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시조 아카데미] 황진이의  "동짓달 기나긴 밤을"
문학/출판/인문
시 /시조

[시조 아카데미] 황진이의  "동짓달 기나긴 밤을"

김강호 시인
입력
수정
[김강호의 시조 아카데미 1]  매주 월요일마다 독자 여러분을 만납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 이미지 :  류우강 기자 ]

冬至ᄉᄃᆞᆯ 기나긴 밤을


황진이

 

冬至ᄉᄃᆞᆯ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버혀내여

春風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 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현대시로 풀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베어내어

봄바람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우리 임 오신 밤에는 굽이굽이 펴리라

 

이 시조는 조선시대 최고의 걸작이라 평가받을 만한 작품이다. 《청구영언》에 실려 있는 황진이의 이 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으로 구성된 평시조 형태를 통해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절절히 담아내고 있다.
 

동짓달은 밤이 가장 길다. 이 긴 밤의 한 허리를 베어낸다는 표현은 참으로 놀랍다. 그렇게 베어낸 밤을 봄바람 이불 아래 서리서리 감아 넣어두었다가, 사랑하는 임이 오는 밤에 굽이굽이 펼쳐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노래한다.


임이 없는 밤은 외롭고 쓸쓸하여 동짓달의 밤처럼 길게 느껴지지만, 사랑하는 임과 함께한 시간은 그저 짧게만 느껴진다.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 사랑하는 이를 위한 깊은 배려와 정성이 이 작품에 담겨 있다.


황진이는 밤과 봄바람을 자신의 이불 안으로 초대해 사랑하는 이를 향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이 놀라운 상상력과 정서는 현대 시조에서도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절창이라 할 수 있다.


다음 주에는 자작 시조를 선보이며 시조 짓기 과정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시조를 향한 새로운 도전과 창작의 기쁨을 기대해도 좋다.

[편집자주: 시조 시인 김강호가 시조 작가를 꿈꾸는 분들과 시조의 멋을 감상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시조 아카데미를 엽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뛰어난 작품을 소개하고, 격주로 한국의 대표 시조와 자작 시조를 함께 선보입니다. 또한, 매회 작품과 더불어 시조 창작에 유용한 핵심 요점을 설명하며 독자들의 창작 활동을 돕겠습니다.  김강호 시인은 깊이 있는 시조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계에서 사랑받는 시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섬세한 표현과 탁월한 감성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울림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김강호 시인 

김강호 시인 

 

1960년 전북 진안 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외 다수

2024년 44회 가람문학상 수상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초생달」 수록

코리아아트뉴스 전문기자
[email protected]

#김강호시인#황진이#동짓달기나긴밤#시조아카데미#코리아아트뉴스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