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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 인간의 얼굴을 기묘한 동물의 세계로 번역하다 — 장승필 작가의 ‘기묘한 군상’ 시리즈

류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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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을 기묘한 동물의 세계로 번역하다

— 장승필 작가의 ‘기묘한 군상’ 시리즈
 

『좋은그림』 코너에서는 장승필 작가의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탄생한 ‘기묘한 군상’ 시리즈를 소개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일러스트를 넘어선다. 그것은 하나의 시각적 서사이며, 관람자를 꿈과 현실의 경계로 초대하는 초현실적 풍경이다.

장승필 ㅣ 노크 , Acrylic, Mix media. 145 x 112 cm, 2025   

「노크」 — 존재의 문턱을 두드리는 상상력


장승필 작가의 「노크」는 환상과 상징이 교차하는 숲의 풍경 속에서, 존재의 문턱을 두드리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노란 하늘과 핑크빛 나무, 검은 가지들이 만들어내는 숲은 현실의 질서를 벗어난 상상력의 공간이며, 그 중심에 놓인 열쇠구멍 형태의 포털은 이 세계 너머를 암시하는 상징적 장치다.
 

작품 속 흰곰은 관찰자이자 탐험자로서, 다양한 생명체들 사이에 서 있다. 날개 달린 돼지, 뱀처럼 휘어진 기린,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새 등은 모두 인간의 감정과 정체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군상들이다. 이들은 기묘하지만 밝고 경쾌한 색채로 채워져 있어, 불안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노크」는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관람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존재로 이 문 앞에 서 있는가. 그리고 그 문 너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이 작품은 상상력의 문을 두드리는 행위 자체를 예술적 서사로 승화시킨다.

 

「달콤한 숨바꼭질」 — 유년기의 기억과 감정의 놀이

장승필 ㅣ 달콤한 숨바꼭질 , Acrylic, Mix media. 117x 91cm, 2025   

「달콤한 숨바꼭질」은 유년기의 기억과 상상력이 뒤섞인 환상적 풍경 속에서, 존재의 다양한 얼굴을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핑크빛 배경과 검은 나무, 그리고 그 사이를 누비는 기묘한 동물들과 캐릭터들은 마치 숲속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숨바꼭질처럼 보인다.

 

중앙의 노란 곰은 왕관을 쓰고 붉은 물감을 흘리며 등장하는데, 그 모습은 권위와 유희, 상처와 환상의 이중적 상징으로 읽힌다. 주변의 동물들은 현실의 형태를 빌려왔지만, 그 색채와 표정, 행동은 모두 상상 속 존재로 재탄생한 군상들이다. 사탕을 든 캐릭터, 풍선을 든 아이, 얼룩말과 기린, 늑대와 양까지 — 이들은 각기 다른 감정과 기억을 품은 채 숲속에 숨어 있다.

 

작품 전체는 밝고 경쾌한 색채로 채워져 있지만, 그 안에는 묘한 긴장과 정서적 깊이가 흐른다. ‘숨바꼭질’이라는 제목처럼, 이 작품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우리가 숨기고 있는 감정과 드러내고 싶은 욕망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탐색한다. 장승필은 이 유쾌한 장면을 통해, 관람자에게 삶의 복잡함을 달콤하게 건네고 있다.

 

동시대 삶의 은유, 세계 무대를 향한 가능성

 

장승필 작가의 ‘기묘한 군상’ 시리즈는 밝고 경쾌한 색채 속에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의 삶을 독특한 창조물로 시각화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유희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감성적 체험과 사유의 공간을 동시에 제공한다.

 

회화 전공자가 아닌 시각디자인 기반의 창작자라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미술 언어를 제시한다. 게임 속 캐릭터를 그리던 시절의 아쉬움을 창작의 동력으로 삼아,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그는 디지털 시대 이후의 인간상을 회화적으로 재구성하며,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하는 시각적 제언을 펼쳐 보인다.

 

장승필의 작품은 젊은 감각과 독창적인 시선으로 세계 미술 무대에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완성도와 상상력을 갖추고 있다. 그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장승필 개인전 "기묘한 군상"
 
서울 인사동 갤러리은
2015. 11. 5 ~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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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필작가#기묘한군상#갤러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