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Funny Cut] 휘어진 세상, 휘어진 전봇대 – 얽히고 설킨 도시의 단면
[세라홍이 만난 재밌는 세상 3] 사진으로 쓴 에세이 그리고 시

너도 이렇게 버티고 있느냐고"
[사진 : 세라홍 기자]
도시를 관통하는 도로 옆, 그 존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한 전봇대가 있다. 그러나 그 전봇대는 똑바로 서 있지 않다. 비틀리고 휘어진 모습으로, 얽히고 설킨 전선과 통신 박스를 매단 채 간신히 버티고 있다. 마치 혼돈 속에서도 중심을 잡으려 애쓰는 도시의 자화상과도 같다.
전봇대는 도시의 혈관과 같다. 전기를 공급하고, 정보를 전달하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전봇대는 기능을 넘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또 다른 예술적 존재로 보인다. 그 위에 엉켜붙은 수많은 전선은 현대인의 복잡한 인간관계와 연결을 상징하고, 휘어진 기둥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꿋꿋이 서 있으려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천천히(SLOW)’라는 표지판과 ‘노인 보호’라는 문구가 기둥에 붙어 있는 점은 흥미롭다. 마치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둘러보라는 경고 같기도 하다. 전봇대가 휘어져버린 이유가 자연재해인지, 오랜 시간의 풍화 때문인지, 인간의 욕심인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도로 시설을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다.
전봇대가 나에게 묻다 / 세라홍
휘어진 전봇대 하나가 비틀거린다.
전선은 뒤엉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시간이 만든 주름일까,
세상의 무게가 남긴 흔적일까
휘어진 기둥은 묻는다.
너도 이렇게 버티고 있느냐고
엉켜버린 길에서도 그곳에 서 있으라고
[편집자주: Funny Cut 시리즈는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역할을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바랍니다. 포토에세이, 포토시,포토시조,디카시,디카시,자유시 등 형식에 상관없이 참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