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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규 칼럼] AI는 신도 악마도 아니다

조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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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신입니까? AGI는 천사입니까, 아니면 악마입니까? 인공지능을 둘러싼 오늘의 논쟁은 종종 종교적 상상력에 가깝습니다. 어떤 이는 인공지능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구원의 기술처럼 말하고, 또 어떤 이는 통제 불가능한 재앙의 전조처럼 받아들입니다.

AGI, 곧 범용인공지능을 두고 천사인가, 악마인가 라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자면, 기술은 본래 신도 악마도 아니었습니다.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의도와 제도의 수준을 비추는 거울이었고, 그 힘을 확대하는 증폭기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AI는 선한가, 악한가'가 아니다.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 강력한 도구가 누구의 손에, 어떤 규칙 아래, 어떤 책임 구조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가. 이 질문으로 넘어가지 못하면, 우리는 기술을 이해하는 대신 숭배하거나 공포의 대상으로 소비하게 될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는 분명합니다. 화약은 광산 개발과 토목 공사를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전쟁을 산업화했습니다. 전기는 도시를 밝히는 문명이 되었지만, 대량파괴의 기반 시설이 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역시 지식과 표현의 자유를 획기적으로 넓혔지만, 허위정보와 증오, 범죄의 네트워크를 함께 키웠습니다. 인공지능도 이 오래된 역사적 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AI는 선한가, 악한가'가 아닙니다.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강력한 도구가 누구의 손에, 어떤 규칙 아래, 어떤 책임 구조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가. 이 질문으로 넘어가지 못하면, 우리는 기술을 이해하는 대신 숭배하거나 공포의 대상으로 소비하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현실의 효용과 위험을 동시에 증명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긍정적 효과는 더 이상 추상적 기대가 아닙니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구체적 성과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AI가 표적 발굴, 후보 물질 설계, 안전성 예측 같은 초기 단계에서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AI가 약을 순식간에 만들어낸다는 식의 과장은 경계해야 합니다. 미국 FDA도 AI가 신약 개발 전 주기에 걸쳐 빠르게 활용되고 있다고 보면서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위한 위험기반 규제 체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Nature 역시 AI가 전임상 이전 단계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잠재력은 크지만, 기업 발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독립적 검증과 임상적 확인이 필수라고 지적합니다. 다시 말해 AI는 마법이 아니라, 실패 확률이 높은 탐색 과정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의료 영역에서도 가능성과 한계가 함께 드러납니다. 실제 유방암 검진 현장에 AI를 도입한 독일의 대규모 연구에서는 AI 지원 판독이 암 발견률을 높였고, 일부 연구에서는 천 명당 추가 암 발견이 보고되었습니다. 또 다른 연구들에서는 AI가 영상 판독 시간을 줄이고 의사의 민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과잉진단 가능성, 재현성, 실제 임상 환경에서의 편차, 지속적 감시 필요성도 함께 제기됩니다. 결국 AI 의료는 인간 의사를 대체하는 기계가 아니라, 잘 설계된 감독 체계 안에서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는 체계로 현재는 이해하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산업과 농업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납니다. 제조업의 예지보전은 설비가 완전히 고장 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센서 데이터와 AI 분석을 통해 고장을 사전에 감지하려는 접근입니다. IBM은 이러한 방식이 계획되지 않은 가동 중단을 줄이고 유지보수 비용을 낮추며, 무엇보다 대형 사고 가능성을 줄여 작업자 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농업에서는 FAO가 위성영상, 지리정보, 머신러닝을 결합해 가뭄·수분 스트레스·병해충을 조기에 탐지하고, 물 사용과 파종·수확 의사결정을 개선하는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추상적 미래 기술이 아니라, 이미 식량과 산업 안전의 문제에 실용적으로 결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부정적 효과 역시 같은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선거와 민주주의의 영역에서 AI는 허위정보를 훨씬 정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브레넌센터 보고서는 생성형 AI가 음성, 이미지, 텍스트, 영상, 심지어 악성코드까지 선거 과정에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음성 복제와 딥페이크는 유권자뿐 아니라 선거 실무자 내부의 신뢰 체계까지 흔들 수 있습니다. 공식처럼 들리는 거짓이 등장하면, 민주주의는 단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는 비용과 시간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될 것입니다.


사이버 범죄의 진화는 더 노골적입니다. 앨런 튜링 연구소 산하 CETaS 보고서는 AI가 피싱과 사기를 자동화하고, 문장 품질과 설득력을 높이며, 음성과 영상까지 결합한 다중양식 사기를 가능하게 한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합성 음성·영상이 결합된 사기로 거액의 손실이 발생한 사례가 보도되었습니다. 과거의 사기는 어설픈 문장과 허술한 위장 때문에 탐지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너무 그럴듯해서 속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 재편도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스탠퍼드 HAI의 2026 AI Index는 생산성 향상이 측정되는 분야에서 초급 일자리 감소가 동시에 관찰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미국의 22세에서 25세 개발자 고용은 2024년 대비 거의 20% 감소한 반면, 고연령 개발자 수는 증가했습니다. 이는 “AI가 일자리를 모두 없앤다”는 단순한 종말론의 근거는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동시장 충격이 모든 세대와 모든 숙련도에 균등하게 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곳은 대개 경력 초입의 진입로입니다.
 

