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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얼굴 아래 숨은 갈망의 결… 갤러리 누보, 정지아 개인전 《CRAVE》 개최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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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돌문화공원 안에 자리한 갤러리 누보가 2026년 봄, 젊은 회화 작가 정지아의 개인전 《CRAVE》를 선보인다. 전시는 3월 14일부터 4월 30일까지 열리며, 갤러리 누보가 새롭게 기획한 신진작가 발굴 프로젝트 ‘NEW FACE 2026’의 첫 번째 전시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정지아 개인전 포스터 / 갤러리 누보 제공

정지아의 작품을 마주하면 먼저 고요함이 다가온다. 작품 속 인물은 말을 아끼는 듯 정적이고 단정하다. 그러나 그 정적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다. 꽃과 개미, 별, 화살과 같은 상징적 요소들이 얼굴과 몸 주변에 배치되며, 인물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감정의 진동을 암시한다. 멈춰 있는 듯 보이는 얼굴 안에서 욕망은 자라고, 또 스러진다. 이번 전시 제목 ‘CRAVE’는 바로 그 지점을 응시한다.

Bluebird syndromeⅡ,  2024, 장지에 채색, 53x80.3cm

전시는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내면에서는 멈추지 않는 존재의 갈망과 소멸의 과정을 포착한 최신작 20여 점으로 구성된다. 정지아는 젊은 세대가 감각하는 불안, 욕망, 아름다움, 그리고 존재의 흔들림을 섬세한 화면으로 끌어올린다. 그의 회화는 직접적으로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절제된 표정과 상징적 장치를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감정을 읽게 만든다. 그래서 작품 앞에 선 관람자는 한 사람의 얼굴을 보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비춰보게 된다.

정지아 개인전 초대의 글 / 갤러리 누보 제공

정지아 작가는 한국화의 기반 위에 중국 북경의 Central Academy of Fine Arts에서 중국화를 전공하며 동양 회화의 폭을 넓혀온 젊은 예술가다. 그의 작업은 동양화 전통 채색의 정교함과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품고 있다. 부드럽고 매끈한 색면, 절제된 인물 표현은 전통 회화의 미감을 떠올리게 하지만, 강렬한 색채와 팝적인 상징의 결합은 분명 동시대적이다. 전통과 현대, 고요와 불안, 절제와 욕망이 한 화면 안에서 교차하는 것이다.

화려한 소멸, 2026, Color on Korean paper, 65.1x100cm

이 같은 작업 세계는 이미 미술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정 작가는 2023년 K-Artist 그랑프리(대상), 2024년 아트코리아 평론가상을 수상하며 등단 초기부터 성장 가능성이 큰 작가로 평가받아 왔다. 단지 젊다는 이유만으로 기대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화면 언어로 동양적 인물화를 새롭게 갱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찬란한 통증Ⅰ, 2024, Color on silk, 116.8x80.3cm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 누보 송정희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신진작가 발굴에 힘을 싣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정지아를 그 첫 출발점으로 선택했다. 송 대표는 인간의 얼굴을 통해 존재의 흔들림과 욕망, 고뇌, 그리고 삶의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정지아의 시선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고 전했다. 이러한 평가는 평단에서도 이어진다.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정지아의 회화에 대해 “젊은 세대의 감수성과 동양적 회화 전통이 결합된 새로운 인물화”라고 평했다.

우연을 먹고자란 별 No.2, 2024,장지에 채색,80.3x53cm

작가 역시 자신의 시선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정지아는 작가노트를 통해 그림 속 얼굴들이 흔들림을 품고도 각자의 속도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인물은 특정 개인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감정의 초상이 된다. 정적인 얼굴은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시대의 감수성과 내면의 진동을 담아낸 하나의 풍경이다.

와르르, 2024, 장지에 채색, 80.3x116.8cm

전시 오프닝은 3월 14일 토요일 오후 4시에 진행되며, 이날에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함께 마련된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가의 직접적인 설명과 생각을 통해 작업 세계를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갤러리 누보의 《CRAVE》는 한 젊은 작가의 개인전을 넘어, 지금 이 시대의 감정과 욕망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전시다. 고요한 화면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 숨어 있는 불안과 아름다움,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 삶의 의지를 만나게 된다. 봄의 제주에서 펼쳐지는 이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지아 개인전 포스터 / 갤러리 누보 제공

전시 정보

 

전시명: 정지아 개인전 《CRAVE》
기간: 2026년 3월 14일 ~ 4월 30일 (월요일 휴관)
장소: 갤러리 누보(제주돌문화공원 내 제2코스 입구, 돌박물관 출구)
오프닝: 2026년 3월 14일(토) 오후 4시
관람시간: 오전 9시 30분 ~ 오후 5시 30분
문의: 064-727-7790, 010-5011-4642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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