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 28 ] 안경 너머의 자아와 기억 — 이은황 작가
서울아트쇼 2025는 다양한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자리였지만, 그중에서도 이은황 작가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울림을 주었다. 그는 안경이라는 상징을 통해 자아와 타인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한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선보였다.

「수고했어 오늘도-너와 함께 Run」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인물과 반려견이 함께 공중을 질주하는 장면은 자유와 해방감을 상징한다. √ 기호와 웃는 얼굴이 결합된 말풍선은 유희적 감정과 지적 상징을 동시에 담아내며, 반려견 머리 위의 왕관은 동행의 존엄성을 드러낸다. 작가의 어린 시절 반려견과의 기억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개인적 경험을 보편적 정서로 확장하며, 관람자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전달한다.

「Story wall story」
낙서와 그래피티, 문자와 기호가 혼재된 화면은 혼란스러우면서도 질서 있는 시각적 리듬을 형성한다. “PEACE”, “NO WAR!!”, “LOVE is MIRACLE” 등의 문구는 작품의 사회적 메시지를 명확히 드러내며, 왕관을 쓴 개와 음악 기호, 수학식 등은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상징적 장치로 작용한다. 어린아이와 반려견의 등장은 순수함과 동행의 가치를 강조하며, 전쟁 반대와 평화,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개인적 기억과 결합되어 표현된다.
이은황의 그림 속 안경 낀 인물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어쩌면 작가 자신을 투사한 자화상 같은 존재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얼굴이 떠오르는데, 이는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작가가 심어놓은 자아의 흔적을 관람자가 읽어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을 보는 순간 곧 그를 만나는 즐거움으로 이어지며, 관람자는 그림을 통해 작가와 대화하고 교감하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
이은황의 작업은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기억과 감정, 사회적 메시지를 시각적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에 주목할 만하다. 안경이라는 상징은 ‘잘 보이려는 마음’과 ‘잘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는 이중적 기능을 반영하며, 자아 인식과 타인의 시선을 교차시키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그의 작품은 개인적 서사와 사회적 담론을 동시에 담아내며, 현대 회화가 어떻게 개인적 경험을 보편적 가치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울아트쇼 2025에서 만난 이은황의 회화는 관람자에게 자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며, 현실과 초현실, 개인과 사회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적 여정을 담고 있다.
이는 오늘날 한국 현대미술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2025 서울아트쇼, 서울 COEX A홀, 2025 12.24~ 28, 보자르갤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