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음악
[지영순의 삼삼한 음악이야기]

[지영순의 삼삼한 음악이야기 22] 하늘을 가르는 목소리 – 디아나 담라우, 빛으로 노래하다

소프라노 지영순 전문위원
입력

빛으로 노래하는 여인


음악은 종종 인간의 감정을 넘어선 언어가 된다.  그 중에서도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 의 목소리는 단순한 소리를 넘어 ‘빛의 파동’처럼 청중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녀는 완벽한 기교 위에 인간적인 감정을 얹어, 가장 높은 음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하늘을 나는 디바로 불린다.

젊은 시절의 디아나 담라우 초상화
젊은 시절의 디아나 담라우 초상화

1. 뷔르츠부르크의 작은 무대에서
 

1971년 독일 바이에른 주의 작은 도시 뷔르츠부르크에서 태어난 디아나 담라우는 어린 시절부터 노래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녀는 “노래는 내게 공기와 같다”고 말할 만큼 자연스러운 표현력으로 음악의 길을 걸었다.

뷔르츠부르크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공부하던 중, 성대 부종으로 잠시 노래를 잃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담라우는 절망 대신 ‘발성의 본질’을 다시 배우는 기회로 삼았다.   시련이 훗날 그녀의 완벽한 테크닉과 깊은 감정선을 만들어준 것이다.

 

2.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세계를 흔들다

오페라 마술피리 속 밤의 여왕 무대 장면

디아나 담라우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작품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Die Zauberflöte).  그녀는 ‘밤의 여왕(Queen of the Night)’ 역을 통해 그 누구보다 정교하고 폭발적인 고음을 선보였다.


초고음 F6에 이르는 콜로라투라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도, 단 한 음도 차갑지 않았다

.

“디아나의 노래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이 만든 과학이다.”
– 뉴욕 타임스 리뷰 중

 

 

그녀의 밤의 여왕은 단순한 아리아가 아니라, 한 여인의 분노와 슬픔, 사랑의 뒤틀린 감정을 모두 담은 인간의 드라마였다.

 

3. 오페라를 ‘이야기’로 만드는 배우형 성악가

무대 위에서 연기하며 노래하는 담라우
무대 위에서 연기하며 노래하는 담라우

디아나 담라우의 무대는 단지 성악이 아니다. 그녀는 캐릭터의 심리를 연구하고, 몸짓과 표정을 통해 음악을 시각화한다.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그리고 벨리니의 〈노르마〉 등에서 그녀는 각 인물의 감정을 완벽히 이해하고 표현하는 배우형 성악가로 자리매김했다.

 

관객은 그녀의 무대에서 ‘노래하는 연기’가 아닌 ‘연기하는 노래’를 본다.

 

4. 오페라 하우스에서 콘서트홀로, 또 하나의 변신

현대 리사이틀 무대 혹은 콘서트홀 공연 사진)

디아나 담라우는 세계 주요 오페라하우스—
뉴욕 메트로폴리탄, 런던 코벤트 가든, 빈 국립극장 등에서 주요 역할을 맡으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콘서트, 또 남편이자 베이스바리톤인 니콜라스 테스티(Nicolas Testé)와의 듀오 공연을 통해 더 깊고 따뜻한 음악 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녀의 리사이틀은 언제나 기술보다 진심이 중심이다.

 

5. 시대를 밝히는 빛의 목소리

담라우의 최근 인터뷰 또는 수상 사진)

디아나 담라우는 단지 완벽한 가창력을 가진 성악가가 아니다.  그녀는 무대 위의 ‘빛’이다.
가장 섬세한 감정선으로 슬픔을 노래하고, 가장 찬란한 고음으로 희망을 그려낸다. 그녀의 음악은 늘 인간적인 따뜻함으로 마무리된다. 그래서 청중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그 울림을 오래도록 가슴에 품는다.

 

“나는 노래로 사람의 마음을 비추고 싶다.
그게 나의 사명이다.” – 디아나 담라우


하늘을 나는 목소리

담라우가 리사이틀 무대에서 남성 파트너(혹은 피아노 반주자)와 함께 노래하는 장면 

세실리아 바르톨리가 고전의 깊이로 우리를 감동시켰다면, 디아나 담라우는 그 위에 빛과 에너지의 날개를 더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닌,  인간의 감정이 하늘로 솟구치는 ‘순간의 예술’이다.

 

오늘도 그녀의 노래는 무대 위에서,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에서  빛으로, 생명으로, 그리고 희망으로 울리고 있다.

소프라노 지영순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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