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휘의 K-메디 건강미학 16] 당신의 혈당이 잡히지 않는 진짜 이유: '근육'이라는 이름의 소각장이 사라지고 있다

약으로도 못 잡는 혈당, 허벅지가 정답이다
진료실을 찾는 당뇨 환자나 혈당 경계에 있는 중장년층 분들이 가장 억울해하며 토로하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저는 단 음식을 입에 대지도 않습니다. 밥도 현미밥으로 바꿨고, 야식도 끊었습니다. 그런데 왜 아침 공복 혈당은 여전히 높고, 당화혈색소는 떨어지지 않는 겁니까?"
이 억울함은 타당합니다. 그들은 분명 식단을 조절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결정적인 한 가지가 있습니다. 혈당 관리는 단순히 '입으로 들어오는 당'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들어온 당을 태워 없애는 '소각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 몸에서 그 소각장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근육'>입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나 '몸매 관리'의 수단으로만 여겼던 근육이, 사실은 우리의 생존을 결정짓고 혈당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장기(Organ)임을 밝히고, 왜 근육 없이는 혈당 조절이 불가능한지 그 의학적 메커니즘과 해법을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1. 근육: 인체 최대의 포도당 저장 탱크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은 소화 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것이 혈당입니다. 췌장에서 분비된 인슐린 호르몬은 이 혈당을 세포 안으로 집어넣어 에너지로 쓰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 포도당은 주로 어디로 갈까요?
놀랍게도 우리 몸속 포도당의 약 70% 이상을 흡수하고 소모하는 곳이 바로 '근육'입니다. 간이나 지방 조직도 포도당을 저장하지만, 근육에 비하면 그 양은 미미합니다. 즉, 근육은 거대한 '포도당 물탱크'와 같습니다.
근육이 충분한 사람은 식사를 통해 많은 양의 포도당이 쏟아져 들어와도, 거대한 물탱크(근육)가 이를 즉시 흡수하여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합니다. 따라서 혈관 속에 남는 당이 별로 없어 혈당 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이를 '식후 혈당 스파이크'가 억제된다고 표현합니다.
반면, 근육량이 부족한 사람은 물탱크의 크기가 종이컵만 한 수준입니다. 조금만 밥을 먹어도 컵이 넘쳐버립니다. 근육으로 들어가지 못한 잉여 포도당은 갈 곳을 잃고 혈관을 떠돌게 됩니다. 이것이 고혈당입니다. 아무리 적게 먹어도, 그 적은 양조차 담아낼 그릇(근육)이 없다면 혈당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2. 마른 당뇨의 역설과 인슐린 저항성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마른 당뇨'의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날씬하고 복부 비만도 없는데 당뇨병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지방이 많아서가 아니라, 근육이 너무 없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를 의학적으로 '근감소성 당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근육 부족은 단순히 저장 공간의 부족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을 유발한다는 점입니다.
인슐린은 세포의 문을 열어 당을 받아들이게 하는 열쇠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근육이 줄어들고 그 자리에 지방이 끼어들기 시작하면(이소성 지방), 근육세포는 인슐린이라는 열쇠가 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 생겼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췌장은 비상이 걸립니다. 혈당이 떨어지지 않으니 췌장은 *"인슐린이 부족한가 보다"*라고 착각하고, 무리해서 더 많은 인슐린을 짜냅니다. 초기에는 높은 인슐린 농도로 억지로 혈당을 잡지만, 결국 췌장은 과부하로 지쳐버리고 인슐린 분비 기능 자체가 망가지는 단계로 접어듭니다. 근육 부족이 췌장의 조기 사망을 부르는 나비효과가 되는 것입니다.
3. 노화의 저주, 사코페니아(Sarcopenia)를 막아라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우리 몸의 근육은 30대 후반부터 자연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여, 40대 이후에는 매년 1%씩, 60대 이후에는 가속도가 붙어 급격히 사라집니다. 이를 '사코페니아(Sarcopenia, 근감소증)'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치부했으나,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근감소증을 정식 질병으로 분류했습니다. 근육 감소는 단순히 힘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사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장년층이 조심해야 할 것은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배만 나오는 거미형 체형'입니다. 이는 최악의 신체 조건입니다. 내장 지방은 염증 물질을 뿜어내 인슐린 기능을 방해하고, 팔다리의 빈약한 근육은 당을 소비하지 못해 혈당을 높이는 이중고(二重苦)를 겪게 합니다.
4. 왜 하필 '허벅지'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부위의 근육을 키워야 할까요? 물론 전신 근육이 중요하지만, 혈당 관리의 관점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곳은 단연코 허벅지입니다.
우리 몸 전체 근육의 약 3분의 2(약 70%)가 하체, 특히 허벅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허벅지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당분 소각장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허벅지 둘레가 1cm 줄어들 때마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반대로 허벅지가 굵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현저히 낮습니다.
허벅지 근육은 섭취한 열량을 태우는 엔진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엔진이 크면 공회전만 해도 연료를 많이 쓰듯이, 허벅지 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기초대사량이 높아 혈당이 쉽게 쌓이지 않습니다.
5. 근육이 혈당을 낮추는 숨겨진 무기: 마이오카인
최근 연구들은 근육이 단순한 기계적 조직이 아니라,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임을 밝혀냈습니다. 근육이 수축할 때 분비되는 '마이오카인(Myokine)'이라는 물질이 그 주인공입니다.
우리가 근력 운동을 할 때 근육에서는 이리신(Irisin), IL-6 등의 마이오카인이 뿜어져 나옵니다. 이 물질들은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돌며 췌장의 기능을 돕고, 지방을 태우며,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기적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즉, 운동은 단순히 칼로리를 태우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 몸 스스로 '천연 당뇨 치료제'를 생성하게 만드는 과정인 것입니다.