여기에 더해 편향의 문제는 여전히 구조적입니다. OECD는 AI 시스템이 기존 사회의 성별·인종·계층 편향을 학습해 반영하거나 심지어 증폭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채용, 대출, 형사사법 같은 고위험 영역에서 설명 가능성이 부족한 모델이 사용될 경우, 불이익은 자동화되지만 책임은 흐려지는 상황이 생깁니다. 기계가 판단했다고 해서 차별이 중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불투명한 시스템은 차별을 더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기술의 선악이 아니라, 거버넌스의 공백에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논의는 기술 자체에서 제도의 문제로 넘어가야 합니다. 인공지능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알고리즘의 성능만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소유 구조, 책임 구조, 국제 규범, 사회 안전망의 수준입니다. 다시 말해 위험의 핵심은 AI의 존재가 아니라 AI를 둘러싼 거버넌스의 지체에 있습니다.
 

자본과 인프라의 집중입니다. 오늘날 최첨단 AI는 막대한 연산 자원, 데이터, 전력, 반도체 공급망, 클라우드 인프라를 필요로 합니다. 그 결과 모델의 개발과 배포 권한은 극히 소수의 국가와 기업으로 집중됩니다. 유엔 고위급 자문기구는 이러한 흐름이 세계적 차원에서 권력과 부의 집중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의 AI 의사결정 집중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AI Now Institute 역시 오늘의 더 큰 모델이 더 낫다는 패러다임이 빅테크가 보유한 자원 우위와 정확히 맞물려 시장 지배를 고착화한다고 분석합니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공정한 접근성과 공적 통제도 강화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은 혁신의 도구이기보다 권력 집중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노동 전환 비용의 비대칭성입니다. AI는 평균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 과실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는 자동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자본과 고숙련 인력이 더 큰 이익을 얻고, 초급 인력과 전환 취약 계층이 더 큰 충격을 떠안을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문제는 개인이 더 노력하면 된다는 도덕적 메시지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재교육, 전직 지원, 임금 보전, 첫 취업 진입로 보호 같은 사회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생산성 혁신은 곧바로 불평등 혁신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 규범의 부재입니다. 유엔 보고서가 지적하듯 현재 AI 거버넌스에는 대표성의 격차, 조정의 격차, 이행의 격차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일부 국가는 대규모 AI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다수 국가는 규칙 형성 과정에서 배제되어 있고, 각국 제도는 서로 호환되지 않으며, 선언적 원칙은 실제 집행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전성 평가, 데이터 주권, 군사적 활용, 공공영역 도입 기준 같은 핵심 의제에서 국제적 합의가 여전히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대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AGI를 신격화하거나 악마화하는 태도는 모두 현실을 흐립니다. 우리가 당장 집중해야 할 것은 투명성 의무, 독립적 검증, 설명 가능성 기준, 피해 구제 절차, 노동 전환 안전망, 국제 협력 메커니즘 같은 설계 가능한 장치들입니다. 기술의 미래는 예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은 신도 아니고 악마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 사회의 능력과 의도를 극단적으로 확대하는 가장 강력한 증폭기이다.  선의를 넣으면 선의가 커질 수 있고, 탐욕과 무책임을 넣으면 그 역시 훨씬 더 위험한 규모로 증폭될 수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 시대의 본질적 질문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우리는 이 도구를 통해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바로 그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인간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일입니다. 인공지능이 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정리하고, 문장을 만들고, 예측을 수행하는 시대에 단순 암기와 반복 재생산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더 중요해지는 것은 무엇이 타당한 질문인지 가려내는 능력, 서로 다른 영역의 지식을 연결하는 능력, 사실과 주장 사이의 간격을 식별하는 능력, 그리고 효율보다 먼저 윤리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판단력입니다.
 

100년을 이끌 인재, 교육부터 바꿔야 합니다. 다가올 100년의 경쟁력은 자원도, 영토도 아닌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제 교육은 산업화 시대의 정답을 반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더 이상 지시를 잘 따르는 노동자를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창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키우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AI가 반복적인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에는 암기력보다 사고력,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능력이 더 큰 경쟁력이 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협업 능력, 인문학적 소양, 디지털 역량, 그리고 윤리의식을 함께 갖춘 창의적 인재가 국가의 미래를 이끌 것입니다. 학교는 시험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꿈을 실험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노동력을 양성하는 교육에서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정답을 외우는 교육에서 미래를 만드는 교육으로.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 교육혁명의 출발점입니다.
 

결국 인공지능은 신도 아니고 악마도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 사회의 능력과 의도를 극단적으로 확대하는 가장 강력한 증폭기입니다. 선의를 넣으면 선의가 커질 수 있고, 탐욕과 무책임을 넣으면 그 역시 훨씬 더 위험한 규모로 증폭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시대의 본질적 질문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 도구를 통해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 질문 앞에서 인간은 더 이상 기술의 구경꾼이어서는 안 됩니다. 인공지능의 방향을 결정하는 최종 행위자는 여전히 인간이며, 그 책임 또한 인간에게 남아 있습니다. 미래는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작성하지 않습니다. 미래는 제도와 원칙, 그리고 오늘 우리가 내리는 선택의 총합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렇기에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먼저 업그레이드되어야 할 것은 기계의 성능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책임 윤리일 것입니다.


조선규 | 칼럼니스트  

조선규 칼럼니스트

 

35여 년간 교육과 기업 경영, 그리고 지역 사회 발전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해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업을 통해 길을 열었으며, 현재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더 따뜻하고 공정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조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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