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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임의 시조 읽기 27】 이나영의 "숨의 파동"
문학/출판/인문
[ 강영임의 시조 읽기]

【강영임의 시조 읽기 27】 이나영의 "숨의 파동"

시인 강영임 기자
입력
숨의 파동 / 이나영 사진: 강영임 기자
숨의 파동 / 이나영 [사진: 강영임 기자]

숨의 파동

 

이나영

 

작고 둥근 존재 하나

내 안에서 숨을 쉰다

무게보다 더 따뜻한

너라는 생의 기척

 

보이지 않는 너에게

마음을 먼저 배운다

 

기다림도 사랑이라

나는 이미 너였다

나를 깊게 만드는 건

하나 아닌 둘의 시간

 

작지만 분명한 물결

너와 함께 나도 자란다

 

《나래시조》 (2025.여름호)

 

아직 세상에 오지 않은 존재가 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어느새 엄마 뱃속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있다.

 

처음엔 작은 생명의 징후였을 것이다. 손톱만 한 점이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그러다 작은 심장 소리가 들렸을 때 실감 했을 것이다. 누군가의 세계가 된다는 것. 그 순간부터 혼자가 아니다. 숨을 쉬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몸이 무거워질수록 기다림의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배워가는 시간이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이 부드러워진다. 그것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위해 말을 걸고, 손으로 어루만지며 안부를 묻는 순간들, 시인은 그렇게 엄마가 되어간다.

 

어떤 날은 문득 두렵다. 잘 크고 있을까. 내게 와줘서 괜찮은 걸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미세한 움직임으로 말한다. 그 작고 따뜻한 신호는 삶의 방향을 바꿔 간다.

 

「숨의 파동」은 단지 생리적인 호흡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엄마와 아이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울림이며, 인사를 주고받는 삶의 가장 순수한 방식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이어지는 이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울고, 웃고, 걸음을 떼고 말을 배우며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함께 할 것이다.

 

나는 이미 너였다

 

아이야, 너는 작고 둥근 숨결로 머물지만 돋는 해와 지는 해를 우리 함께 바라보면서 가보자.

 
강영임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전문 기자
 
강영임시인
강영임시인

서귀포 강정에서 태어나 2022년 고산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편집자주: "강영임의 시조 읽기"는 매주 수요일에 게재됩니다]

시인 강영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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