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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작가, '몽중과(夢中果)의 균형과 색채 그 조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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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작가, '몽중과(夢中果)의 균형과 색채 그 조형성'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이경화 작가 / 작가 제공
 

이경화 작가 개인전 “緣起” -인연 일다 : partⅢ가 3월 18일(화)부터 4월 6일(일)까지 p2프로젝트-서울에서 열린다. 이어 제85회 청주미술협회 회원전이 3월 28일(금)부터 4월 1일(화)까지 청주예술의 전당 대전시실에서 개최한다.

夢中果 4-1 Acrylic on canvas 60×60cm 2022 / 작가 제공
夢中果 4-1 Acrylic on canvas 60×60cm 2022 / 작가 제공

전시개요

전시제목: “緣起” -인연 일다 : partⅢ,
전시기간: 03. 18(화) - 04. 06(일),
전시장소: p2프로젝트-서울

전시제목: 제85회 청주미술협회 회원전,
전시기간: 03.28(금)~04.01.(화),
전시장소: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

夢中果 4-3  162.1×130.3cm   Acrylic on canvas   2024 / 작가 제공
夢中果 4-3 162.1×130.3cm Acrylic on canvas 2024 / 작가 제공

김종근 평론가의 평론을 통하여 이경화 작가의 작품속으로 함께 가보자.

 

3일 만에 그린 산수화가 있다. 조선 시대 세종의 왕자 안평 대군이 꿈에 본 아름다운 도원의 모습을 안견에게 들려주어 그린 그림 <몽유도원도>이다. 이 그림은 좌측에는 현실 세계의 부드러운 산이, 오른편에는 도원의 세계 속에 있을 법한 바위산들이 우측으로 점점 높아지고 커지는 웅장함이 이 그림이 주는 백미이다.

夢中果 4-2   162.1×130.3cm   Acrylic on canvas   2024 / 작가 제공
夢中果 4-2 162.1×130.3cm Acrylic on canvas 2024 / 작가 제공

꿈속에서 경험한 환상적인 풍경을 사실감 있게 표현한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이경화 그림의 모티브도 형상은 과일이지만 맛나 보이는 과일이라기 보다는 꿈속에서 본 과일의 형상이다. 그것이 바로 꿈속에 본 이경화 작가의 몽중과(夢中果)이다. 그러나 이 과일이 실제 작가가 꿈속에 본 과일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처럼 시계가 녹아내리기도 하고, 물고기가 공중에서 헤엄을 치는 꿈속에서의 풍경이나 사유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이경화 작가의 작품에는 동양의 무의식적이고 무위 자연적인 자유스러운 공간 감각이 만들어 낸 결실처럼 추상적으로 보인다. 그러한 공간에 오브제의 생김새를 관념적 형태로 나누어 그 느낌을 시각적으로 해석하는 조형미가 그래서 더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강렬하고 독특한 곡선과 원색적이며 화려한 색채로 짜여진 균형 잡힌 조형미와 구성 감각이 단연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夢中果 11-1  91×116.8cm  Acrylic on canvas  2024 / 작가 제공
夢中果 11-1 91×116.8cm Acrylic on canvas 2024 / 작가 제공

이제는 이경화만의 독자적 화풍과 양식이 되어 꿈속에 본 과일의 고상하고 우아한 색채의 세련된 맛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음과 양이 하나로 멋지게 어울린 듯 조화롭다. 청색과 깊은 블루가, 녹색과 레드가 마치 사과의 외형처럼 완전한 대조를 이룩하듯 추상적인 세계로 익숙하게 오묘한 조형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과일의 형태로 이렇게 근사한 추상회화의 탄생이 가능할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듯이 그 매력을 유감없이 표출한다. 어쩌면 공간과 색, 형태라는 조형 요소로 선과 형을 버무려 극적인 하모니를 만들어 아주 근사한 한 폭의 교향곡 화음으로 빚어내는데 이경화 작품은 성공하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색채의 대비와 대조가 만들어 내는 강렬한 색채와 공간의 어울림은 이경화 회화의 가장 큰 매력으로 주목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매력이 뛰어나다.

 

‘연기-緣起’ 인연으로 불려질만한, 화면 전체를 색채로 채운 공간은 여백처럼 비어있는 공간으로 착각할 정도로 여백은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 색채들도 모든 형태의 분할처럼 균형 있게 충분히 절제되어 나누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무채색 중심으로 표현되어 ‘현실의 실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비어있다’라는 본질을 우리에게도 충분히 인지하게 한다.

5. 夢中果 11-4 112.1×162.1cm  Acrylic on canvas  2024 / 작가 제공
5. 夢中果 11-4 112.1×162.1cm Acrylic on canvas 2024 / 작가 제공

그동안 작가는 쉬지 않고 치열하게 추구해온 속리법주(俗離法住: 속은 사라지고 법만 남는다는 것)라는 테마와 그 본질에 대해 사유를 멈추지 않고 지속해 왔다. 마치 세잔이 사과라는 모티브로 입체적 실험을 바쳐왔듯이 이경화 작가는 과일을 모티브로 과일을 면으로 나누고, 색채를 대비시키면서 과일의 형상이 지니는 형태와 개념에 대해 탐색해왔다.

 

작가는 언제나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중심이라는 신념으로 아름다운 산수화, 디지털 프린트 통한 연필 드로잉에 이어 꿈속의 과일 ‘몽중과(夢中果)’로 작품을 완성해왔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夢中果 5-3  116.8×91.0cm  Acrylic on canvas  2024 / 작가 제공
夢中果 5-3 116.8×91.0cm Acrylic on canvas 2024 / 작가 제공

이제 작가는 이전의 작품과 비교할 데 없이 색상이나 형태, 대칭이나 비례에서 거의 세련되고 조형미가 가득한 작품세계를 탄탄하고 안정되게 보여주었다. 작가는 스스로 자신을 전진시키고 상승시키려 하며, 현재의 부조리함과 불편함을 개선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존재이다. 그것은 ‘무’라는 개념에서 ‘유’의 정신을 찾아내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하여 모든 사물의 자연스러운 관계의 형성을 지속적으로 교감하게 만들어 주는 작가가 이경화 같다.

 

그래서 화면 가득 채워진 이경화 작가의 화면에 공간을 보고 있노라면 산을 보고 옮겨놓은 유영국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절제 된 산의 생김새가 몽중과의 화폭들과 묘하게도 오버랩된다. 이것이 색채와 단순미, 형태와 공간이 빚어내는 이경화 작가의 시각적 즐거움이다. 비록 안견의 몽유도원도처럼 환상적이고 사실적이지는 않지만, 이경화 <몽중과夢中果>의 추상적 마력이자 예술적 가치이다.

 

 - 미술평론가 김종근 -

임만택 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