실천 처방: 혈당 잡는 근육 테크(Tech)
이제 이론은 명확해졌습니다. 근육이 없으면 혈당은 무조건 오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장 헬스장에 가서 무거운 역기를 들어야 할까요? 관절이 약한 중장년층에게는 무리일 수 있습니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혈당 잡는 근육'을 만드는 3단계 전략을 제안합니다.
1단계: 식후 30분의 법칙 (골든타임)
혈당 스파이크는 식사 시작 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절정에 달합니다. 이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밥 숟가락을 놓고 30분 뒤, 가볍게 움직이십시오. 거창한 운동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TV를 보며 하는 스쿼트 20회, 아파트 계단 오르기, 혹은 동네 산책 20분이면 충분합니다. 이 시간에 근육을 움직이면 근육세포가 혈액 속의 급증하는 포도당을 낚아채 즉시 에너지로 씁니다. 인슐린의 도움 없이도 근육 수축만으로 포도당을 흡수하는 효과(AMPK 경로 활성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2단계: 유산소와 무산소의 콤비네이션
많은 분들이 걷기 운동만 고집합니다. 물론 걷기는 좋은 운동이지만, 근육의 크기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걷기, 조깅)이 잉여 혈당을 태우는 역할이라면, 무산소 운동(근력 운동)은 당분을 담을 그릇을 키우는 역할입니다.
일주일에 2~3회는 반드시 하체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합니다. 스쿼트, 런지, 의자에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하기 등 허벅지를 자극하는 운동을 땀이 날 정도로 해주십시오. 근육통이 느껴진다면, 그건 혈당 물탱크가 공사 중(확장 중)이라는 기분 좋은 신호입니다.
3단계: 단백질은 '약'처럼 챙겨라
운동만 하고 영양을 챙기지 않으면 오히려 근육이 녹아내립니다. 근육의 원료인 단백질을 섭취해야 합니다. 중장년층은 소화력이 떨어져 고기 섭취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근감소를 부추깁니다.
끼니마다 손바닥 크기만 한 단백질 반찬(살코기, 생선, 두부, 계란)을 반드시 포함시키십시오. 식사로 부족하다면 단백질 보충제를 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체중 1kg당 1.0g~1.2g의 단백질 섭취를 목표로 하십시오.

☆근육은 노후를 위한 가장 확실한 연금이다
우리는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을 붓고 개인연금을 준비합니다. 경제적 빈곤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신체적 빈곤, 즉 '근육 파산'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방비합니다.
돈이 없으면 삶이 불편하지만, 근육이 없으면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특히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중년 이후의 삶에서 허벅지 근육은 생명줄과도 같습니다. 약을 먹어도 혈당이 잡히지 않는다면, 혹은 당뇨 전단계라는 경고를 받았다면, 이제 식탁 위의 메뉴를 고민하기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허벅지에 힘을 주어야 할 때입니다.
지금 당장 스쿼트 한 개를 시작하십시오. 그것이 당신의 혈관 속에 흐르는 달콤한 독, 고혈당을 막아낼 유일하고도 가장 확실한 방파제입니다. 기억하십시오. 근육이 없으면 혈당은 무조건 오릅니다. 하지만 근육이 있으면, 우리는 당뇨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김두휘 한의사 보건학 박사

압구정린바디한의원 대표원장
항노화 한방성형 장수의학 전문의
유럽 1호 시술 허가 한의사
국제 한방성형협회 회장
대한 한방성형협회 회장
대한민국 최초 한방 성형침 네트워크
대한 한방 피부미용학회 학술이사
비만관리 의원장 (전)
대한 메디컬뷰티협회 이사
코리아 뷰티 디자인협회 상임이사
뉴욕 키토 전문 다이어트 원장
코리아아트뉴스 건강 전문위원
www.l-body.com
#김두휘칼럼 #건강정보 #건강상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