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규 칼럼] “AI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성의 르네상스를 향해”
AI는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왜 우리는 더 깊이 상상해야 하는가 과학·기술·공학·철학이 순환하며 인간으로 되돌아오는 지성의 여정
오늘날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문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 속도와 영향력은 전례가 없습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실험실 수준에 머물던 기술이 이제는 사회 전반의 의사결정과 창작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AI를 첨단 기술 로만 이해하거나, 반대로 철학적 담론의 수준에서만 해석하려 하며 혼란을 느끼십니다. 저는 이러한 혼란이 AI의 본질 즉, 과학에서 출발해 기술과 공학을 거쳐 철학으로 되돌아오는 순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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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여정은 기묘하게도 원형 구조를 그립니다. 과학에서 태어나 기술로 구현되고, 공학을 통해 사회 안으로 들어온 뒤, 다시 철학의 질문으로 깊이 내려갑니다. 그리하여 결국 AI는 인간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되돌아옵니다. 이 순환을 따라가 보면, 우리는 AI가 단순히 컴퓨터의 발명품이 아니라, 인간 지성의 거울임을 깨닫게 됩니다.

과학에서 시작된 탐구의 세계
AI의 출발점은 언제나 과학입니다. 기계는 어떻게 학습하는가? 추론은 어떤 조건에서 가능한가?”라는 순수한 학문적 질문이 AI의 씨앗이었습니다. 초기 인공지능 연구는 수학, 통계학, 정보이론, 인지과학, 언어학 같은 기초학문 위에 세워졌습니다.
과학이 하는 일은 명확합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원리를 세우며, 한계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의 복잡도를 분석하고, 학습 이론으로 일반화 가능성을 검증하며, 언어학을 통해 의미론적 구조를 모델링하는 일은 모두 과학의 영역이었습니다.
AI는 처음부터 기술이 아니라 과학적 탐구의 총합으로 시작했습니다. 과학자들이 던진 추상적 질문이 훗날 산업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AI는 지식과 응용의 경계가 얼마나 얇은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기도 합니다.
기술로 구현되는 원리, 작동의 순간
과학적 원리는 언제나 현실과 만나야 합니다. AI가 실질적 힘을 갖게 되는 것은 기술 단계에서입니다. 신경망을 수식이 아닌 코드로 구현하고, 확률 모델을 데이터에 적용하며, 최적화 알고리즘으로 정확도를 높이는 과정이 바로 그 예입니다.
이때 기술은 과학의 이론을 현실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연금술과도 같습니다. 과학이 ‘가능성의 세계를 탐구한다면, 기술은 그 가능성을 ‘현실의 세계’로 이끌어냅니다.
그러나 기술은 과학의 단순한 복제물이 아닙니다. 새로운 방법으로 원리를 응용하고, 오류 속에서 개선 방향을 찾아갑니다. 그러므로 기술의 영역에서는 언제나 실험과 창조의 긴장감이 존재합니다. AI가 예술, 언어, 경제 등 인간의 다양한 영역에 응용되는 이유는 바로 이 창조성 때문입니다.
공학의 현실, 사회 속의 AI
그러나 기술이 사회적 효용을 가지려면, 반드시 공학의 시험대를 거쳐야 합니다. 공학은 AI를 실제 시스템으로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비용, 안전성, 확장성 같은 현실적 제약을 다룹니다.
예를 들어, AI를 학습시키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 알고리즘 편향과 그로 인한 사회적 책임, 오류 감지와 모니터링 체계, 그리고 산업적 효용성 분석 같은 문제는 모두 공학의 영역입니다.
이 단계에서 AI는 기술의 실험실을 벗어나 문명의 토대 위로 올라섭니다. 공학은 단순히 작동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지속 가능한 기술’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다시 철학으로 돌아오는 질문들
AI의 여정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 끝이 철학으로 되돌아온다는 데 있습니다. AI는 결국, 지식이란 무엇인가? 앎은 어떻게 정당화되는가?”라는 인식론적 질문으로 나아갑니다.
