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양향숙의 "밤의 유화"

양향숙
흔들리는 마음속 꿰뚫고 가는
고요 한 점
멀리 보면 모두 평화
[ 제1회 DIMA 디카시 작품상 심사평]
이 작품은 언뜻 보기에는 유미적이다. 물에 비친 아름다운 야경과 한 마리의 물새는 시인으로 하여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게 할 만큼 생의 의미나 진실, 도덕 등과는 관계없이 유화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기치를 내세우는 유미주의가 예술의 자율성과 미적 가치만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처럼. 순간의 강렬한 미적 인상만이 전경화된다. 사진기호만 보면 유미적인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 문자기호와 결합되며 이 작품은 깊은 생의 비의를 함의하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압도한다. 사진기호와 문자기호의 멀티텍스트성의 힘이다.
“흔들리는 마음속 꿰뚫고 가는/ 고요 한 점// 멀리 보면 모두 평화”의 문자기호에 의해 강물의 야경은 흔들리는 마음으로 메타포 되고, 물새 한 마리는 고요로 추상화된다. 불빛을 내면화한 것이나 물새의 동적 이미지를 추상적 메타포로 역전시키는 것이야말로 촌철살인이 아닌가. ‘멀리서 본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그것은 관조적 거리두기로 현장에서는 파동이고 개별적 소란일 수 있지만 전체적 질서 안에서 그것은 미적 균형으로 모두 평화다. 물살만 보면 그것은 소란이고 물새만 보면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생존을 위한 분투일 수 있지만 멀리서 보면 그것이 바로 평화다. 이 디카시에서는 평화의 다른 이름이 바로 생이고 삶이다.
이 작품의 환유는 전 지구 우주적으로 확장된다. 지구별은 계층 간의 갈등과 전쟁과 모순으로 인간의 시야로 볼 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아포리아로 가득하지만 여전히 자전과 공전을 하며 평화롭게 운행되고 있다. 눈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수많은 별들도 밤마다 눈을 깜빡이며, 어떤 별은 유성으로 추락하기도 하지만 모두 유화처럼 아름다우면서 평화로 귀결된다. 양향숙의 디카시 「밤의 유화」는 제1회 DIMA 우수작품상으로 손색없는 작품이다. (심사위원 : 이상옥(본심) 이기영, 정사월, 이시향, 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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