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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의 추억, 싸이월드의 부활 소식이 세상에 주는 선물

김진용 칼럼니스트
입력
세계 소셜미디어의 미래를 먼저 보여준 선구자 곽진영 대표

김진용 칼럼니스트 | 액터스뷰

 

사람은 기억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기억은 서버에 산다.

집 안의 낡은 앨범은 언제든 펼쳐볼 수 있지만, 어느 플랫폼에 맡겨둔 사진과 글은 서비스가 멈추는 순간 닫힌 문 너머로 사라진다. 그래서 싸이월드의 중단은 단순한 인터넷 서비스 하나의 종료가 아니었다. 수천만 국민이 함께 써 내려간 청춘의 일기장이 갑자기 봉인된 사건이었다.

싸이월드 3.0 기자회견 초청장

그 닫힌 문이 다시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오는 8월 10일, 서울에서 ‘Cyworld 3.0 기자회견’이 열린다. 초대장 한가운데에는 “싸이월드가 다시 태어납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시그마체인은 싸이월드 인수를 마치고, 원년 멤버들을 중심으로 데이터 복원과 새로운 서비스의 출발을 알릴 예정이다.

 

싸이월드는 1999년에 출발했다. 페이스북보다 5년이나 앞선 대한민국의 토종 소셜네트워크였다. 미니홈피와 미니미, 일촌과 방명록, 도토리와 배경음악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인이 디지털 공간에서 관계를 맺고, 자신을 표현하고, 추억을 보관하는 방법이었다.

 

전 국민의 추억이 그대로 남아있는 싸이월드의 역사

전성기 누적 가입자가 3,200만 명을 넘었던 싸이월드는 말 그대로 ‘국민 플랫폼’이었다.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할 당시 싸이월드에 주목했다는 이야기가 오랫동안 회자될 만큼, 싸이월드는 세계 소셜미디어의 미래를 먼저 보여준 선구자였다.

 

필자에게 이번 부활 소식은 더욱 남다르다.

 

필자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유물 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문물연구원장을 맡는 한편, 자회사 이페이케이의 CSO로 일했다. 그 기간 시그마체인과 오너마켓 메타버스 및 보물 관련 콘텐츠의 NFT화와 제공 등을 함께 추진하며 협력 관계를 다졌다.

곽대표에게 실제 전시유물 설명 필자(2022년 7월 부산 벡스코 설명회- 시그마체인 주관)

그 과정에서 필자는 유물과 디지털 기록이 놀랍도록 닮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물이 한 시대와 민족의 기억을 간직한 물질적 증거라면, 싸이월드의 사진과 글, 방명록은 우리 세대가 남긴 ‘디지털 생활유물’이다. 작은 사진 한 장에는 젊은 날의 부모가 있고, 짧은 방명록 한 줄에는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친구의 목소리가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싸이월드 데이터의 복원은 파일을 되살리는 기술 작업을 넘어, 한 세대의 삶을 복원하는 문화사업이다.

필자의 회사에서 제공한 고대유물 NFT- 시그마체인 오너마켓 웹사이트

싸이월드 부활의 중심에 선 곽진영 시그마체인 대표는 싸이월드 창업 당시 데이터베이스 관리자이자 개발 책임자로 서비스 구조와 데이터 설계를 주도했던 원년 멤버다. 그는 싸이월드의 존속이 위태롭던 2019년에도 이용자들의 추억을 지키기 위해 무상 데이터 백업 지원을 제안한 바 있다.

그리고 2026년, 그는 마침내 싸이월드를 인수해 데이터 복원과 서비스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27년 전 자신이 설계했던 디지털 마을로 돌아와, 닫혀 있던 국민의 기억 창고를 다시 열겠다는 것이다. 한 기업인의 사업적 선택을 넘어 창업 멤버로서의 책임과 약속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새로운 싸이월드는 과거의 모습만 되풀이하지 않는다.