인간은 오랫동안 지식을 축적하고 가공하는 존재였지만, 이제 기계가 지식처럼 보이는 결과를 생성합니다. 그때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지식’이라 부를 수 있는가? AI의 추론은 증거에 기반하는가, 단순한 확률적 경향일 뿐인가? 기계의 판단은 신뢰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단지 계산의 결과인가?
이 질문들은 기술을 넘어서 인간이 지식을 구성하는 방식 전체를 다시 사유하게 만듭니다. AI의 등장은 철학을 다시 현실로 불러내는 계기인 셈입니다.
AI의 진보, 그리고 새로운 질문
2025년 스탠퍼드 AI 지수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줍니다. 57개 지능 벤치마크 중 AI가 인간을 능가한 항목은 92.9퍼센트에 달했습니다. 단 3년 전만 해도 23.1퍼센트에 불과했지요. 불과 몇 년 사이, AI는 언어 번역, 논리 추론, 이미지 생성, 코드 작성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평균적 인간을 뛰어넘었습니다.
이제 AI는 인간의 ‘기능적 지능’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섭니다. AI가 이토록 능력 있다면, 인간에게 남은 본질적 역할은 무엇인가?
이 질문이야말로 21세기 철학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고유한 능력 - 상상
AI는 분석하고, 추론하고, 예측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능력만큼은 인간에게 남아 있습니다. 바로 상상입니다. 상상은 논리적 계산이 아니라 가능성의 탐사이며,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마음속에서 미리 살아보는 인간만의 방식입니다.
상상은 종종 비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때로는 파편적이고, 방향을 잃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속에서 인간은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세계를 다시 설계합니다. 우리는 눈으로 보지 못한 것을 마음으로 먼저 바라보고, 들리지 않는 소리를 미리 듣습니다.
신경과학자들은 사람이 어떤 행동을 상상할 때, 실제 행동과 비슷한 신경 회로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를 ‘정신적 시뮬레이션’이라 부릅니다. 다시 말해, 상상은 미래를 미리 경험하게 하는 두뇌의 능력입니다.
AI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미래를 예측한다면, 인간의 상상은 미래의 장면을 미리 체험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습니다.
왜 상상이 AI 시대의 핵심인가
첫째, AI는 미래를 계산하지만, 인간은 미래를 결정합니다. AI는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할 뿐, 그중 어떤 미래를 택할지는 인간의 몫입니다. 그 선택은 데이터가 아니라 감정, 신념, 서사, 가치의 문제입니다. 바로 상상의 영역입니다.
둘째, AI는 과거를 학습하지만, 상상은 과거를 넘어섭니다. 혁신은 데이터의 경계 밖에서 나옵니다. 모든 신문명은 상상에서 시작됩니다. 불, 문자, 도구, 사회 규범의 탄생을 떠올려 보십시오.
셋째, 상상은 인간의 진화와 문명 형성의 근원입니다. 도구를 만들기 전, 인간은 더 나은 도구를 먼저 상상했습니다. 상상은 문명의 불씨이자, 기술을 인간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입니다.

상상의 불빛으로 미래를 비추며
AI는 인간보다 빠르게 계산하고, 더 정확히 판단합니다. 그러나 상상의 질감, 상상의 그림자, 상상의 깊이는 인간만의 것입니다. 상상을 잃지 않는 한, 인류는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습니다.
AI의 시대는 기술의 시대가 아니라, 인간 지성의 재발견의 시대입니다. 우리가 기술의 속도에 압도되지 않고 그 너머의 세계를 상상할 수 있다면, 그 상상 위에 새로운 문명이 세워질 것입니다.
AI는 결국 인간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그 거울을 통해 우리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과학에서 시작된 여정이 기술과 공학을 지나 철학과 상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인간은 다시금 문명의 주체로 서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 사유할 수 있다면, AI 시대의 미래는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기술보다 먼저 상상하고, 상상이 기술을 이끌어가는 시대, 곧 지성의 새로운 르네상스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35여 년간 교육과 기업 경영, 그리고 지역 사회 발전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해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업을 통해 길을 열었으며, 현재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더 따뜻하고 공정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