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에 번진 가을빛…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 소속 작가 4인전 개최
글 | 손지연 예술기획·군계일학 유니크갤러리 대표
서울 연남동의 골목길은 계절이 깊어질수록 특별한 표정을 품는다. 오래된 건물과 작은 카페, 골목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어우러지면서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잠시 걸음을 늦추게 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 연남동 골목 안에서 체코 프라하의 카프카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고즈넉한 감성과 함께 가을의 정서를 화폭으로 만나는 전시가 열린다.

예술기획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 제공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 소속 작가 단체전 <가을빛 시선, 공명하는 화폭 위로>가 9월 28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서울 마포구 연남동 배드보스 아트플레이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BADBOSS ARTPLACE와 비영리 민간단체 ‘사람과 문화’가 함께 마련했으며,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 소속 작가 고성만, 박형진, 신유나, 조연찬 등 4인이 참여한다.
전시 제목인 <가을빛 시선, 공명하는 화폭 위로>에는 서로 다른 개성과 조형언어를 지닌 작가들이 한 공간에서 각자의 시선을 펼치고, 그것이 관람객의 감정과 다시 만나 하나의 울림으로 확장되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화려함과 쓸쓸함, 풍요와 사색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간이다. 여름의 강렬한 생명력이 한 걸음 물러서고 자연이 천천히 색을 바꾸는 계절, 인간의 마음 역시 바깥을 향하던 시선에서 내면으로 조금씩 이동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네 작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자신만의 조형적 언어를 꺼내 보인다.
같은 공간에서 전시되지만 작품이 말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각자의 경험과 감각, 기억과 삶의 흔적은 색채와 선, 형태, 화면의 밀도 속에 축적되며 저마다 독립적인 세계를 구축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작품들이 하나의 전시장 안에서 마주하는 순간, 각자의 이야기는 더 이상 독립된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작품과 작품 사이, 그리고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 새로운 관계와 감정이 생겨나면서 전시는 하나의 ‘공명하는 공간’으로 확장된다.
전시가 열리는 배드보스 아트플레이스의 공간성 역시 이번 전시의 정서를 한층 더 깊게 만든다.
연남동의 골목 안에 자리한 이 공간은 대형 화이트큐브 전시장과는 다른 친밀함을 지닌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치 체코 프라하의 오래된 성벽 아래 자리한 작은 아틀리에나 동유럽의 아담한 성을 찾은 듯한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은은한 조명과 차분한 실내 분위기는 작품을 천천히 바라볼 수 있도록 관람객의 호흡을 자연스럽게 늦춘다. 커피 한 잔을 곁에 두고 작품을 바라보며 잠시 일상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도 이번 전시가 지닌 특징이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한다는 행위가 때로는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예술이 일상의 연장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작품을 어렵게 해석하기보다는 한 점의 그림 앞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고, 작가가 화면에 남긴 흔적과 조용히 대화하는 시간이 가능하다.
<가을빛 시선, 공명하는 화폭 위로>는 바로 이러한 ‘예술과 일상의 만남’을 지향한다.
전시는 작품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자신의 삶과 기억을 화면 위에 포개어볼 수 있도록 한다. 누군가에게는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장면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앞으로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예술은 거창한 장소나 특별한 순간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골목 끝 작은 공간에서 우연히 만난 한 점의 작품이 마음속 오래된 기억을 불러내기도 하고, 한 작가가 사용한 빛과 색이 지친 하루에 뜻밖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그런 예술의 소박하면서도 본질적인 힘에 주목한다.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는 각 작가의 개성과 독창성을 존중하면서 작품과 관람객, 예술과 일상의 접점을 확장하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기획해오고 있다. 이번 4인전 역시 특정한 표현방식이나 장르를 하나로 묶기보다는 서로 다른 작가들의 개별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그 차이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조화에 의미를 두고 있다.
가을의 빛은 머무르는 듯하면서도 끊임없이 변한다. 아침과 오후의 빛이 다르고, 같은 풍경도 계절의 깊이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예술가의 시선 역시 그러하다. 같은 현실을 바라보더라도 한 사람의 경험과 감정, 기억에 따라 전혀 다른 화면이 만들어진다.
고성만, 박형진, 신유나, 조연찬 네 작가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시선이 이번 전시에서 한데 만나면서, 각각의 작품은 또 다른 이야기와 관계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깊어가는 가을, 연남동 골목에서 작품 한 점을 천천히 바라보는 일은 어쩌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복잡한 도시를 잠시 벗어난 듯한 공간에서 그림을 바라보고, 커피 한 잔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가을빛 시선, 공명하는 화폭 위로>는 관람객에게 그러한 느린 시간을 제안한다.
예술과 삶,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한 공간에서 조용히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오는 10월 11일까지 계속된다.
전시 개요
전시명: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 소속 작가 단체전 <가을빛 시선, 공명하는 화폭 위로>
참여작가: 고성만, 박형진, 신유나, 조연찬
소속: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
전시기간: 2026년 9월 28일~10월 11일
전시장소: 배드보스 아트플레이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동 239-20
주최·주관: BADBOSS ARTPLACE, 비영리 민간단체 ‘사람과 문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