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의 평생 사랑, 무대 위에서 다시 피어나다
한 여인의 평생 사랑을 무대 위에 펼쳐낸 연극 「의자고치는 여자」가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광진 나누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송현옥 연출의 「의자고치는 여자」는 한 여인이 어린 시절부터 한 남자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긴 세월을 통해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을 관람한 액터스뷰 뉴스 기자는 작품 속 여인의 삶과 사랑을 바라보며 단순한 연애 이야기를 넘어, 한 사람에게 변치 않는 마음을 간직한다는 것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공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박태정 배우는 무대를 마친 직후의 감정을 묻는 질문에 깊은 여운이 남아 있음을 밝혔다.
박 배우는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며, “마지막에 눈을 보면서 행복하게 무대를 돌고 있었잖아요. 저는 그 감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이 여인이 정말 행복한 여행을 했겠구나 생각하며 무대 밖으로 나왔습니다.” 라고 말했다.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할 수 있을까?”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큰 질문은 ‘평생 사랑’이다.
박태정 배우 역시 처음에는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작품을 준비하고 인물을 연기하면서 그 생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원래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할 수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는 「의자고치는 여자」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작품 속 여인의 사랑을 단순한 집착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삶 전체를 바친 숭고한 사랑으로 볼 것인지는 관객 각자의 몫이다.
박 배우 역시 현실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면서도 “우리 아들을 평생 사랑해 줄 여자를 만나는 것은 정말 큰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사랑을 바라보는 현실적인 의문이 결국 사랑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몸짓과 목소리로 만들어낸 한 여인의 긴 시간
어린 소녀에서 세월을 지나 나이 든 여인으로 변화하는 인물을 표현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박태정 배우는 인물의 나이와 감정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몸짓 하나하나와 목소리, 주변 인물들과의 반응까지 세밀하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가 기억하는 사랑의 결정적인 순간은 무덤 앞에서 울고 있는 한 소년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부유해 보이는 청년이지만 무덤 앞에서 슬픔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여인의 마음속에 그를 돕고 싶다는 감정이 생겼고 그것이 사랑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배우에게 가장 마음 아팠던 장면은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고 여인이 나이를 먹어가는 장면이었다. 특히 약국에서 돈을 받지 않고 남자를 바라보는 장면이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다고 말했다.
20~30개의 장면을 만들고 부수며 완성한 무대
「의자고치는 여자」는 단순히 원작 소설을 무대에 옮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
박태정 배우는 이 작품을 준비하며 “20~30개 씬을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시도를 거듭하면서 문학 속 여인을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물로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것이다.
특히 송현옥 연출의 작업 방식은 배우들에게 즉각적인 몰입을 요구했다.
박 배우는 송현옥 연출에 대해 “대본을 바로 읽고 즉시 연기를 시작한다”며, 배우들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무대 위에서 끌어내는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즉흥성과 집중의 과정은 배우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동시에 인물과 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냥 안아주고 싶어요”
공연을 관람한 뒤 가장 인상적인 질문 중 하나는 “극 속 여인이 실제로 옆에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였다. 박태정 배우의 대답은 의외로 짧았다.
“그냥 안아주고 싶어요.”
긴 설명보다 오히려 이 짧은 한마디가 작품 속 여인의 삶을 가장 잘 설명하는지도 모른다.
평생 한 사람을 사랑했고, 기다렸고,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을 지켜낸 한 여인에게 관객이 건넬 수 있는 것은 어쩌면 판단이 아니라 따뜻한 위로일 것이다.
관객에게 남겨진 질문, “당신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의자고치는 여자」는 사랑을 정답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한 여인의 삶을 통해 관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변하지 않는 마음은 집착일까, 아니면 가장 숭고한 사랑일까?”
박태정 배우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난 후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광진 나누아트센터 공연은 무대의 막이 내렸지만, 작품이 던진 질문은 관객들의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것일까.
아니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마음이야말로 사랑의 본질일까.
「의자고치는 여자」는 그 답을 관객에게 맡겼다.
그리고 박태정 배우가 마지막으로 전한 말처럼, 극단 물결은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통해 관객과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항상 저희 극단 물결과 작품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만들어갈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관람 부탁드립니다.”
무대 위에서 한 여인의 평생 사랑을 지켜본 관객들은 이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 한편에는 아마도 한동안 같은 질문이 남아 있을 것이다.
“당신은 평생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