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출판/인문

[홍영수의 세상보기 : 시 읽기 ] 늦게 피는 꽃일수록 향기는 오래간다.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입력
- 부천시 소사 노인복지관 문예창작반

황혼의 봄 / 강영숙
 

칠순의 끝자락에

서투른 붓을 쥐고

마음의 밭을 일군다.

늦은 시작이지만

늦지 않은 꿈으로

시의 이랑에 시심을 심는다.

강영숙 시인

 

유모차의 다른 무게 / 김옥석
 

어제는 손녀를 태우고 가는 수레

오늘은 세월을 밀고 가는 지팡이.

재잘거리는 하늘의 천사와

힘에 부치는 지상의 굽은 등

같은 수레의 다른 무게.

김옥석 시인

동반자 / 양월화
 

절벽 같은 한계 끝에서도

숨 쉴 곳이 되어주는 존재.

 

타들어 가는 생의 갈증을

단 한 마디 고백으로 적셔줄

 

당신, 혹은 동반자라는 이름

그 언저리를 오늘도 말없이 서성인다.

양월화 시인

결론 / 박옥희
 

흉허물 없이 수다 떨던 지인

제 짝꿍 실컷 흉보다가

이 방, 저 방 다 다녀봐도

제 서방만 한 방은 없다하네

박옥희 시인

 +/ 여정현
 

엄마와 딸 닮은 꼴

 

엄마를 보면 나

 

나를 보면 엄마의 그림자

 

여정현 시인

기간제 인생 / 이호봉
 

잠시 머무는

이 땅의 시간

 

아침 이슬처럼

반짝이다 사라지는…

 

 

팔순의 동반자 / 홍순임
 

젊어서는 일과 사랑
지금은 서로의 버팀목
말없이도 기우는 
늙어갈수록

깊어만 가는 사람

 

홍순임 시인

엄마 약 / 허금식
 

어머나, 또 깜빡하셨네.

약봉지 다시 뜯어

보약인 양 또 드셨네

기억은 누구에게 주고

텅 빈 마음만 남으셨을까.

 
허금식 시인

부부란 / 구연희

 

서로의 빈 가슴에

사랑을 심고

기쁨도 슬픔도

한 잔에 나누며

먼 길 돌아도

두 손 꼭 잡는

너와 나의 온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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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논밭을 일구는 농부와 같다. 자그마한 씨앗이 발아해서 영근 알곡이 되어가는 과정을 쉼 없이 오가며 가꾸는 농부, 시인은 그렇게 흙의 이랑과 고랑의 숨결을 들으며 농작물일지언정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제거하고 더불어 곁가지와 잡초를 걸러낸다. 이렇듯 시인은 보잘것없고, 하찮은 것에서, 속되고 값어치 없는 것에서, 단조하고 허망한 생활에서 무한한 이미지의 아름다움 속 시상을 떠올린다.

 

바로, 이렇게 투철한 정신력을 허리에 두르고 진심과 성실을 펜처럼 손아귀에 쥐고, 무엇보다 순수한 시 정신으로 시 공부에 매진하고 계신 분들이 다름 아닌, ‘부천시소사노인복지관문예창작반이다.

 

수평선 끝자락에 걸쳐 있는 노을 한 잔 나눠마시기도 하고, 체중 부하 걸렸던 지난날의 짐들은 과거의 창고에 보관해 놓으면서 비록, 늘그막의 한 숟갈의 결핍인 기억력은 떠안고 라는 가시밭길에 걷는 중이다.

 

그것은 과거 완료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삶의 방식이고 길이다. 정착민이 아닌 유목민의 행동이다. 명사나 형용사 보다 동사를 사용하는 삶이니 이보다 더한 행복한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

 

이 모든 것들을 누릴 수 있고, 행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부천시소사노인복지관의 아낌없는 지원과 배려이다. 그리고 복지관이 더욱 빛나고 행복한 노인들의 쉼터가 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부탁에도 직원들의 젊잖은 태도와 미소는 드나드는 이들에게 한 모금의 청량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과 감사함을 전한다.

 

(부천시 소사구청 노인복지관 ‘문예창작반’ 강사홍영수)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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