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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최남선의「혼자 앉아서」
KAN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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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웅순의 명시조를 찾아서 1 ]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 최남선의 「혼자 앉아서」

가만히 오는 비가 뚝욱 뚝뚝 낙수져서 소리한다. 오지도 않는 이인데도 일도 없이 기다려진다. 열린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간다는 것이다.
농촌에선 비가 오는 날이면 공치는 날이다. 비가 꽤 온다. 밭에 풀을 매러 가야하는데 나갈 수가 없다. 오늘 매지 않으면 풀들이 수북이 애기키만큼 자랄 것이다. 할 일 없이 방에 앉아 낙숫물 소리를 듣고 있다. 6월 초쯤될 것 같다.
보고 싶은 친구가 있었나 보다. 밖에는 비가 그치지 않고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어 오지 않을 사람이다. 그런데도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꾸만 간다.
이 심사를 어찌할 꺼나. 사람들은 흔히 시를 꾸미거나 묘사하려든다. 그럴 필요 없다.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운 것이다. 생각도 행동도 전혀 꾸밈이 없다. 이것이 시이다.

신웅순 시인․평론가․중부대명예교수)
ㆍ1985년 《시조문학》등단, 1995년 평론 등단
ㆍ시조집『그리움은 먼 길을 돌아』외 평론집, 수필집, 동화집 등 16권, 학술서 『한국시조창작원리론』, 교양서 『문화유산에 깃든 시조』 등 21권.
ㆍ시조관련 논문 50여 편, 『시조예술』1-9호 발행.
ㆍ『시조로 보는 우리문화』에 청소년 교양 도서 선정.
ㆍ2013년 고등인정교과서 국어 하(천재교육)에 논문「시조분류고」실림
ㆍ시조시인․평론가․서예가, 중부대 명예교수.
KAN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