터와 설탕이 들어가고 크림 스타일이 흔해졌다고 한다. 1912년 오레오가 탄생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쿠키가 되었다. 1930년대 루스 웨이크필드의 실수로 탄생한 초코칩 쿠키는 1939년 네슬레가 상표권을 사들여 보급되었단다.
커피의 역사는? 동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중동, 유럽, 인도 등으로 퍼졌는데, 기원은 에티오피아 카파 주에서 850년경에 시작되었다. 커피는 처음에는 의약품으로 쓰이다 11세기경 음료로 전환되었다. 15세기 후반 아라비아 전역으로 퍼졌고 1510년 카이로까지 전해졌다. 1615년 베니스의 상인들이 서유럽에 들여왔고, 1683년 비엔나 전투 후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열렸다. 17세기 말 온실 재배가 성공해 루이 14세에게 선물된 나무가 커피의 시조로 여겨진단다. 인내는 쓰다, 그 열매는 달다고 하는데 지금부터는 커피는 쓰다, 그 소비층은 중독이다라고 해야 할까? 대한민국에 커피점이 왜 이렇게 많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쿠키를 커피에 찍어 먹는 운동을 펴면 쿠키 판매량이 확 늘어날 테지만 김조민 시인이 반대한다. 쿠키를 쿠키처럼! 커피를 커피처럼!
[김조민 시인]
2013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2019년 미래서정문학상 수상. 2024년 아르코 문학창작산실 지원금 수혜. 유튜브 ‘시읽는 고양이’ 크리에이터. 웹진 《시인광장 디카시》 편집주간.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