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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의 그림이야기 4] 폴 고갱 - 노란 그리스도
미술/음악

[토마스의 그림이야기 4] 폴 고갱 - 노란 그리스도

이용범 작가
입력
노란 그리스도, 폴 고갱, 1889년,  73.4 x 91.1 cm
노란 그리스도, 폴 고갱, 1889년, 73.4 x 91.1 cm

후기 인상파 프랑스 화가인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년)은 십자가에 달려 '고통스럽다' 라기보다는 평안하게 잠에 빠져 있는 듯한 모습의 예수를 그렸다. 주변의 노란색 배경과 예수의 노란색이 조합을 이루고 있고, 빨갛게 단풍으로 물든 나무가 마치 하트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들판은 고요하면서도 풍요로워 보인다. 십자가 아래 모여 있는 여성의 모습도 슬픔과는 관계없는 듯 온화하고 평온한 모습이다.

 

고갱은 이 그림을 기존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예수의 그림들과는 달리 슬픈 예수가 아닌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모습으로 그렸다. 죽은 예수, 죽어서 없어져 돌아오지 않을 예수가 아닌 살아 있는 예수, 다시 부활하여 세상을 죄악으로부터 구원해 줄 희망의 예수를 ‘노란 그리스도’로 표현하여 그린 것이다.

 

고갱은 두 점의 그리스도를 그렸다. 한 점은 우리가 보고 있는 '노란 그리스도'이고, 다른 한 번은 ‘초록의 예수’이다. ‘ 초록의 예수’ 그림은 어둡다. 희망이라기보다는 예수가 죽음으로 인한 절망과 비통함을 그렸다. 고갱이 두 점의 예수 그림을 그릴 당시 철학자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했던 19세기 후반이다. 교회 안의 그리스도에 대해서는 고갱도 니체와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초록의 그리스도’ 즉 도시의 교회 안 죽은 예수를 초록 예수로 그린 것이다. 반면 타이티로 거처를 옮겨 자연 속에서 살아가면서는 새로운 희망의 살아 있는 예수, 자연 속의 예수를 ‘노란 그리스도’로 그렸다.

 

노란 그리스도’ 그림에서 십자기에 못 박힌 그리스도는 굵은 윤곽과 밝은 색채를 통해 두드러지게 그려져 있다. 그림의 주제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반면에 대조적으로 십자가 주변의 여성들이나 단풍이 든 나무와 경계는 흐리고 두리 뭉실하게 단순화 시켜 그렸다. 이는 고갱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다.

 

폴 고갱은 프랑스의 탈인상주의 화가이다. 파리에서 태어났고 한때 증권 중개인으로 일하기도 했고 미술 거래상으로 일하기도 했다. 증권시장과 그림 중개시장이 시들해지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생전에는 그리 평가받지 못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인상주의를 벗어난 종합주의 색채론에 입각한 그의 작품들이 인정받고 있다.

 

고갱빈센트 반 고흐와도 잠시 같이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서로의 성격차, 화풍 차이로 인해 헤어지고 생의 마지막 10여 년을 타이티를 비롯한 프랑스령 폴리네이사에서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하였다. 이 시기 작품들이 대부분 그의 대표작이 되었으며, 이 그림들은 원시주의를 바탕으로 두고 있다.

초록 그리스도, 폴 고갱, 1889년, 73 x 92 cm
초록 그리스도, 폴 고갱, 1889년, 73 x 92 cm
이용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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