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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희무브포켓, 몸으로 엮어낸 삶의 파편들… 단독공연 《바다와 조각들》 4월 16일 청주서 개최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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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충북무용제 초청작이자 이지희무브포켓의 단독공연 《바다와 조각들》이 오는 4월 16일 오후 7시 30분, 청주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이번 무대는 삶의 작은 순간들과 감정의 결, 그리고 시간의 흔적을 오롯이 몸의 언어로 풀어내며, 예술이 인간의 내면과 어떻게 깊이 호흡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특별한 공연으로 마련됐다.

이지희 무브포켓 제공

공연의 제목인 《바다와 조각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은유다. 넓고 깊은 바다가 삶의 거대한 흐름을 상징한다면, 그 안을 떠다니는 수많은 조각들은 우리가 지나온 시간 속에서 건져 올린 감정의 파편들이다. 이번 공연은 그 조각들을 주워 모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는 작업이다. 무대 위에서는 흘러가고, 부서지고, 다시 스며들며 일어나는 존재의 감각이 물의 이미지와 함께 겹쳐진다. 만남과 이별, 상처와 회복, 그리고 희로애락의 감정들이 무용수들의 몸을 통해 응축되고 확장되며 관객에게 닿는다.

 

이번 공연은 두 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이지희무브포켓 제공

첫 번째 작품 ‘DOTS’는 Connecting the Dots라는 부제 아래, 흩어진 점들을 이어 하나의 의미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그리고 아무도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는 문장은 삶이 결코 단정적으로 끝맺어지지 않으며, 계속해서 이어지고 변화하는 과정임을 암시한다. 무대는 점과 점 사이의 간격,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기억과 현재 사이의 틈을 섬세하게 건드리며 관객 각자의 삶 속 파편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지희무브포켓 제공

두 번째 작품이자 공연의 중심축인 ‘바다와 조각들’은 물의 흐름을 따라 삶의 감정과 시간의 흔적을 그려낸다. 작품은 흐르고, 부서지고, 스며들고, 다시 일어나는 물의 속성을 빌려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특히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삶에 대하여”라는 문장은 이 작품이 품고 있는 정서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지만, 바로 그 흔들림과 균열 속에서 더 선명한 아름다움이 태어난다는 메시지가 무대 전반에 흐른다.

이지희무브포켓 제공

이번 공연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안무가 이지희의 고향인 청주에서 펼쳐지는 단독공연이라는 점에 있다. 충북무용제 초청작으로 지역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단순한 발표를 넘어, 고향을 향한 깊은 애정과 감사의 마음이 깃든 귀환의 무대이기도 하다. 관객과 함께 예술의 울림을 나누고자 하는 진심이 공연 전반에 배어 있다.

이지희무브포켓 제공

공연을 이끄는 이지희 대표는 무용가이자 연구자, 교육자, 기획자로서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현재 이지희무브포켓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김복희무용단 주역무용수, 가림다댄스컴퍼니 대표 역임, 한양대학교 예술체육대학 무용학과 겸임교수, 서울종합예술학교 및 충북예술고등학교 출강 등 현장과 교육을 넘나드는 이력을 쌓아왔다. 또한 현대무용진흥회 이사, 한국댄스플레이협회 이사, 현대춤협회 상임이사, 송범 춤 사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현대무용의 저변 확대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녀의 예술 세계는 단지 무대 위 테크닉이나 형식에 머물지 않는다. 이지희는 오랜 시간 춤을 “보이지 않는 시간과 마음을 몸으로 드러내는 일”로 받아들여 왔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눈에 보이는 동작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 사회적 현상과 인간 심리, 기억과 관계, 상징과 감정이 작품 곳곳에 정교하게 배치되며 하나의 무대 언어를 만든다. 특히 현대춤의 기호학 연구를 통해 예술작품이 대중과 어떻게 성공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 탐구해 온 그는, 자신의 창작 안에 상징적 요소를 촘촘히 심어 놓으며 관객이 작품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읽고 느끼는’ 경험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지희무브포켓 제공

이지희 대표의 예술적 성취는 수상 경력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2026 한국현대무용진흥회 ‘댄스 비전 최고 무용가상’, 2024 한국댄스플레이협회 ‘올해의 예술상’, 2024 한국무용교수총연합회 ‘미래비전상’, 2023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이사도라 예술상’, 2022 서울무용제 ‘올해의 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창작 역량을 꾸준히 인정받아 왔다. 이 같은 이력은 단순한 경력의 축적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춤이라는 언어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성실하게 구축해 온 과정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최근 이지희 대표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도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5.0 시대의 핵심 가치로 꼽히는 인간 중심, 회복력 강화, 지속가능성을 예술 안에 반영하며, 예술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공연 역시 그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출발한다. 무용은 찰나의 예술이지만, 그 찰나가 던지는 울림은 오래 남는다. 《바다와 조각들》은 바로 그 울림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CAST / 이지희무브포켓 제공

무대에는 이지희를 비롯해 차주연, 송예슬, 김재진, 양진석, 변민지, 김예림, 정인하, 강주희, 신서진, 박채은, 신지우, 장예린, 양초롱 등 출연진이 함께한다. 예술감독 이지희, 무대감독 김성철, 조명디자인 김민수 등 스태프진 역시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며 하나의 집단적 예술 세계를 만들어낸다.

한편 이번 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만 7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러닝타임은 60분이다. 이지희무브포켓은 이번 무대를 통해 관객과 보다 가까이 호흡하며, 춤이 가진 진정성과 동시대적 감각을 함께 나눌 예정이다.

 

《바다와 조각들》은 화려한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한 공연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각자의 삶 속에 흩어져 있던 감정의 조각들을 조용히 건져 올려, 하나의 파도처럼 객석을 향해 밀어 보내는 무대다. 그리고 그 파도 한가운데에는 춤을 통해 삶을 읽고, 예술로 사람의 마음을 건너고자 하는 안무가 이지희의 깊고 단단한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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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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