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제주·몽골까지, 기억은 이동하고 미술은 연결된다
광주에서 시작된 ‘집단기억’에 관한 미술적 질문이 제주를 거쳐 몽골로 이어진다. 완성된 전시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일반적인 순회 방식에서 벗어나, 장소마다 축적된 서로 다른 기억이 어떻게 만나고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국제예술 네트워크가 출범한다.

칠곡문화예술위원회와 몽골 국립현대미술관, 블루선 현대미술센터, 갤러리 뒤샹(전가조형연구소) 등 한국과 몽골의 5개 기관은 오는 9월 6일 오전 11시 제주에서 국제예술 네트워크 ‘NOMADIC ART ALLIANCE(NAA)’ 출범식과 업무협약(MOU) 체결식을 개최한다. 협약식 이후에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한국·몽골 작가들과의 만남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번 출범에서 주목되는 인물은 오트곤치메그 먀그마르(Myagmar OTGONCHIMEG) 몽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다. 몽골의 주요 공공미술기관이 네트워크의 핵심 주체로 참여함에 따라 한국과 몽골의 미술교류가 개별 작가 또는 단일 전시 중심의 교류를 넘어 기관과 전문가가 함께 움직이는 지속적인 협력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NAA가 내세운 ‘노마딕(NOMADIC)’은 몽골의 유목문화를 단순히 상징적으로 차용한 개념이 아니다. 사람과 작품이 이동하고, 기억이 장소를 옮겨가며 하나의 이미지와 서사가 서로 다른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새롭게 읽히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동을 전시의 수단이 아닌 미술적 사유와 실천의 방법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몽골 동시대미술의 흐름은 NAA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몽골의 전통적인 유목문화와 공동체의 기억은 급속한 도시화와 세계화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전통과 현대, 공동체와 개인, 지역적 정체성과 동시대적 삶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은 몽골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다뤄온 주요 주제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광주와 제주, 칠곡 등 서로 다른 장소가 간직한 역사와 공동체의 기억을 동시대미술의 언어로 호출하는 작업이 이어져 왔다. NAA는 이처럼 서로 다른 지역에서 형성된 기억과 예술적 실천을 하나의 관계망 안에서 연결하려는 시도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와 연계된 몽골 파빌리온 《영원하고도 먼 것: 집단 기억과 현대의 도전》에서 제기된 질문은 제주에서 보다 구체적인 장소의 기억과 만난다.
특히 노유승 작가의 미디어 작품 〈제주도의 좌표에 대한 기억(Memory of Coordinate Jeju)〉은 제주를 단순한 지리적 위치가 아닌 기억이 축적되고 재구성되는 장소로 바라본다. 좌표는 본래 하나의 위치를 특정하지만 작품 안에서는 시간과 경험, 개인과 공동체의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확장된다.
광주의 역사적 기억과 제주의 장소성, 칠곡의 전쟁과 평화에 관한 기억, 몽골 사회가 간직한 유목의 전통과 현대적 변화는 서로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NAA는 오히려 이러한 차이에서 출발한다.
서로 다른 기억을 하나의 서사로 봉합하지 않고 차이를 유지한 채 어떻게 대화하게 할 것인가. 이것이 NAA가 국제예술 네트워크를 통해 던지는 핵심 질문이다.
서세승 칠곡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한국과 몽골의 서로 다른 기억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억이 만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NAA는 앞으로 공동전시와 순회전시를 비롯해 작가·큐레이터 교류, 레지던시, 공동연구, 학술 프로그램, 출판 및 아카이브 구축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단일 전시의 성사에 머무르지 않고 전시 이후에도 작가와 연구자, 작품과 자료가 지속적으로 이동하고 연결될 수 있는 관계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미술에서 기억은 더 이상 과거를 보존하는 기록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호출되고 다른 장소 및 공동체와 만나는 순간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광주에서 제주로, 다시 제주에서 몽골로 이어지는 이번 움직임 역시 한 전시를 반복해 보여주는 순회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역사와 장소에서 형성된 기억을 동시대미술의 장에 놓고, 그 사이에 새로운 관계와 담론을 만들어가는 장기적인 예술 실천이다.
NOMADIC ART ALLIANCE의 출범은 한국과 몽골의 미술교류가 ‘작품을 보여주는 교류’에서 사람과 담론, 기관이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교류로 전환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 첫 공식 무대가 오는 9월 6일 제주에서 열린다.
행사 개요
- 행사명: NOMADIC ART ALLIANCE 출범식 및 업무협약 체결식
- 일시: 2026년 9월 6일 오전 11시
- 장소: 제주
- 주요 내용: NAA 출범식, 참여 기관 업무협약 체결, 한국·몽골 참여 작가와의 만남
- 협력 분야: 공동·순회전시, 작가 및 큐레이터 교류, 레지던시, 공동연구, 학술 프로그램, 출판, 아카이브 구축
참여 작가
몽골
ANUNARAN, BAATARZORIG, BAT-ERDENE, NARBAYASGALAN, TUVSHINJARGAL, KHISHIGSUREN, SHIJIRBAATAR, OTGONTUGS, NOMIN
한국
권기철, 김미지, 노유승, 박상남, 석점덕, 성백, 임희정, 전홍식, 진해주, 허종하
