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해설] 남호섭의 "폭격 구경하는 이스라엘 사람들"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 23 ]
폭격 구경하는 이스라엘 사람들
남호섭

사진은 한 장면만 보여줄 뿐,
안 보이는 다른 쪽에서는
도시락까지 준비해 온 구경꾼들로 북적댔다.
폭격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으면
브라보, 브라보!
그 사람들은 소리쳤다.
그날은
새해 첫날이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도.
―『창비어린이』(창비, 2011년 겨울호)에서
[해설]
가자지구에 포성이 멎을 날은?
문예지 중에서도 아동 문예지 《창비어린이》에서 이 동시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동시를 이렇게 쓸 수 있구나, 이런 동시도 있구나, 하는 충격이 감동과 함께 밀려왔다. 어언 14년 전이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전쟁 소식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주의 단체인 하마스와의 전쟁 소식이 줄기차게 들려오고 있다. 휴전 소식이 들려오기에 마침내 중동에 포성이 멎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그저께 본 외신 기사다.
" 지난 1월 19일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와 1단계 휴전에 합의한 이스라엘은 지난달 넷자림 회랑에서 완전히 철수하며 난민들의 귀향을 허가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불안한 평화는 1단계 휴전이 만료된 이달 1일 이후 결국 깨지고 말았다. 이스라엘은 18일 오전 2시부터 가자지구 전역에 공습을 시작하며 전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8일 연설에서 이번 공습이 “시작일 뿐이며, 모든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부터 협상은 오직 전투 속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지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18일 공습 재개 이후 20일까지 어린이 약 200명을 포함해 최소 591명이 사망했다. "
어제는 이런 기사가 올라왔다.
"이스라엘은 22일(현지 시간) 레바논에서 휴전 이후 첫 로켓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해 보복 공습을 개시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오전 레바논에서 발사된 5발의 발사체를 탐지했으며, 이스라엘 영토로 넘어온 로켓 3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동시를 쓰는 남호섭은 2009년 10월 19일 <한겨레신문>을 보다가 놀라운 사진을 발견한다. 그는 새해 첫날에 이스라엘 공군기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습하는 광경을 시민들이 높은 언덕에 올라가 보면서 브라보! 브라보! 외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고 경악하였다. 웃는 사람도 있고 망원경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그럼 이스라엘인은 악마이고 팔레스타인은 천사인가?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서로 복수를 일삼다 보니 적이 죽고 적의 마을이 파괴되는 참상이 참상이 아니라 마냥 기쁜 것이다.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는 이스라엘은 이제 폭력을 더 힘껏 휘두르고, 2천 년 이상 시나이반도와 골란고원에서 살던 팔레스타인은 악에 받쳐 대항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들과의 원한의 역사를 따지면 몇백 년이 아니라 몇천 년을 헤아려 봐야 한다. 솔로몬 왕국의 멸망, 바빌로니아 유폐, 출애굽기(엑소더스), 시오니즘, 나치 정권의 유대인 학살, 여섯 차례의 중동전쟁, 난민의 발생 등 갈등이 길고 긴 세월 동안 이어졌다. 집집이 성경 혹은 코란이 있고 탈무드가 있는데, 신을 믿고 섬기는데, ‘God’이 여럿이 아닌데, 그들은 눈만 뜨면 싸운다. 전쟁이 도대체 끝이 없다. 남호섭 동시인이 본 2009년 10월 19일 <한겨레신문>에는 이런 기사와 다른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이스라엘군이 10월 1일(현지시간) 가자시티에 퍼부은 미사일 공격으로 부상을 당한 한 팔레스타인 소녀가 한 남자의 품에 안겨 시파병원의 응급실에 들어서고 있다. 가자지구 의료당국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계속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지금까지 4백명 이상의 사람이 사망했고, 17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이렇게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세계의 평화를 위해, 오늘은 주일, 이 땅의 수많은 교회와 성당에서 기도를 한다면?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면 더 좋겠다. 저 아이가 왜 저렇게 피를 흘려야 하는가.
[ 남호섭 시인 ]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학교에 다니기 싫었는데 학교를 다녔고, 학교를 벗어나지 못해 선생까지 했다. 그래서 학교 다니기 싫고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 심정을 이해하는 대안학교 교사가 되었다. 학생과 선생이 ‘사랑과 자발성’으로 만나 지금 여기서 행복할 수 있는 대안 교육 운동에 힘을 보탰다. 학교에서 다 못한 말은 시로 옮겼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시를 쓰고자 했다. 그동안 동시집 『타임캡슐 속의 필통』, 『놀아요 선생님』, 『벌에 쏘였다』 등과 청소년시집 『이제 호랑이가 온다』를 펴냈다. 제1회 서덕출문학상, 오늘의 동시문학상 등을 받았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나무 앞에서의 기도』 『사람 사막』 등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