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30] 정용국의 "쏘주"
쏘주
정용국
소주보다 쏘주에는 진한 눈물 스며 있다
고맙고 마음 짠한 사람들이 만났을 때
소주는 쏘주가 되어
눈자위를 적신다
쌍시옷의 위세가 거칠게 터져 나와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느꼈을 때
쏘주는 위로가 되어
굳은 어깨 감싼다
착한 술 소주보다 깡다구가 조금 쎈
쏘주의 쓰디쓴 맛 알 사람은 다 알지
쓴맛에 쓴맛을 더해
주먹 불끈 쥐게 하는
―『그래도 너를 믿는 그래서 너를 참는』(책만드는집, 2024)

[해설]
카, 쏘주나 한 잔!
술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분명하다. 사람을 유쾌하게 하고 불안감을 떨쳐버리게 하고 일종의 해방감도 안겨준다. 친구나 지인을 만나 함께 마시는 술이 그 자리의 분위기를 아주 훈훈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잔치에 술이 빠지면 다들 더 맨송맨송해져 재미가 사라질 것이다. 술이 술을 부른다는 말이 있는데 과음하여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독성이 있어 술에 의존하게 되면 애주가가 아니라 술고래가 되는 것이다. 음주운전은 사람을 다치게 하고 사망에 이르게도 하는데 술로 말미암은 최악의 사고일 것이다.
그런데 서민에게는 술이 친구이기도 했다. 우리는 소주를 친근하게 ‘쏘주’라고 부른다. 쏘주여야 친구인 것이다. 쏘주는 하루 동안의 힘겨움을 잊게 하고 위안을 주는 경우가 많다. 쏘주는 비싼 술이 아니다. 몇천 원만 있으면 용기도 낼 수 있고 위로도 받을 수 있다. 정용국 시인은 국립철도고를 나왔다. 가난한 집의 수재들이 가는 학교였다. 만학도로 서울예대 문창과와 경기대 국문학과를 나왔다. 잘은 모르지만 자수성가형의 입지전적인 분일 것이다. 이분에게 쏘주는 친구도 되었고 연인도 되었으리라. “착한 술 소주보다 깡다구가 조금 쎈/ 쏘주의 쓰디쓴 맛”을 알고 있을 터이다. 주먹을 불끈 쥐고 오늘을 잊고 내일을 열어갔을 정용국 시인의 문운이 더욱 크게 열리기를 빈다.
‘흑백 요리사’ 시즌 2의 우승자 최강록이 ‘나를 위한 요리’로 최종전에서 우승할 때, 자기가 만든 요리 옆에 쏘주 한 병을 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척해온’ 나를 반성하고 나를 위로하고 싶었다고 한다. 술꾼은 아니지만 감히 말할 수 있다. 쏘주는 혼자 마시는 것이다. 나를 위해 마시는 것이다. 눈물방울이 뺨을 타고 내려와 뚝, 뚝, 쏘줏잔에 떨어지면 그 술맛은 지상에서 가장 달콤한 맛이리라.
[정용국 시인]
1958년 경기도 양주군 덕정 출생. 서울예대 문창과와 경기대 국문과 졸업. 2001년 시조 전문지 계간 《시조세계》로 등단. 노산시조문학상,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난 네가 참 좋다』『동두천 아카펠라』『그래도 너를 믿는 그래서 너를 참는』 등과 시조 평론집 『시조의 아킬레스건과 맞서다』 출간. 한국작가회의 시조분과위원장 역임.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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