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헌의 음악단상 1] “LP에서 AI까지, 변하지 않는 클래식의 힘”
영상 플랫폼의 등장 이전으로 돌아가 보자. 필자의 기억 속, LP판으로 음악을 듣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수십장의 엘피와 턴테이블을 보물처럼 간직하시던 모습은, 곧 카세트테이프와 전축으로 대체되었다. 이때부터는 필자도 앞뒤 되감기 하며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다. 시간이 더 지나며 테이프는 CD, CD는 MP3음원, 음원은 앱 스트리밍으로 옮겨갔다. AI의 등장과 함께, 이제는 선곡조차 시스템에 맡기게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음악은 아트 감상에서 기성품 소비의 영역으로, 그리고 이 기성품을 선택이 아닌 제공 받는 것으로까지 그 형태를 탈바꿈했다.

이러한 세태 속 유난히 돋보이는 이 장르가 있으니, 바로 클래식이다. 2026년, 올해는 모차르트의 탄생 2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모차르트라고 이를 예상했을까. 자신의 음악이 3세기 가까이 지나도록 살아있을 줄이야. 그가 나고 자란 오스트리아는 제국의 흥망성쇠를 거쳐 이제는 여러 개로 나눠진 작은 나라가 되었지만, 그의 음악은 지구 반대편인 대한민국에서도 들을 만큼 글로벌한 콘텐츠가 되었다. K -pop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이것이 하나의 유행이란 것을 이미 안다. 아바와 셀린 디옹의 유로비전이 그랬고, 마이클 잭슨과 마룬파이브의 빌보드도 마찬가지였다.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는 것은 언젠가 그 유행에서 내려온다는 것을 의미했고,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흐름 속 클래식 음악이 영속에 준하는 생존력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이 음악이 가진 무언가 특별함이 있기 마련. 필자는 이 특별함을 클래식이 '개인의 음악'이기 때문이라 주장하고자 한다.
누가 뭐라 해도, 대중가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 하면, 소비자의 니즈란 것엔 이견이 없을 터, 여기서 작곡가의 의도와 유니크함은 어쩔 수 없이 차순위가 된다. 보다 많은 사람이 들어주길 바라는 입장에서, 이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반대로, 클래식 음악은 작곡가의 의도가 우선된다. 물론 이 씬에도 대중의 니즈를 우선한 음악들이 있지만, 신기하게도 오늘날엔 시즈널한, 혹은 이벤트적인 용도로 소비될 뿐, 주류엔 끼지 못한다. 작곡가가 먼저 드러나는 이 음악엔, 당연하게도 그 시대적 사건들, 그 속을 살아가던 작곡가 개인의 일상, 그리고 이를 통해 그가 느낀 감정들이 여실히 담긴다. 중요한 순서가 바로 이 부분인데, 이 흐름의 연쇄가 리스너에게까지 투영된다는 점이다. 최종적으로 클래식 음악은 이를 듣는 개인의 시대적 배경, 이 속에서 사는 개인의 일상, 그리고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오직 본인만이 느낄 수 있는 이 유일한 엑스터시 속엔, 음악과 나, 오직 둘만 남는다. 개인의 음악 클래식이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혹자는 이것이 클래식 음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반론한다. 맞는 말이다. 더 정확히는 클래식 음악이 이 부분으로 훨씬 특화되었다고 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필자는 이러한 개인의 음악을 보다 더 많은 사람이 향유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본 시리즈 연재를 시작하고자 한다다. 물론 나름의 허들은 존재한다. 작곡가 개인의 이야기가 많을수록, 당연히 더 많은 생각을 하며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론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 피아노 선율은 왜 이렇게 들릴까, 갑자기 트럼펫이 등장하는 것은 왜일까 등등. 3, 400년 전의 음악인 만큼, 이는 당연하며, 필자가 감상에 적합한 선에서 보충할 예정이므로 걱정은 내려 놓아주시길 바란다.
이제 마무리이다. 수미일관의 방식은 필자가 음악감상을 처음 시작한 카세트테이프의 방식, 무엇보다 클래식 음악이 가장 사랑하는 방식이므로, 이렇게 마무리하고자 한다. LP, 카세트테이프, CD, 스트리밍을 거친 음악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모를 거듭할 것이다. 현재의 AI 혁신을 통한 향후 변화의 가속도 증가가 이미 확정된 시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음악은 작곡가를 통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되묻는다. ‘나의 이야기는 너에겐 어떤 이야기가 됐니’. 오직 당신만을 위한 클래식, 이 음악이 당신만의 유일한 '개인의 음악'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맺는다.
김의헌
클래식 음악 작곡가, 음악콘텐츠 제작하는 데이나이트뮤직그룹 운영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