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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의 세상보기 : 시] 당신의 빈자리 / 홍영수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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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를 머금은 침대 하나

하얀 시트 위에 적막함이 누워있다.

깊게 파인 육순의 자국 위에 귀를 기울이니

떠나지 못한 당신의 심장 소리 여전히 들려오는 듯

창문 틈새로 바람을 안고 들어온

차가운 체온이 침대 위에 눕는다.

온기 없는 온기가 따스하다.

숨소리 잃은 베개를 당겨 안으니

한숨에 실린 베갯잇이 긴 한숨을 짓고

메말랐던 눈물 자국이 촉촉한 눈물을 흘린다.

한 생이 저물기 전의 깊이를 알지 못하고

이제야 당신의 고단했던 삶의 한 자락을 휘감으니

따스한 그림자로 가만히 다가와

타오른 그리움의 내 가슴을 감싸준다.

당신은 알고 있을까.

움푹 들어간 베갯속의 허전함을

아직도 세탁하지 않은 침대보에 스민 고단한 숨소리를

곁에 없어 더 사랑하게 되는 이 절절한 모순 앞에

나의 심장에서 잊혀가는 것에 대한 상실감과

당신의 기억 속에 내가 지워지는 두려움을

꽉 찬 공허의 그리움으로

동살 잡히는 새벽녘까지

당신으로 하얗게 지새운 밤이다.

 

 

시작 노트 :
 

누군가의 빈자리. 함께 누워 밤새우며 호흡했고, 온기를 나눴을 침대 반쪽이 허전하다. 누군가 떠난 텅 자리지만 꽉 찬 느낌이고, 현존보다 오히려 부재가 강하게 말을 걸어오는 한 밤중. 시시때때로 비눗방울처럼 살포시 떠오르는 그리움 한 줌 품에 안고 심장에서 멀어지고 잊혀가는 두려움과 기억에서 지워지는 상실감에 하얗게 밤을 지새울 수밖에. 깊은 어둠 속, 그가 벗어 놓은 그림자를 바라보고 침대보에 남기고 간 흔적을 해독하면서 미완의 이별을 되새겨 보는 밤이다.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Félix Gonzàlez-Torres  <무제(Untitled)>(1991)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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