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순의 삼삼한 음악이야기 25] 노래가 위로가 될 때 - 르네 플레밍, 품격으로 시대를 건넌 디바
디바의 목소리는 왜 사람을 안심시키는가
오페라 무대에는 수많은 디바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위로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목소리가 있다. 바로 Renée Fleming이다.
르네 플레밍의 노래는 관객을 압도하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감싸 안는다. 그녀의 목소리는 승부의 소리가 아니라, 머물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음성이다.
1. 미국이 낳은 서정의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 음악 교사였던 부모 아래에서 자랐다.
그녀의 음악은 일찍부터 경쟁보다 교육과 호흡 속에서 성장했다.
줄리아드 음악원과 커티스 음악원을 거치며 정통 성악 훈련을 받았으나, 그녀의 소리는 언제나 기술보다 서정이 앞섰다. 이 점이 훗날 그녀를 ‘미국의 디바’라 불리게 한 결정적 이유이다.
2. 화려함보다 깊이를 택한 무대
르네 플레밍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 국립 오페라, 코벤트 가든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프리마돈나로 활약했다. 그러나 그녀의 무대는 늘 절제되어 있었다.
고음을 과시하지 않았고, 비극을 과장하지도 않았다. 대신 숨과 호흡, 음과 음 사이의 여백으로
인물의 감정을 완성했다. 그래서 그녀의 마르샬린, 데스데모나, 아라벨라는 늘 ‘연기된 인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으로 기억된다.
3. 오페라의 울타리를 넘어선 목소리
르네 플레밍은 오페라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녀는 재즈, 가곡, 영화음악, 심지어 슈퍼볼 국가 연주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확장했다.
이는 장르를 넘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목소리가 사람에게 닿는 방식을 넓히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녀의 노래는 극장에 오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클래식의 온기를 전하는 다리가 되었다.
4. 강한 디바가 아닌, 오래 남는 디바
르네 플레밍은 논란의 디바도, 파격의 디바도 아니다.
그녀는 시간을 견디는 디바이다.
성악가로서의 긴 생애 동안 목소리를 소모하지 않았고, 자신을 혹사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 그녀의 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이는 단순한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다.
5. 노래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증명
르네 플레밍의 노래에는 비극을 끌어당기는 힘보다 상처를 가라앉히는 힘이 있다.
그녀의 음악은 “울어라”가 아니라 “괜찮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의 목소리는 불안한 시대일수록 더 자주 소환된다.
르네 플레밍은 노래가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디바이다.
맺음말 │ 품격은 목소리에 남는다
르네 플레밍은 역사를 뒤흔든 디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디바이다.
강렬한 한 순간보다 조용한 긴 시간을 택한 선택.
그것이 그녀의 음악을 지금까지 살아 있게 한다.
지영순의 삼삼한 음악이야기 24탄, 위로의 목소리, 르네 플레밍이었다.
Soprano 디바돌체 지영순 교수

이화여대 성악과 졸
이탈리아 빠르나조아카데미아 졸
이탈리아 오페라하우제아카데미 아디플로마
러시아 쌍페떼르부르그음악원 디플로마
오페라 라보엠,카르멘,휘가로의 결혼 등 주역 출연
주성대,청주대,서원대,경기대대학원 강사 역임
현, 뮤직라이프 대표,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