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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천만을 넘어 다시 극장으로…'왕과 사는 남자', 우리가 다시 영화를 찾는 이유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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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이 천만을 넘는 일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만을 넘긴 뒤에도 관객이 계속 극장으로 돌아가는 영화는 흔치 않다. 더구나 개봉 한 달이 지나서도 상승 곡선을 그리는 작품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흥행을 넘어 하나의 현상에 가깝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토

〈왕과 사는 남자〉가 바로 그 사례다.

 

이 영화는 개봉 이틀 만에 본 관객이, 한 달 뒤 다시 극장을 찾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단순히 ‘잘 만든 영화’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이 작품은 오히려 전통적인 흥행 공식에서 한 발 비껴 서 있다. 화려한 전투 장면도, 압도적인 스펙터클도 없다. 대신 이 영화가 선택한 것은 훨씬 오래 남는 방식, 사람과 감정이다.

 

역사극이 아니라, 관계의 이야기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이 영화가 진짜로 보여주는 것은 권력이나 정치가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과 또 다른 인간 사이의 관계다.

 

왕이었던 존재가 더 이상 왕이 아닌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 이 질문은 특정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낯설지 않다. 오히려 매우 현대적이다.
우리는 역사 속 인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감정으로 살아 있는 인간을 본다.

 

입소문이 만든 두 번째 관람

 

이 영화의 흥행 곡선은 흥미롭다. 대부분의 상업 영화는 개봉 초반에 정점을 찍고 점차 하락한다. 그러나 〈왕과 사는 남자〉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에도 관객 수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이것은 분명한 신호다.
 

이 영화는 ‘마케팅으로 소비된 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관객을 부르는 영화라는 것.

한 번 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다시 한 번 보게 만드는 영화. 이른바 재관람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영화는 대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관객은 단순히 스토리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세대가 함께 본 영화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지점은 관객층이다.


이 영화는 특정 세대의 영화가 아니다.

 

젊은 관객은 배우와 감정선에 반응하고, 중장년층은 역사적 배경과 정서적 깊이에 공감한다. 가족 단위 관객까지 자연스럽게 흡수되면서, 이 영화는 드물게 세대 간 장벽을 넘는 작품이 되었다.

 

이런 영화는 흥행이 길어진다.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여러 번의 선택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다려온 ‘극장의 이유’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어쩌면 이 영화의 성공은 작품 자체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극장을 찾을 ‘이유’를 기다려왔다.

 

OTT가 일상이 된 시대, 관객은 극장에 가야 할 명확한 이유가 있을 때만 움직인다. 〈왕과 사는 남자〉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건드렸다. 큰 화면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함께 느껴야 하는 감정을 만들어낸 것이다.

 

극장은 스펙터클을 보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감정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이 영화는 그 본질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래서 다시, 극장으로

 

이 영화가 1,000만을 넘고, 1,400만을 넘어, 1,500만을 향해 가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공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흥행에는 항상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결국 하나다.

 

사람의 마음에 남는가.

 

〈왕과 사는 남자〉는 그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영화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극장을 찾는다.
 

그리고 아마, 그 발걸음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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