 

시그마체인은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 기술을 보유한 웹 3.0 전문기업이다. 새 싸이월드는 익숙한 미니홈피와 일촌 중심의 교류 방식을 살리면서, 콘텐츠의 소유권과 수익을 이용자와 창작자에게 돌려주는 새로운 구조를 지향한다.

시그마체인 대표이사 곽진영(싸이월드 개발 주도)

그 핵심이 회사 20%, 이용자 40%, 콘텐츠 제작자 40%로 수익을 나누는 이른바 ‘2·4·4 모델’이다. 거래와 정산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정해진 비율에 따라 투명하게 배분하겠다는 구상이다. 추억의 가상재화였던 도토리 역시 블록체인 기반 결제·보상 수단으로 새롭게 설계될 예정이다.

 

기술의 이름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지향점은 분명하다. 내가 만든 콘텐츠의 주인은 내가 되고, 플랫폼의 성장에 기여한 이용자도 정당한 몫을 받는 인터넷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웹 3.0은 기술 용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람에게 기억과 권리와 보상을 돌려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메타버스에서 구현된 바 있는 싸이월드 차세대 모델

물론 추억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복원의 정확성,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자의 동의, 서비스의 안정성, 도토리 결제·보상 체계의 법적·제도적 신뢰가 철저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국민의 추억을 다시 맡는다는 것은 그만큼 무거운 책임을 떠안는 일이다.

 

특히 추억을 투기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도토리는 우리에게 정겨운 이름이지만, 결제와 보상 수단이 되는 순간 엄격한 금융적 책임이 뒤따른다. 싸이월드의 진정한 부활은 화려한 선언이 아니라, 이용자가 안심하고 자신의 사진과 글을 다시 맡길 수 있을 때 완성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도전이 반가운 이유는 분명하다.

싸이월드가 되찾으려는 것은 과거의 시장점유율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세계보다 먼저 만들었던 관계 중심의 소셜미디어, 개인의 공간을 존중했던 미니홈피 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창작자와 이용자가 함께 나누는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 시대를 풍미한 싸이월드 미니홈피

여기에 K팝과 드라마, 영화, 웹툰 등 K컬처가 결합한다면 싸이월드는 단순히 한국인의 향수를 불러내는 복고 플랫폼을 넘어, 세계인이 관계와 콘텐츠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새로운 무대가 될 수 있다. 한때 세계보다 앞섰지만 세계로 나아가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플랫폼이, 이제는 과거의 실패까지 자산으로 삼아 다시 세계를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오는 8월 10일 기자회견은 부활의 완성이 아니라 긴 여정의 시작이다.

그러나 데이터 복원에 성공한다면 누군가는 세상을 떠난 부모의 젊은 얼굴을 다시 만나고, 누군가는 자녀에게 엄마와 아빠의 스무 살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잊고 지냈던 친구가 남긴 방명록 한 줄을 읽으며 그 시절의 웃음과 눈물을 다시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싸이월드의 부활 소식이 세상에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기술이 사람의 기억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지켜줄 수 있다는 것, 플랫폼이 이용자의 삶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권리를 다시 돌려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 번 멈춘 꿈도 책임과 진심을 가지고 돌아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싸이월드가 다시 태어난다.

이번에는 우리의 추억을 지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추억이 새로운 가치와 관계를 만드는 세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우리의 추억이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싸이월드의 두 번째 청춘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미국국제대학교(AIU) 박사학위 수여식- 2022년 3월 22일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

*Post Script: 필자에게 이번 부활 소식은 더욱 남다르다.

곽 대표는 2025년 10월, 싸이월드 인수 협상이 아직 대외비로 진행되던 때 필자와 안부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인수계약 소식을 조심스럽게 귀띔했다. 그는 “이번에는 제대로 다시 살려보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혔다. 필자는 그 약속이 현실이 되기를 마음 깊이 기도하며 진정으로 응원해 왔다. 그리고 사흘 전, 그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온 "싸이월드가 다시 태어납니다"라는 기자회견 초청장을 받아 들고 마침내 그 약속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느꼈다. 오래 기다려온 소식 앞에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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